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출간된 <일론 머스크 플랜3>는 테슬라의 비전과 액션 플랜을 파헤친 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거쳐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AT커니에서 근무하는 이진복 컨설턴트가 썼다. 그를 만나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물었다.
[커버스토리] 이진복 AT커니 컨설턴트
그러다 이 컨설턴트가 테슬라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20년경이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을 다닐 당시 테슬라에 납품하는 배터리 매출을 보게 됐다. 처음에는 몇십 억에서 시작한 매출이 몇백 억, 몇천 억, 조 단위까지 급격하게 올라갔다”며 “파산할 뻔했던 회사에 배터리를 왜 이렇게 많이 팔까라는 의문으로 테슬라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됐다. 테슬라를 공부하고 전현직 직원들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이 기업의 잠재력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테슬라라는 기업에 대한 오해가 많다고 말한다. 무조건 찬양할 필요는 없지만, 테슬라가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진짜 이유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짚어볼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거쳐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인 AT커니에서 전기차, 배터리, 로봇 등 정보기술(IT) 산업 전문 컨설턴트로 근무하는 이 컨설턴트를 만나, 테슬라의 경쟁력과 비전, 리스크에 대해 들어봤다.

“테슬라를 잘 모르는 분들은 이 회사가 아직 전기차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컨센서스에 비해 1만~2만 대 정도 미달했어요. 그러자 테슬라 주가가 순간적으로 급락했죠. 그런데 지금은 테슬라가 전기차를 1만~2만 대 덜 파느냐, 더 파느냐가 중요한 시점은 아닌 것 같아요. 현재 준비 중인 자율주행·에너지·로봇 사업이 얼마나 더 커질 수 있으며, 그 사업성을 입증할 수 있느냐를 보는 것이 훨씬 중요한 시점입니다. 결국 테슬라는 전기차 기업이라기보다는 인공지능(AI) 기업 혹은 로봇 기업의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단순한 전기차 기업이 아니라는 말인데요. 그럼 테슬라라는 기업을 이해할 수 있는 핵심 DNA를 꼽는다면요.
“사업적 허들이 생겼을 때 ‘내재화’를 통해 해결하는 게 가장 큰 강점이자 DNA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새로운 산업이 커져 나갈 때 이를 뒷받침하는 밸류체인도 함께 커져야 하는데요. 밸류체인이 사업의 성장을 떠받치지 못한 채 발전을 가로막는 경우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테슬라는 내재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왔죠. 대표적으로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는 것은 이제 너무 유명한 얘기죠. 올해부터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즉 리튬 정제 공장까지 직접 가동하게 됩니다. 내재화의 수준을 극한까지 늘려 가며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게 테슬라의 강점이라고 봅니다.”
내재화로 인해 사업적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투자 대비 큰 이익을 보지 못할 위험도 있지 않을까요.
“그 부분도 테슬라에 대한 오해 중 하나입니다. 테슬라의 내재화는 ‘이렇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해서 내리는 전략적인 선택이 아닙니다. 생존을 하기 위해 갈 수밖에 없는 길이에요. 예를 들어 테슬라가 2003년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신생 기업에 배터리를 공급해줄 수 있는 회사가 존재했을지 생각해봅시다. 당시엔 없었습니다. 캠코더에 들어가는 원통형 배터리를 하나하나 엮어 배터리팩을 직접 개발할 수밖에 없었죠.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봅시다. 테슬라가 전기차를 더 많이 팔려면 전기차 가격이 저렴해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배터리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요. 배터리를 개발하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같은 기업이 배터리를 더 저렴하게 만들어줄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리면 되는 걸까요. 그럴 수는 없었겠죠. 직접 개발에 뛰어들어서 그들을 채찍질하고, 더 좋은 기술이 배터리에 도입돼 원가가 빨리 낮아질 수 있도록 ‘메기’의 역할을 하는 게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 외주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기존의 내연기관차 시장은 굉장히 성숙된 산업입니다. 밸류체인이 굉장히 발전돼 있기 때문에 메기효과를 일으킨다거나 직접 개발에 뛰어들어서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는 거예요. 밸류체인이 안정돼 있으니 외주화를 택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죠. 반면 테슬라가 주도하는 전기차, 에너지, AI는 이제 막 성장하는 신생 산업입니다. 밸류체인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예요. 더군다나 내연기관차를 핵심 사업으로 하는 기업은 전기차를 못 팔더라도 내연기관차를 1대 더 팔면 되지만, 테슬라는 전기차를 팔지 못하면 사업이 흔들립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대해서는 엇갈린 시각이 존재합니다.
