최근 임대차관리 업무를 제3자에게 맡긴 뒤 방치한 임대인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대인이라면 누구나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내용이다.
[아하 부동산 법률]
문제는 B씨가 이런 권한을 악용해 새로운 임차인을 속이고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7500만 원 상당의 보증금을 편취했다는 점이다.
책임 소재를 따질 차례가 됐다. 임차인인 원고는 “집주인이 보조인에게 임대차 관리 업무를 전적으로 맡긴 이상, 민법 제756조(사용자책임)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집주인은 “보조인의 불법행위가 자신과 무관하게 이뤄진 독립적인 행동이므로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맞섰다.
법원의 판단은 집주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원심 법원은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 체결, 보증금 수령·반환 같은 핵심 업무 전반을 보조인에게 일임하고 사실상 방치한 점을 지적하며, “민법 제756조에 의거해 임대인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임대차 관리 업무를 대리·위임했더라도 그에 대한 ‘감독 의무’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며, 이를 소홀히 한 임대인에게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판결의 근거가 된 민법 제756조는 "타인에게 고용된 자가 그 업무에 관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사용자가 배상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하는 사람(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업무 범위 안에서’ 이뤄졌다면, 사용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중개보조인이 임대인의 지시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진행하고 보증금을 수령·반환하는 업무를 수행해 왔던 점을 ‘직무 관련성’으로 판단했다. 게다가 임대인이 이를 방관하고 사실상 관리·감독을 포기했다는 사정까지 더해져 사용자책임을 벗어날 길이 없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임대차 계약 실무 현장에 분명한 경종을 울린다. 관리 업무를 위임받은 이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더라도, 그 관리자를 감독해야 할 임대인이 이를 방치했다면 민법 제756조에 따라 임대인도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 전 과정에서 예의주시하고 감독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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