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 인터뷰]
1994년 영국 런던에서 탄생한 영국 컨템퍼러리 패션 브랜드 ‘올세인츠(Allsaints)’. 경쟁이 심화된 패션 시장에서 동시대에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올세인츠는 2014년 아시아 첫 진출국으로 한국을 택했을 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지난 1월 중순 올세인츠를 이끄는 수장, 피터 우드(Peter Wood) 올세인츠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올세인츠의 진면목과 한국 시장의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재봉틀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인 올세인츠 파르나스몰 매장 앞에 선 피터 우드 올세인츠 글로벌 CEO. 2010년부터 올세인츠와 함께한 그는 2010년 올세인츠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해 2016년 올세인츠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18년부터 올세인츠 글로벌 총괄 CEO를 맡고 있다.
재봉틀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인 올세인츠 파르나스몰 매장 앞에 선 피터 우드 올세인츠 글로벌 CEO. 2010년부터 올세인츠와 함께한 그는 2010년 올세인츠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해 2016년 올세인츠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18년부터 올세인츠 글로벌 총괄 CEO를 맡고 있다.
- 만나서 반갑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을 방문했는데, 이번 서울 방문의 목적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국은 올세인츠가 아시아 시장에 처음 진출한 국가이며,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브랜드와 함께 성장해 왔다. 그리고 올세인츠의 30주년을 맞이한 해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전 세계 각 지역의 팀을 직접 만나 그동안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고자 한다.(참고로 올세인츠의 2425 회계연도(Fiscal Year·FY)는 2024년 2월~2025년 1월에 마감한다.) 그렇기에 이번 방한은 한국 팀에 대한 감사와 2014년 올세인츠 코리아가 설립될 때부터 함께해 온 팀원들의 헌신을 진심으로 축하하기 위함이다. 론칭 이후 현재까지 6명의 팀원이 10년 이상 올세인츠 코리아와 함께하고 있다. 어젯밤, 이를 기념하는 작은 축하 자리를 가졌다.”

- 2024년 한국 론칭 10주년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아시아 첫 진출국인 한국은 올세인츠에 있어 어떤 의미인가.
“이전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올세인츠의 역사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진 시장이다. 30년의 역사를 지닌 올세인츠가 첫 번째 아시아 진출국으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크고,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역동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쿨’한 감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포용적이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길 원한다. 한국 역시 브랜드 철학과 맞닿아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기에, 아시아 진출의 첫 시작점으로 한국을 택한 것은 성공적이었다. 또한 올세인츠의 아시아 대표 션(Sean Rah·나승훈)이 한국 출신이다. 그는 2013년 올세인츠 아시아 지역의 첫 번째 직원으로 합류했으며, 지금까지도 함께하며 중요한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아시아 팀이 한국인에 의해 이끌어지고 있다는 점이 매우 자랑스럽다.”

- 한국은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나라다. 유행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기도 하고.
“지난해에도 느꼈지만, 다시 한번 한국이 가진 에너지와 패션에 대한 열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특히, 한국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역시 패션을 향한 뜨거운 애정을 가지고 있다. 한국 고객의 대다수는 취향이 확고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가 뚜렷하다. 물론, 나라별 문화와 정서는 모두 다르지만 전 세계 모든 고객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패션을 사랑한다는 점이다. 올세인츠 고객이 되기 위한 유일한 조건이 있다면, 바로 패션을 즐기고, 그것을 사랑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남성들, 더 나아가 한국인들의 스타일 감각과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은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데 큰 영감을 준다.”