“어떤 산업이 새로 성장할 때 의견이 갈리는 건 당연한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전기차 산업이 더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미 중국에서는 올해 전기차 침투율이 50%를 넘어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요. 미국, 유럽은 잠시 주춤한 상황이지만 자율주행이 전기차의 성장을 부추기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거든요. 이전에는 전기차를 샀을 때 부가 옵션으로 자율주행 기능을 활용했다면 앞으로는 자율주행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전기차를 반드시 구매해야 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봐요.”
머스크의 에너지 사업에 대해서도 궁금한데요. 왜 에너지 사업에 힘을 주고 있죠.
“테슬라의 비전이 뭔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머스크는 근본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비전을 세웠어요. 테슬라라는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시키고 지구를 지속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거잖아요. 테슬라와 에너지 사업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상황이죠. 그가 2023년에 발표한 ‘마스터 플랜3’를 보면, 전기차 이외에도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제를 만들기 위한 여러 목표를 제시했어요.”
테슬라의 사업적 방향성은 뭔가요.
“향후 3년간 자율주행·로보택시·에너지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테슬라의 사업 구조가 바뀔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애플처럼 되지 않을까 싶어요. 현재 애플의 전체 매출 중 30% 정도가 소프트웨어 서비스에서 나옵니다. 3분의 1가량의 매출을 아이폰이 아닌 소프트웨어에서 창출하고 있는 거죠. 테슬라도 비슷한 형태의 사업 구조를 3~4년 뒤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매출의 60%가 전기차 사업에서 올린다면, 20%는 로보택시와 완전자율주행(FSD) 판매 사업에서 나오게 되는 거죠.”
테슬라의 비전이 앞서 언급한 ‘지속 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이라면, 로봇 사업은 그에 완전히 부합하진 않아 보이는데요.
“사실 저는 머스크가 마스터 플랜4를 발표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마스터 플랜4를 통해 왜 로봇 사업을 하려고 하는지 공개할 것이라고 예상하는데요. 머스크의 비전을 추정해볼 수는 있겠죠. 테슬라의 원래 목표는 전기차를 한 해에 2000만 대 파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기차가 굉장히 저렴해져야 합니다. 공장의 생산 효율성이 극도로 높아져서 단시간 안에 많은 전기차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요. 공장 자동화 수준을 최대한 올려야 한다는 말이죠. 이를 위해 인간 대신 24시간 일할 수 있고, 손이 더 빠른 로봇을 활용하겠다고 판단한 게 아닐지 추측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는 1차적인 목표일 거고요. 테슬라는 올해 옵티머스를 양산해 자신들의 공장에서 먼저 가동해본 뒤, 추후에 외부 판매를 하겠다는 생각인데요. 향후 로봇 성능이 좋아지기 시작하면 제조 공장이 아니라 가정용, 오피스용으로 로봇을 보급하기 시작할 겁니다. 로봇 사업의 범위가 점점 확장되는 겁니다. 그 시점에는 또 다른 비전을 제시할 수 있겠죠. 인간이 노동하지 않아도 되는 윤택한 사회를 만든다는 목표가 나올 수도 있는 거고요. 일단 마스터 플랜4가 나올 때까지는 기다려봐야 될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머스크는 FSD(Full-Self Driving)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가 약속을 어겼는데요.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됐을까요.
“CEO가 완전자율주행을 5~10년 뒤에 현실화시키겠다고 이야기하면, 내부 AI 엔지니어에게 큰 동력이 되지 않잖아요.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당장 1년 뒤에 이 계획을 실현시키겠다고 공표해, 회사 내부를 채찍질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고 봐요. 실제 데이터를 통해 테슬라 자율주행의 성능이 입증되고 있거든요. 테슬라 FSD의 성능을 파악할 수 있는 ‘마일당 운전자 개입 수준’이라는 지표가 있는데요. 아크인베스트의 예측에 의하면 이 지표가 올해 하반기 70만 마일을 넘어설 것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운전했을 때의 사고율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실제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등을 통해 FSD를 직접 경험하고 오는 분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한 번 타보면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힘들다고 말하더군요.”
