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들을 위한 금융서비스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중 국내 업계 최초로 초고액자산가 전담 브랜드를 내세운 삼성증권의 ‘SNI 패밀리오피스’는 자산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패밀리오피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스페셜] 패밀리오피스 강자들 - 삼성증권 SNI 패밀리오피스
 (왼쪽부터) 오응범 수석, 김정선 PB팀장, 신연숙 수석, 오선미 지점장, 최현진 수석, 노혜란 영업지점장, 장동영 수석, 서형원 PB팀장. 사진 서범세 기자
(왼쪽부터) 오응범 수석, 김정선 PB팀장, 신연숙 수석, 오선미 지점장, 최현진 수석, 노혜란 영업지점장, 장동영 수석, 서형원 PB팀장. 사진 서범세 기자
통상 패밀리오피스는 자산가들의 집사로 통한다. 가문의 일반적인 자산관리(WM) 외에도 세무·회계와 상속·증여, 가문의 뜻과 전통의 계승,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실천까지 돕는 만능 집사 역할을 도맡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부를 축적하는 자산가들의 인식도 변하면서 과거 ‘조력자’에 가까웠던 패밀리오피스가 이제는 ‘투자 파트너’로서 그 역할이 심층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나날이 자산관리 시장이 한 개인 또는 한 기업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합의 솔루션이 필요해지면서 패밀리오피스의 니즈가 커지는 양상이다.

국내 첫 100가문 돌파…관리 자산 30조 원

삼성증권이 초고액자산가들을 위한 종합자산관리 브랜드 SNI(Samsung & Investment)를 2010년 선제적으로 내놓은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삼성증권은 2010년 ‘SNI’ 브랜드를 론칭한 후, 2020년 6월 업계 최초 ‘투자형 멀티 패밀리오피스’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2024년 1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강남파이낸스센터에 패밀리오피스 전담 지점인 ‘SNI 패밀리오피스센터’를 오픈해, 현재까지 3개 지점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지난해 6월에는 국내 최초로 100가문을 돌파하며 30조 원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초고액자산가 중 1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삼성증권 SNI패밀리오피스센터. 사진 서범세 기자.
삼성증권 SNI패밀리오피스센터. 사진 서범세 기자.
삼성증권 SNI패밀리오피스센터. 사진 서범세 기자.
삼성증권 SNI패밀리오피스센터. 사진 서범세 기자.
오선미 삼성증권 SNI패밀리오피스센터1지점장은 “최근 초고액자산가들은 증권사별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비교하며 자신에게 맞는 프라이빗뱅커(PB)와 회사를 선택하고 있다. 고객들은 단순히 상품을 추천받는 것을 넘어,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면서도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줄 파트너를 원한다”며 “이에 따라 PB 개인의 역량뿐만 아니라, 회사의 조직적인 시스템과 전문 어드바이저 그룹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 지점장은 그러면서 “전통적인 패밀리오피스가 고객의 요구를 수동적으로 따르는 ‘집사’ 역할을 했다면, 현재 패밀리오피스는 고객과 함께 투자 전략을 구상하는 ‘동반자’로 진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문 조직과 커뮤니티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사모 대체펀드 등 기관투자가급 상품 제공

그의 말대로 삼성증권 패밀리오피스는 가문별 전담위원회를 구성해 고객별 맞춤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라이빗 딜(private deal), 리서치, IB(투자은행), 국내외 세무·부동산, 인사·조직 문화 등의 관심 분야에 대해 총 60여 명의 삼성증권 본사 전문 인력을 전담 위원으로 구성했다. 전담위원회를 통해 자산관리와 기업 솔루션뿐 아니라 상속, 유언장 작성, 부의 이전 등 비재무적 헤리티지 서비스까지 제공받고 있다. 또한 ‘패밀리오피서(Family Officer·FO)’를 임명해서 삼성증권 패밀리오피스 사업 전략의 서비스 고도화도 진행하고 있다.

서형원 삼성증권 SNI패밀리오피스센터1지점 PB팀장 역시 “자산가들의 자산이 점점 다양해지고 규모가 커지면서 주식, 사모펀드, 부동산, 비상장 투자 등 여러 분야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늘어났다”며 “세금 및 법률 리스크 관련 총괄 자문은 물론이고, 자녀 교육 및 승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패밀리오피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SNI패밀리오피스센터의 핵심 서비스는 패밀리오피스 전용 상품이다. 소규모 투자자들만 참여하는 클럽딜, 삼성증권의 자기자본과 함께 투자하는 공동투자 기회 등 기존의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기관투자가급 상품을 제공한다.
삼성증권 SNI패밀리오피스센터. 사진 서범세 기자.
삼성증권 SNI패밀리오피스센터. 사진 서범세 기자.
골드만삭스, 칼라일, MBK파트너스 등 글로벌 최고 수준 운용사의 사모 대체펀드에 동시 투자할 뿐만 아니라 국내 우량 비상장 프로젝트 거래, IB와 연계된 사모대출 투자 등 다양한 라인업의 패밀리오피스 전용 상품을 해당 고객들에게 제공했다. 특히 2023년에는 KT클라우드, SK팜테코 등 국내 대기업 계열사 비상장 투자 딜에 단일 기관으로는 최대 규모를 모집하기도 했다.

서형원 팀장은 “본사 상품팀, 리스크팀을 통해 수익률, 내부 컴플라이언스등 검증된 해외 운용사를 발굴하고 일정 기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선별된 운용사와 협업을 통해 상품을 소싱하는 등 패밀리오피스 가문에 적합한 상품을 제공한다. 또한 과거에는 기관의 전유물이었던 상품을 삼성증권의 패밀리오피스 가문에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전사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맞춤형 솔루션 제공 위해 협업 강화

이 밖에도 최근 패밀리오피스의 역할이 기업승계, 상속, 교육까지 확대되면서 보다 정교한 맞춤형 솔루션이 요구되고 있다. 고객과의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니즈를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A급 PB’의 역량은 필수다.