- 한국 시장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알려달라.
“올세인츠는 남성복으로 시작한 브랜드이지만, 1997년 여성복을 선보이며 유니섹스 패션 브랜드로, 2000년부터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거듭났다. 이제는 남녀 비율이 5:5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속에서도 올세인츠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패션을 즐기는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포용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기를 원한다. 오전 미팅 때 우리는 올해 한국 시장에서 남성복 및 여성복 매장을 추가 오픈할 계획을 공유했다. 이러한 매장 확장을 통해 더 많은 고객들이 올세인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패션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환영하는 올세인츠 브랜드의 철학을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
피터 우드 올세인츠 글로벌 CEO “리테일 브랜드가 아닌, 감성을 전하는 브랜드”
- 2010년부터 올세인츠와 함께했다. 지금까지 커리어를 돌아봤을 때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나는 어린 시절 미래에 대해 생각할 때 한 번도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최고경영자(CEO)가 될 것이라 예상한 적이 없다. 어릴 때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루크 스카이워커’(1977년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의 주인공)라고 대답했다. 4살 때 아버지와 함께 처음 본 영화가 <스타워즈>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40년이 흘러 2018년 올세인츠 글로벌 CEO가 된다는 소식을 들은 날, 나는 출장 중 하루 일정을 마치고 뉴욕의 호텔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토크쇼에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 역을 맡았던 마크 해밀(Mark Hamill)이 출연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가 등장할 때 입고 있던 옷이 바로 올세인츠 제품이었다. 그 순간, 말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스타워즈>를 보며 꿈을 키운 소년이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CEO가 된 날, 루크 스카이워커가 올세인츠를 입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되다니! (웃음) 영광이자 숙명이라고밖에…. 이외에도 기억할 만한 순간은 너무나 많지만 한 가지만 선택한다면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꼽겠다.”

- 올세인츠만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올세인츠는 특정한 나이, 성별, 국적, 라이프스타일에 국한되지 않는 브랜드다. 우리는 럭셔리 브랜드를 즐겨 입는 고객부터 실용성을 중시하는 고객까지 모두를 아우른다. 그리고 패션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환영한다. 브랜드 역사의 절반과 함께한 내가 깨달은 점은 올세인츠에게는 굉장히 유니크한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옷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하는 브랜드다. 그것이 바로 올세인츠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고객이진 않지만, 적어도 모든 사람들은 잠자리에 들 때 대충 ‘내일은 뭐 입지’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자신의 소비 스타일에 상관없이 올세인츠에는 그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이 올세인츠의 매우 특별한 부분이다.”

- CEO로서 미래의 고객에게 올세인츠가 어떤 브랜드로 인식되기를 바라는가.
“내 사무실 책상 뒤에는 1994년 올세인츠의 첫 번째 캠페인 사진이 걸려 있다. 이 사진은 나에게 항상 중요한 메시지를 상기시켜준다. 당시 올세인츠는 남성복만 판매했는데 사진 속 모델이 입고 있는 옷과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올세인츠 옷은 다르지만, 브랜드의 철학과 태도(attitude)는 30년 전과 지금이 동일하다. 올세인츠는 단순히 개별적인 옷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개성을 표현하는 자신감과 태도를 전하는 감성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들은 자신을 탐색하고,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올세인츠는 그들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더욱 자연스럽고 당당할 수 있도록 돕는 브랜드가 됐으면 한다. 나는 항상 팀원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난 51살이고, 꽤 오랜 시간 ‘쿨해지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이제는 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워졌다’라고. 올세인츠는 내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고, 나는 올세인츠가 젊은 세대들에게도 그런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피터 우드 올세인츠 글로벌 CEO “리테일 브랜드가 아닌, 감성을 전하는 브랜드”
- 마지막으로,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올세인츠의 미래를 듣고 싶다.
“언젠가 팀원들에게 내가 꾼 아주 특이한(strange) 꿈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상상해보세요. 두 명의 할머니가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느 거리에서 걷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가는 길 어디에서든 올세인츠 매장이 있다. 그들은 우리 고객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매장을 보며 서로 마주 보며 말한다. ‘여기 봐, 올세인츠 매장이 있네!’ 나는 브랜드가 고객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올세인츠 매장이 있는 도시는 단순히 매출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그 지역 사회와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올세인츠가 단순한 리테일 브랜드가 아닌, 감성을 전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이유다. 그것도 긍정적인 필링(feeling)을!!! 이 모든 것의 궁극적 목표는 미래의 고객들에게 ‘올세인츠=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양정원 기자 neiro@hankyung.com | 사진 송경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