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가 일론 머스크 CEO의 돌출 행보와 전기차 판매 부진, 관세 등 잇따른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를 향한 서학개미들의 애정은 여전히 뜨겁다. 숱한 위기와 높은 주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테슬라 매수에 올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커버스토리]
머스크 CEO는 독일의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을 지지하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 맞서는 것 외에도 유럽연합(EU)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행보를 같이 하면서 반감을 샀다.
이는 고스란히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유럽 최대 시장인 독일 연방 자동차 교통국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1월 1277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이는 전년 대비 59% 줄어든 것은 물론, 2021년 7월 이후 최저 월간 판매량이다. 동 기간 프랑스에서는 63%, 영국에서는 12% 각각 줄어들었다.
국민주 된 테슬라…올해만 1조3000억 원 순매수
주가 역시 ‘머스크 리스크’를 피하지 못했다. 최근 테슬라 주가는 두 달여 만에 30% 이상 추락하며 시가총액 9위로 떨어졌다. 지난 2월 11일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6.34% 내린 328.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최고점인 488.54달러 대비 34%가 하락한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를 향한 서학개미들의 애정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2월 15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투자 금액은 216억 달러(약 31조1000억 원)로, 2위 엔비디아(127억 달러)와 3위 애플(47억 달러)을 훌쩍 뛰어넘는다. 올해만 벌써 1조3000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절대적 믿음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의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테슬라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이미 130배에 달하는 데다 최근 4개 분기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9.44배에 육박한다고 경고했고,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테슬라와 특정 테마주에 과도하게 쏠리고 있다”며 “포트폴리오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구조적 성장 동력 건재…투자 매력 여전
이런 우려에도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테슬라를 향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이들 대다수가 테슬라를 단순히 투자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미래를 이끌어 갈 혁신’ 기업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현재 테슬라 주가의 하락은 일시적인 실적 부진과 외부 요인일 뿐, 테슬라의 구조적 성장 동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한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단순한 전기차 회사가 아니라 AI 기반의 모빌리티 혁신 기업”이라며 “자율주행 기술뿐만 아니라 에너지 저장 시스템, 인공지능 로봇, 통신 네트워크 등의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테슬라가 주도하는 범용인공지능(AGI) 기술이 발전할 경우 향후 10년 내 테슬라는 글로벌 기술 생태계를 완전히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리서치 전문가도 “전기차 시장에서 쌓은 선도적 입지, 완전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등 미래 핵심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테슬라의 장기적 성장성은 여전히 견조하다”며 “단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미래 AI 산업까지 주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ETF처럼 미래 사업에 동시 투자 효과
앞서 언급한 대로 테슬라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배터리 제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에너지 저장, 로봇 등 다양한 사업을 수직 통합한 기업이다. 즉, 테슬라에 투자하는 것은 여러 미래 산업에 동시 투자하는 효과를 낸다. 일종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와도 흡사하다.
지난해 테슬라는 976억9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자동차(770억 달러) 외에도 에너지 부문(100억 달러), 서비스(105억 달러)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또한 올해 6월 미국 텍사스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연내 미국 일부 도시에서, 내년에는 전국적으로 자율주행 서비스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 문제도 긍정적 신호가 감지된다. 현재 미국은 주별로 자율주행 규제가 다르지만, 연방 차원의 통일된 법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머스크 CEO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아울러 그는 12월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1000대 이상 생산하겠다고 공언했다. 2026~2027년에는 대량 생산을 통해 다양한 산업에 도입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테슬라의 모멘텀은 아직 끝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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