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남긴 상속재산을 두고 형제자매 간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만일 가족 간 상속분 양도가 무상으로 이루어진 경우, 유류분 반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상속 비밀노트]
사진=한국경제신문
사진=한국경제신문
A씨는 아내 B씨와 혼인해 슬하에 아들 C씨와 딸 D씨를 뒀다. A씨는 사망하면서 서울 도곡동 소재 아파트 한 채를 남겼는데, 아내 B씨는 아파트에 대한 본인의 법정상속분 7분의 3을 아들인 C씨에게 무상으로 양도했다. 그 후 C씨는 서울가정법원에 A씨 상속재산에 관한 상속재산분할 심판을 청구했다.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아파트를 C씨의 단독 소유로 하고, 대신 C씨가 D씨에게 정산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취지의 심판을 했다.
무상으로 준 상속 지분, 특별수익에 해당
어머니 B씨도 사망하자 딸인 D씨는 C씨가 B씨로부터 무상으로 양도받은 상속분에 대해 C씨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B씨 사망 당시 아파트의 가격은 약 35억 원이었다. 과연 C씨는 D씨에게 유류분을 반환해줘야 할까.

상속 끝난 도곡동 아파트, 뒤늦게 유류분 청구

이 사건의 원심 서울중앙지법은 D씨의 유류분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C씨가 상속재산분할 심판을 통해 이 사건 아파트의 단독 소유자가 됐으므로, 부친인 A씨로부터 직접 이 사건 아파트를 승계받은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이지 모친인 B씨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달리 “상속분 양도는 특별수익에 해당하므로 B씨가 C씨에게 상속분을 양도한 것은 B씨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에서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재산에 산입된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유류분 반환 대상인 증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행위의 법적 성질을 형식적, 추상적으로 파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재산처분행위가 실질적인 관점에서 피상속인의 재산을 감소시키는 무상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B씨가 자신의 상속분을 무상으로 C씨에게 양도한 것은 실질적으로 B씨의 재산을 감소시킨 것인 만큼, 무상으로 양도된 상속분은 B씨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에서 C씨의 특별수익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행위로부터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법정상속분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을 유류분으로 산정해 상속인의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와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무상으로 준 상속 지분, 특별수익에 해당
그리고 특별수익자의 상속분에 관한 민법 제1008조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받은 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에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해 그 수증재산을 구체적인 상속분을 산정하는 데 참작하도록 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소급효 원칙 위배…대법원 판결 유감

대법원은 바로 이러한 유류분 제도의 입법 목적과 민법 제1008조의 취지에 근거해 상속분의 무상 양도를 양수인의 특별수익으로 파악한 것이다. 대법원의 결론에 따를 경우 C씨는 D씨에게 유류분으로 이 사건 아파트 지분 28분의 3, 시가 기준 약 3억7500만 원을 반환해줘야 한다.

그러나 부친인 A씨의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 절차에서 아파트 소유권을 C씨가 가지는 대신 D씨에게 정산을 해주는 것으로 아파트 분할에 대한 절차를 모두 종료했는데, 모친인 B씨가 사망한 후 다시 아파트에 대한 유류분반환청구를 하는 것은 선행한 상속재산분할 절차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일이다. 당시 분할 절차에 참여한 공동상속인들의 의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법원의 심판이 아니라 협의에 의해 그와 같이 상속재산분할이 이뤄진 것이었다면 그 문제점은 더욱 명확하게 부각된다. 또한 상속재산의 분할은 상속이 개시된 때 소급해 효력이 있다는 분할의 소급효 원칙(민법 제1015조)과도 맞지 않다. 분할의 소급효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는 A씨의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C씨의 소유인 것으로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