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들의 순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연말 순자산총액 기준 3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 2월 5일 ‘ACE ETF’의 운용을 책임지는 남용수 ETF운용본부장을 만났다.

[마켓 인터뷰]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
“상품 개발에 진심… ETF 시장의 ‘마켓 셰이퍼’ 될 것”
한국투자신탁운용은 ‘ETF 대전’에서 처음으로 KB자산운용을 제치고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점유율 3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현재까지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이며, 점유율 확대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특히 상품 개발 및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데 역량을 모았다”고 말했다.

남 본부장은 한화자산운용, 사모펀드 등을 거쳐 2023년 1월 한투신탁운용 ETF운용본부에 합류한 금융공학 전문가다. 약 15년간 펀드 운용을 하며 퀀트 투자 전략을 구사해 왔으며, 한국퀀트협회를 창립해 6년간 회장을 맡기도 했다. 남 본부장은 “올해는 빅테크와 트럼프 리쇼어링 정책 수혜, 금 선호 지속 등의 키워드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 최근 ETF 시장에 대한 진단은.

“ETF 시장은 팬데믹 이후 개인투자자들과 연금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공부를 하고, 편리한 투자 플랫폼도 생기면서 직접투자가 늘어났다. 지난해 대표적으로 커버드콜 ETF의 경우, 운용사들이 상방 제한의 단점을 극복하는 노력을 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커버드콜에서 중요한 건 결국 기초자산이다. 기초자산을 달리해서 알파를 추구하는 전략에 대해 이제는 개인투자자들이 이해를 하고 투자한다. 개인투자자 중심의 ETF 시장 성장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품 개발에 진심… ETF 시장의 ‘마켓 셰이퍼’ 될 것”
- 올해는 어떤 트렌드가 주목되나.

“연금 시장은 매년 20%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연금 계좌에서 베스트셀러는 단연 미국 대표지수들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을 추종하는 ETF에 꾸준히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특히 일별로 보면 월급날을 전후로 자동 매수를 걸어 놓은 투자자들이 눈에 띈다. 이때 들어오는 금액이 다른 날 대비 두세 배다. 연금 계좌 등에서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ETF 시장 성장은 한국만의 특징은 아니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해외에서도 ETF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이 트렌드에 매우 발 빠르기 때문에 운용사들도 발맞춰 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 치열한 점유율 경쟁에서 처음으로 3위에 올라 화제를 모았는데.

“ETF 사업을 반드시 성장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회사 전반에 형성돼 있다. 배재규 사장을 비롯해 경영진이 ETF 사업을 매우 중시하고 있고, 이에 따라 연구 및 홍보 활동도 활발히 이뤄졌다. 리서치 역시 ETF운용본부만이 아니라, 주식 리서치팀과 협업하며 보다 정교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또 하나의 배경은 젊은 조직 문화에 있다고 본다. 저희 본부의 구성원들은 비교적 젊은 편인데, 부서장급은 1980년대 초반생이고 매니저급과 팀원들은 대부분 1990년대생이다. 이들이 작은 성공 경험을 쌓아 가면서 점점 더 도전적인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 ETF운용본부장으로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무엇인가.

“한투운용에 합류한 후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이 ETF 투자자들의 구매 패턴 분석과 불편함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시장과 투자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적시에 공급하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판단했다. 먼저 상품 개발 및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ETF 개발 과정에서 시장 변화를 한눈에 확인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도록, 데이터 기반의 자동화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 한투운용 ETF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ETF의 경쟁력은 상품에 있다. 이 상품을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해서 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단순히 보수만 낮춘 것인지,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캐치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인지는 분명 차이가 있다. 지난해에 저희가 출시한 ETF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했다. 커버드콜 ETF의 경우 제로데이트 옵션(만기가 24시간 이내에 도래하는 옵션) 개념을 처음으로 들여왔고, 이를 통해 높은 분배율의 ETF를 론칭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ACE 미국빅테크 TOP7 Plus’, ‘ACE 글로벌AI맞춤형반도체 ETF’ 등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투자자들의 공감을 얻은 상품들도 다수 있다.”