SNI 패밀리오피스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PB 개인의 역량뿐만 아니라, 조직적인 협업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고객별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내부 PB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멤버들과 지속적인 정보 공유를 통해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특히 단순 상품 추천을 넘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미래 계획을 고려한 종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령 고객이 자녀 이야기를 꺼낼 때 교육이나 증여 계획을 파악하고 미리 맞춤형 솔루션을 준비하는 방식이다.

SNI 패밀리오피스는 내부 PB들이 협의체 형태로 지속적인 의견을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단일 PB가 아닌 여러 전문가가 고객을 위한 최적의 전략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선미 지점장은 “올해는 패밀리오피스센터의 기능과 역량을 고도화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자산가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한국 패밀리오피스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해외 금융사들과 협력하고, 클럽딜과 공동 투자 프로젝트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오선미 삼성증권 SNI패밀리오피스센터1지점장. 사진 서범세 기자
오선미 삼성증권 SNI패밀리오피스센터1지점장. 사진 서범세 기자
“변동성 장세, 글로벌 패밀리오피스 간 클럽딜 활성화될 것”
오선미 삼성증권 SNI패밀리오피스센터1지점장


SNI 패밀리오피스 고객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
“저희 패밀리오피스센터에는 금융 자산이 1000억 원 이상인 고객분들이 많다. 저희 내부 기준으로 봤을 때, 실질 운용자산이 1000억 원 이상인 가문이 약 30~40가구 정도 된다. 단순히 자산이 많은 고객이 아니라, 상당히 고도화된 금융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층이 모여 있다고 보면 된다. 기본적으로 SNI 고객은 삼성증권 기준으로 예탁자산이 30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 2010년에 SNI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누가 증권사에 30억 원을 맡기겠느냐’라는 의구심도 많았다. 하지만 14년 이상 이 시장을 개척하면서 이제는 30억 원 이상의 고객들이 VIP의 최소 기준이 됐다.”

삼성증권만의 강점은.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는 결국 PB의 역량과 시스템이 핵심이다. 과거에는 고객들이 ‘내가 바쁘니까 대신 맡아줘’라는 방식으로 PB를 찾았다면, 현재의 고객들은 ‘내가 시장을 공부하면서 PB와 함께 논의하고 싶다’는 니즈를 가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PB의 역할도 단순한 금융 상품 세일즈를 넘어서 투자 파트너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각 분야 전문 인력은 필수다. 저희 지점만 해도 저를 포함해 총 8명의 PB로 구성(골든마스터 PB 1명·PB팀장 2명·수석 PB 4명)돼 있으며,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패밀리오피스 고객들에게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패밀리오피스 가문과의 장기적인 협업을 위해 젊고 역량 있는 PB들을 적극 배치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PB들의 80% 이상이 40대 직원이며, 평균 15년 이상의 PB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금융 상품 제공을 넘어, 고객과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지속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운영 방식이다. 또한 패밀리오피스 고객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금융 및 비금융 서비스(자산관리, 법인자금 관리, IB, 세무·부동산 컨설팅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자격과 지식을 갖춘 직원들로 100% 구성한 점도 차별화된 강점이다.”

자산관리 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가장 큰 변화는 부의 세대교체다. 기존에는 자산가들이 자산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가 사후에 상속하는 방식이 많았다면, 이제는 자녀들이 투자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관리 역량을 키우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부모님들이 자산을 관리하면서 ‘내가 은퇴할 때까지 돈을 쥐고 있다가 나중에 상속해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 이제는 ‘우리 아이들이 자산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미리 교육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자리 잡고 있다.”

젊은 자산가들의 투자 스타일도 변화하고 있을 것 같은데.
“젊은 자산가들은 투자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하다. 특히 단순한 금융 상품 투자가 아니라 스타트업, 벤처캐피털(VC), 대체투자 등 혁신적인 투자 방식에 관심이 많다.”

최근 고객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투자 섹터는 무엇인가.
“요즘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고객들은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저희는 이미 수년 전부터 달러 자산을 자산의 30% 이상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자산을 다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특히 올해는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채 및 대체투자 자산이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면 메자닌 투자나 헤지펀드, 글로벌 패밀리오피스 간의 클럽딜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증권은 해외 운용사와 협력해 고객들에게 경쟁력 있는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오랜 기간 PB를 하고 있는데, 가장 보람됐던 순간이 있다면.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가장 보람차다. 오랜 시간 고객과 신뢰를 쌓고, 그 과정에서 고객의 기업이 성장하고, 자산이 이전되며, 자녀세대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감동적이다. 한 고객분께서 은퇴하면서 ‘오늘날 내 성공의 과정에서 당신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말씀해주셨을 때, 그 말 한마디가 지금까지의 노력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K-패밀리오피스가 좀 더 성숙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현재 국내 PB 서비스는 무료 상담을 기본으로 하지만, 해외처럼 서비스의 질과 차별성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 PB가 단순한 금융상품 판매자가 아니라, 전문적인 금융 컨설턴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서비스 자체의 가치를 높이고 이에 대한 적절한 수익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고객과 PB의 관계가 단기적인 성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신뢰 관계 형성을 위한 구조적인 개선이 돼야 할 것 같다. 삼성증권 SNI 패밀리오피스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PB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금융 상품 판매 중심의 서비스에서 벗어나, 고객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금융 시장이 글로벌 수준의 패밀리오피스 모델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할 계획이다.”
조력자에서 투자 파트너로…클럽딜 등 전용상품 강화
글 김수정 기자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