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전기차 제조사를 넘어 AI와 로보틱스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슈퍼컴퓨터 도조와 코텍스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키고,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대량 생산을 준비하며 미래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커버스토리]
2021년 AI 데이에서 옵티머스를 처음 소개했으나 실제로는 여배우가 로봇 옷을 입고 등장해 많은 사람에게 조롱받았다. 머스크는 2022년 두 번째 AI 데이에서 경쟁 업체 로봇들의 동작이 훌륭하지만, 두뇌가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공개된 시제품은 테슬라가 본격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몰두한 후 약 반년 만에 선보인 것이다. 아틀라스의 놀라운 움직임과 비교하며 옵티머스의 움직임에 제한이 많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았다.


그러나 필자의 관점에서는 많은 사람이 비웃는 순간에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테슬라가 신경망 아키텍처, 오토파일럿, 슈퍼컴퓨터 도조, 데이터 처리, 시뮬레이션 등 여러 분야에서 포괄적이고,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추구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빠른 속도로 인간답게 발전할 수 있고, 소비자 가격을 낮추고, 대량 생산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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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연례 주주총회에서 머스크는 2025년 테슬라에서 일하는 옵티머스가 최소 1000대 이상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테슬라의 기가캐스팅 발전 양상을 살펴보면 그의 발언이 허황한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프리몬트 공장에서는 2대의 옵티머스가 생산라인 끝에서 셀을 가져다가 배송 컨테이너에 넣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대중 시장에서 고가의 센서를 달고, 소음을 내면서 텀블링하는 것처럼 화려하게 움직이는 유압식 로봇이 필요할까. 아니면 다양한 주제에 관한 토론이 가능하고, 신경망을 통해 나날이 지적 역량이 발전하는 두뇌를 가지고도 저렴하고, 소음이 적은 옵티머스를 선호할까.
기존 산업용 로봇의 한계 극복
미국 테슬라 공장에서 활약하는 로봇들을 관찰하니, 산업용 로봇들은 제어 능력의 정밀성, 내구성, 무게 감소, 힘 증가, 규모의 경제를 이루며 상당한 진화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단순 반복적이지만 예측 불가능한 노동에는 인간이 투입되고 있다. 옵티머스는 산업용 로봇이 하지 못하는 노동을 대신할 완벽한 자동화를 목표로 한다.
산업용 로봇은 용접, 조립, 페인트 등 특정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이러한 작업은 고도의 정밀성과 일관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복잡한 AI보다 특정 작업에 최적화된 단순한 프로그램이 더 효율적이다. 산업용 로봇은 제한된 공간에서 다양한 부품을 조립하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작업만 수행한다. 일반적으로 공장 내 인간 근로자와 접촉하지 않도록 설계한 산업용 로봇은 생각이 없다. 그것은 두 눈이 먼 상태로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1979년 최초의 로봇 사고를 비롯해 역대 사고를 조사해보면 모두 인간 근로자가 로봇의 작업 반경에 있었던 경우다. 산업용 로봇은 영혼이 없기에 의인화의 대상이 아니다. 이들 로봇으로 인한 사고는 로봇의 의지가 아닌 단순 반복적인 작업 반경에 인간이 접근해 발생하는 충돌 사고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공장 환경에서 로봇은 정해진 위치에 물건만 정확히 옮길 수 있다. 정해진 위치에 다른 물건을 놓으면 로봇은 작업 오류를 일으킨다. 인간이 시키지 않은 일을 스스로 수행하기는 어렵다. AI 기술은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하기 때문에 산업용 로봇은 효율성과 비용 효과를 중시하여 필요 이상의 기술을 추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옵티머스가 스스로 세상을 탐색해 움직일 지능을 갖는다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신경망으로 환경 학습…자체 컴퓨터 탑재
2023년 5월 여러 대의 옵티머스가 동시에 걷는 모습이 공개됐다. 이들 로봇은 신경망으로 주변 환경을 학습해 기억하면서 더 나은 동작을 보여주었다. 손가락이 장착된 로봇은 섬세하게 물건을 집을 수 있는 능력도 선보였다. 9월에는 로봇이 자기 손 위치나 물건의 색을 구별할 수 있는 비전 기술을 탑재해 흐트러진 물건을 손가락으로 집어 정리할 수 있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가 비전과 관절 위치 인코더만을 사용해 스스로 팔다리의 정확한 위치를 공간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옵티머스의 신경망은 로봇 내부의 컴퓨팅 시스템에서 독립적으로 실행된다. 즉 개별 옵티머스가 데이터를 처리하고 결정을 내리는 모든 계산을 직접 수행한다.
이러한 방식은 옵티머스가 클라우드나 외부 컴퓨터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음을 시사한다. 이는 로봇의 반응 시간을 단축하고, 실시간으로 효율적인 작업을 수행하기 위함이다.
2023년 12월에 발표된 2세대 옵티머스는 이전보다 균형 잡힌 동작과 정교한 작업이 가능해졌으며, 신경망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사물을 더욱 정교하게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선보였다. 특히, 로봇이 물건을 집을 때 힘의 강도를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은 놀라운 발전이었다. 이 모든 변화가 불과 2년 사이에 일어난 것이다.