- ETF 운용 전략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다면.

‘ACE 미국500데일리타겟커버드콜(합성) ETF’, ‘ACE 미국반도체데일리타겟커버드콜(합성) ETF’, ‘ACE 미국빅테크7+데일리타겟커버드콜(합성) ETF’는 지난해 동시 상장한 국내 최초 데일리 옵션 활용 커버드콜 ETF다. 데일리 옵션은 매일 매도가 이뤄진다. 기존에는 위클리 옵션이나 먼슬리 옵션 매도 전략이 많았는데, 데일리 옵션을 선보인 것은 옵션 매도 주기를 짧게 해 프리미엄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실제 출시 이후 지난 1월까지 커버드콜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 출시한 ETF 중 최고 인기 상품은 무엇인가.

“지난 한 해 전체 ETF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합성)’다. 2024년 연간 수익률 197%를 달성하며 국내 상장 ETF 935개 중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성과가 우수했던 다른 ETF로는 ‘ACE 미국빅테크TOP7 Plus’와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가 있다. 이 두 상품은 각각 83%, 8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기준으로 가장 인기 있었던 상품으로는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가 있다. 이 상품은 연간 기준 개인순매수액 4549억 원으로, 국내 상장 ETF 중 10위를 기록한 바 있다.”

- 운용사마다 빅테크 관련 ETF를 내놓았는데, 차별점이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빅테크 ETF는 10개 이상의 종목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한투운용은 인공지능(AI)과 미래 산업을 주도할 핵심 기업만을 담았다. 매그니피센트 7(M7) 개념이 나오기 전부터, 저희는 진정한 경쟁 우위를 가진 기업이 7개뿐이라고 분석했다. 압축된 종목 구성은 리스크가 따르지만, 그만큼 미래 성장성을 신뢰하는 전략적 접근이기도 하다.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합성)’와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는 운용 방식은 동일하되, 레버리지가 적용된 여부만 차이가 있다.”

- 미국 주식 베스트셀러 상품은 어떤 전략을 쓰고 있나.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는 국내에서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미국 주식들을 편입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 방법론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서학개미’와 유사하지만,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는 순이익이 나지 않는 주식은 제외하는 점이 차이다. 부실 기업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재무제표 요건을 추가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테슬라,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이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고, 이들 종목이 ETF 내에 편입되면서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예탁결제원의 공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예탁결제원에서 지난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매수된 미국 주식 및 보유 상위 종목들을 공개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ETF 지수를 구성한다. 현재 미국 주식 베스트셀러 ETF는 10종목을 포함하고 있다.”

- 실제 데이터에 기반해 해외 주식 선호도를 반영해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배재규 사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상품이다. 남들에게 뒤처지기 싫어하는 ‘포모 현상’에 착안해, 미국 주식에 쉽게 투자할 수 있는 ETF를 만들어보자는 데서 출발했다. 그런데 예탁결제원의 데이터는 외부에 제공된 사례가 한번도 없었다. 이 부분을 풀기 위해 8개월 동안 예탁결제원을 지속적으로 설득했고, 마침내 데이터를 얻어 상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 순매수로 봤을 때는 미국 국채에 투심이 몰렸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금리 인하에 직접적으로 베팅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 상품도 국내 최초로 출시한 상품이다. 기존 선물형은 있었지만, 현물 기반의 미국 30년 국채 ETF를 2023년 1월 처음 선보이면서 연금 계좌에서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ACE 미국S&P500’, ‘ACE 미국나스닥100’은 대표적인 미국 지수 상품으로, 마찬가지로 연금 계좌에서 적립식 투자 형태로 꾸준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때 기준이 있나.

“내부적으로 철저한 기준을 설정해 검증한다. 적시성(지금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상품인가), 상품성(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인가), 실현 가능성(운용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무엇보다 단순히 시장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투자 가능한 상품인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저희의 철학이 ‘고객이 돈을 벌게 하는 것’이다. 밈 주식처럼 단기간에 급등했다가 하락하는 상품보다는, 조금 늦게 내더라도 깊이 있는 상품을 만들고자 한다. ‘최고의 상품(best-in-class)’과 ‘최초의 상품(the first)’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어떤 의미에서의 최초를 말하나.