미국 내 FSD 관련 법적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아직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자율주행, 로보택시 상용화의 가장 큰 문제는 미국 내 주별로 관련 규제가 다르게 적용된다는 겁니다. 텍사스주는 자율주행에 굉장히 호의적인 편이에요. 이 때문에 테슬라의 로보택시도 텍사스에서 가장 먼저 출시하려는 거고요. 반면 규제가 까다로운 주도 존재하죠. 머스크가 트럼프 내각에 참여한 뒤 이런 구상을 내비쳤어요. 지금은 자율주행과 관련해 주 단위 규제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연방 차원에서 통합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계획이요. 물론 현실화되기 쉽지 않은 이야기라, 실제로 이뤄질지 호언장담하기 힘듭니다. 어쨌든 그는 규제의 허들을 넘으려고 노력할 것이고, 올해 텍사스나 캘리포니아에서 로보택시 서비스가 잘 운영된다면 다른 주들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겠죠. 시장에서도 머스크가 트럼프 내각에 공식적으로 참여를 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율주행 규제는 큰 허들이 아니라는 시각이 큰 것 같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차 사업에 불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테슬라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닌가요.
“전기차 판매에 타격을 입긴 하겠지만 경쟁사에 더 큰 타격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테슬라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는 전기차 판매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어요. 포드는 지난해 전기차 사업에서만 7조 원의 적자를 냈을 정도죠.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전기차 지원금이 끊기거나 줄어든다면 이들이 더 이상 전기차 사업에 투자할 수 없게 됩니다. 사업을 접는 것까지 고려해야 하죠. 반면 테슬라는 전기차를 통해 이익을 내는 입장이고, 보조금이 조금 줄어들더라도 사업을 영위할 수 있거든요. 단기적으로는 테슬라에 타격이 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쟁자를 확실히 누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리고 테슬라의 자율주행을 상용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규제’라는 가장 큰 허들을 트럼프가 해결해줄 거라고 봅니다. 머스크와 트럼프의 협력이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자율주행의 보급에 성공한다면 그들의 기술을 타 완성차 업체가 라이선스 형태로 구매해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실제로 GM, 포드는 자율주행에 대한 연구개발을 거의 중단한 상태예요.”
트럼프는 기후변화 부정론자죠. 기후변화 극복에 진심이라는 머스크가 트럼프와 손을 잡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아무래도 소비자들이 배신감을 느끼기는 하겠죠. 환경보호론자 중엔 ‘환경 때문에 테슬라를 샀는데 환경 보호와 정반대에 서 있는 트럼프랑 손을 잡다니, 배신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트럼프가 화석연료를 밀어준다고 해도 재생에너지 산업이 과거로 역행하고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봐요. 성장률이 좀 둔화되는 일은 있을지라도 앞으로 성장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미국에서 이미 너무 많이 커져 버렸어요. 공화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텍사스를 예로 들면, 지난해 태양광발전 설비의 보유량이 ‘재생에너지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보다 많아졌습니다. 공화당 텃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 에너지에 의존을 하고 있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고 있다는 이야기거든요. 친환경 에너지 산업을 무너뜨리기 위해 트럼프가 뭔가를 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으니까요.”
테슬라의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리스크는 중국 기업의 위협입니다. BYD와 같은 중국 기업의 전기차 판매량이 중국 시장에선 테슬라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동남아시아, 유럽 등에서도 중국 전기차의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고 있어요. 머스크 본인이 중국 업체의 위협을 거론하기도 했죠. 관세 등 무역 장벽이 없는 상태에서 중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들어오면 산업 자체를 다 파괴시켜 버릴 것이라는 발언을 내놨어요. 테슬라가 ‘가성비 라인업’에서는 중국 전기차와 경쟁하기 쉽지 않아진 상황입니다. 또 다른 리스크는 자율주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입니다. 사람들이 자율주행차를 떠올릴 때 완전 무결한 모습을 상상하거든요. 사고가 안 나야 한다고 가정해요. 그런데 테슬라가 목표로 하는 자율주행차는 그런 게 아니에요. 사고가 날 수 있으나 인간이 운전할 때보다 10배만 안전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못 받아들이는 소비자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10배 안전하다는 건 수학적인 영역일 뿐, 자신이 탔을 때 사고가 나 버리면 그건 테슬라 때문에 피해를 입은 거잖아요. 이 문제로 많은 논란, 소송이 발생할 거라고 생각해요. 1차적으로는 사고율을 극단적으로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한 준비가 될 것이고, 2차적으로 사고가 났을 때 보험을 통해 보장해 주는 방안이 있겠죠. 테슬라는 자체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파악해 ‘인간이 운전했더라도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납득시킬 수 있다면 리스크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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