기가캐스팅 조립하는 옵티머스
독일 IAA 2023에서 만난 미국의 케어소프트 글로벌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기가캐스팅 사이를 오가면서 인간 대신 작업이 가능할 것이다. 모델Y 전면의 기가캐스팅은 작업자가 드나들기 편한 구조다. 테슬라는 전면 캐스팅으로 360개의 부품을 제거할 수 있다. 차대가 지루할 정도로 단순해졌기에 작업자가 차량 전면의 내부를 조립하고 나가는 데 유용한 동선을 제공한다.
덕분에 빠른 속도로 조립할 수 있다. 따라서 U자 형태의 기가캐스팅을 바라보면 옵티머스가 떠오른다. 차량 제조가 이 정도로 간편하게 바뀐다면, 기가 캐스팅 사이를 자유로이 드나들며 작업하는 옵티머스를 상상하게 된다.
여전히 테슬라는 많은 사람에게 전기차 제조사로 보이지만 사실은 AI와 로보틱스를 이끄는 회사다. 슈퍼컴퓨터 인프라 구축에 몰두하기에 그들이 개발하는 AI의 특징은 전기차 자율주행을 넘어 로봇의 인지, 제어, 판단 능력까지 포함한다. 테슬라는 전기차 제조사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로봇 제조사일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괴짜로 비치기도 하지만, 현실은 세계 여러 리더가 미래를 구상할 때 찾는 업계 전문가다. 매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세계정부정상회의(World Government Summit.WGS)가 열린다. 세계 주요 리더가 한자리에 모여 세계 지정학적 상황을 논하기 위해서다.
UAE는 2017년에 AI 장관을 임명한 최초의 국가다. 그 주인공은 오마르 알 올라마로 WGS의 부의장이다. 이는 UAE 정부가 AI와 디지털 경제를 국가의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2025년 2월 그는 WGS에서 온라인으로 연결된 머스크에게 xAI의 거대언어모델(LLM) 그록(Grok) 3에 관심을 표출했다.

AI 업계에서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면서 기대할 만한 기능들은 무엇인지 질문한 것이다. 그러자 머스크는 출시를 앞둔 그록 3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똑똑하다면서 매우 강력한 추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답변했다. 상상조차 못했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이 예상하지 못했던 해결책을 내놓고, 명확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문제에도 기발한 답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이 과장일 수도 있지만 그록 3는 슈퍼컴퓨터 콜로서스를 통해 역대 가장 많은 컴퓨팅 자원을 활용해 훈련된 존재다. 테슬라의 FSD를 위한 도조와 코텍스 슈퍼컴퓨터가 존재하기에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경쟁사에는 위협적인 발언으로 들릴 수 있다.
xAI는 복잡한 과학적 및 수학적 문제를 해결하고 우주를 깊이 이해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이 회사는 암흑 물질, 중력, 페르미 역설과 같은 깊은 과학적 미스터리를 탐구할 수 있는 초지능 AI 시스템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AI를 활용해 물리적 현실을 깊이 이해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xAI는 자율주행, 로봇공학, LLM과 같은 실용적 응용도 핵심 연구에 포함했다.
머스크는 그록 3를 두고 대량의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를 기반으로 훈련했음을 강조했다. 합성 데이터는 인간이 생성하지 않았지만, AI가 실제 데이터를 모방한 것이기에 필요에 따라 거의 무제한으로 생성할 수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AI 모델이 학습한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만약 데이터에 오류가 있다면 그록이 스스로 반성하고 잘못된 데이터를 걸러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제거하는 방식으로 그록 3의 기본적인 추론 능력 자체가 기대 이상으로 뛰어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1조 달러 시장이 열린다

그렇다면 테슬라가 인간과의 상호 작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의 대량 생산에 성공한다면 전기차보다 더 거대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자율주행 전기차는 인간의 이동을 돕지만, 옵티머스는 가정용 로봇, 산업용 로봇, 서비스 로봇, 엔터테인먼트 및 교육 로봇으로 다양하게 인간 사회에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대량 생산 시 생산 비용을 약 1만 달러, 판매 가격을 2만 달러로 생각하고 있다. 만약 쉽지 않은 도전이겠지만, 대량 생산에 성공한다면 머스크의 주장처럼 테슬라는 연간 약 1조 달러의 추가 이익을 낼 수도 있다. 테슬라처럼 로봇을 활용할 줄 아는 기업은 인간의 경제적 활동 규모가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음을 예상하고, 미래를 전략적으로 구상할 것이다.
이선 <테슬라 마스터 플랜> 저자, yongjun@mmaz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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