“예를 들어, 미국 중소형 기업이나 반도체 관련 ETF가 이미 존재하지만 저희가 출시한 ETF는 기존 상품들과 차별화된 요소가 있다. 미국 중소형주 ETF 가운데 실제 미국에서 매출이 발생되는 기업을 모아놓은 포트폴리오는 없었다. ‘ACE 글로벌AI맞춤형반도체 ETF’는 미래에 AI 기반 추론 연산을 위해 맞춤형 반도체를 개발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한 ETF다. 엔비디아가 학습 관련 중요 기업이지만, 결국 추론 쪽으로 넘어가면 빅테크 기업들은 자신들의 칩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래서 동종 유형 중 브로드컴 비중을 가장 높게 편입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에 없던 차별적인 접근 방식의 ETF라고 볼 수 있다.”

- ETF 본부의 문화는 어떠한가.

“조직원 모두가 상품 개발에 진심이다. 상품 개발 과정에서도 운용부서와 상품부서가 애자일 조직처럼 긴밀히 협업하며, 전사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ETF 본부는 최소 주 1회 아이디어 공유 미팅을 진행하며, 현재 당장 출시할 수 있는 상품만 30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장기 투자 메리트가 있는 상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또한 업무 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남는 자원으로 심층 리서치를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주는 딥시크 AI의 등장과 그 파급효과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고, 지난주에는 CES 2024에서 화제가 된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장 전망을 연구했다. 모든 운용 및 상품부서의 직원이 돌아가면서 발표하며, 임원진도 참석해 피드백을 주고 있다.”

- 올해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현재 딥시크 논란으로 시장이 과민 반응한 측면이 있지만, 오히려 긍정적인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형 AI 모델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AI의 활용 분야도 급격히 확장될 것이다. 올해도 AI 관련 빅테크 기업의 강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관련 상품으로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를 선보인 바 있다. 또한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보호무역 정책이 부각되고, 리쇼어링 수혜를 받는 기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전날인 1월 21일, ‘ACE 미국중심중소형제조업’ ETF를 출시했다. 또한 올해도 리스크 헤지 자산으로서 금의 역할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대한 투자 수요도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ACE KRX금현물’을 내놓았다. 요약하자면, 올해는 빅테크 지속, 트럼프 리쇼어링 정책 수혜, 금 선호 지속의 키워드를 예상하고 있다.”

- 시장 반응이 좋지 않은 상품은 어떤 것이었나.

“‘ACE 코리아 밸류업’이 가장 인기가 없었다. 거래량도 저조했고, 한국 증시의 밸류업 정책이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한 영향이 컸다. 한투운용은 전체 ETF의 80% 이상이 해외 ETF이고, 국내 ETF는 많지 않다. 지난해에 출시한 국내 ETF는 총 4개다.”

- 올해 한국 증시는 어떻게 전망하나.

“섹터별로 수익률이 크게 갈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눈여겨볼 만한 산업은 수출 중심이면서 중국과 경쟁하지 않는 업종이다. 조선업, 방산, 원전이 주요 관심 섹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연금 시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데.

“연금 시장에서 적립기와 인출기를 구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ETF 시장에서 대부분의 상품은 적립기에 최적화돼 있다. 하지만 은퇴 이후 자금을 운용하는 인출기에 최적화된 ETF는 거의 없다. 관련 ETF 개발을 위한 리서치를 집중적으로 진행 중이다.”

- 마지막으로 올해의 다짐은.

“저희의 장기적인 목표는 ‘마켓 셰이퍼(Market Shaper)’가 되는 것이다. 즉, 시장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는 운용사가 되겠다는 의미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노력이 고객 가치를 제고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 기대한다.”
“상품 개발에 진심… ETF 시장의 ‘마켓 셰이퍼’ 될 것”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