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는 중국인 대다수가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 ‘위챗’을 발판으로 기술 공룡으로 성장했다. 중국인의 일상을 함께하는 텐센트의 저력을 알아본다.

[커버스토리] 중국판 M7-텐센트
선전에 위치한 텐센트 본사 빈하이 빌딩. 사진=연합뉴스
선전에 위치한 텐센트 본사 빈하이 빌딩. 사진=연합뉴스
중국 최대 메신저 ‘위챗’.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14억 명에 달하는 중국의 국민 애플리케이션이다. 우리나라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비슷한 위치라고 생각하면 쉽지만 사실 중국 사회에서는 그보다 더한 존재감이다. 각종 관공서 이용이나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 시 전자신분증 역할을 위챗이 하는 데다, 물건을 구매할 때 신용카드보다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위챗페이’의 영향력도 강력하다.

통신과 결제, 신분 증명 등 일상을 좌지우지할 만한 영역을 위챗이 한꺼번에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인들에게는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필수품이나 다름없다. 모기업인 텐센트가 중국 시가총액 1위의 기술 공룡으로 성장하는 데도 위챗의 역할이 핵심적이었다.

“모방은 제2의 창조”…카피캣 전략으로 성장

지난 1998년 창업한 텐센트가 사업 초창기이던 2000년대 초반 주목했던 사업 영역도 인터넷 메신저였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창업주 마화텅은 초기 사업부터 ‘카피캣’이라는 오명을 얻기 시작했는데, 모방의 대상에는 한국 기업도 다수 섞여 있었다. 텐센트가 과거 내놓은 인터넷 메신저 QQ쇼, 개인 블로그 QQ공간 등은 당시 한국에서 유행하던 세이클럽, 싸이월드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마화텅 텐센트 회장. 사진=연합AP
마화텅 텐센트 회장. 사진=연합AP
시총 1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런 ‘카피캣 전략’이 유효하게 작용했다는 것은 창업주인 마화텅 본인도 부인하지 않는 부분이다. “다른 이들이 고양이를 본따 고양이를 그릴 때, 우리는 고양이를 사자로 그렸다.” 마화텅의 이 같은 발언은 ‘모방은 곧 제2의 창조’라는 그의 사업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텐센트의 대표 사업인 위챗조차도 카카오톡을 모방했다는 오명에 시달렸다. 특히 2012년 카카오 지분을 보유하게 된 텐센트가 카카오톡의 노하우를 교묘하게 베껴 자사 앱을 흥행시키는 데 활용했다는 구설은 지금까지도 텐센트의 기업사에 따라붙는 뒷말 중 하나다. 이런 외부의 설왕설래에 마화텅은 “우리는 한국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말로 응수할 뿐이었다.

메신저, 게임, 금융, 음악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 등 분야를 막론하고 공룡처럼 커 온 텐센트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인공지능(AI)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텐센트는 AI 모델 ‘훈위안’을 기반으로 챗봇 ‘위안바오’를 운영하고 있다. 텐센트는 지난해 상반기 AI 분야에 230억 위안을 투자했는데, 올해는 투자 규모를 더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들의 사업적 성장 이면엔 ‘투자자’로서의 역할도 존재한다. 텐센트는 2010년대부터 기업 인수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막대한 현금이 기반이 됐기에 가능한 영역이었다. 텐센트의 투자 원칙은 ‘소유는 하되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말로 요약된다.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 등 전 세계 다양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분만 가질 뿐 그들의 경영 방향에는 말을 얹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원칙은 텐센트의 주주 구성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텐센트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24.12%)는 남아프리카 기업인 내스퍼스다. 내스퍼스는 투자 지분 관리 등을 목적으로 설립한 자회사 프로서스를 통해 텐센트를 지배하고 있는데, 이들 역시 텐센트의 경영에 별다른 간섭 없이 기업의 성장을 지켜봐 왔다. 업계에서는 텐센트가 대주주인 내스퍼스의 영향을 받아 비슷한 투자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승승장구하던 텐센트에도 악재는 있었다. 2020년께 시작된 중국 정부의 ‘빅테크 때리기’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한동안 자국 빅테크 업체의 시장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빅테크의 영향력이 커지면 중국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중국 정부는 텐센트 등 대형 빅테크 기업이 과거에 진행했던 인수합병(M&A) 사례를 꼬투리 잡아 무더기로 반독점 벌금을 매기거나, 신규 사업을 허가하지 않는 식으로 규제를 거듭했다.

규제 리스크 탈출 분위기

텐센트로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분배를 강조하며 내세운 공동부유(共同富裕: 다 같이 잘살자)론의 영향으로 수년에 걸쳐 혹독한 겨울을 거친 셈이었다. 그러다 최근 중국 정부의 기조가 달라지며 규제 리스크에서는 벗어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미국 국방부가 중국군 지원 기업 명단에 텐센트를 올린 것이 변수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내 기업과의 거래가 막힐 수 있어, 명단 수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글로벌 투자 활동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텐센트는 “군사 기업 명단 포함은 명백한 실수로, 우리는 군사 기업이나 군수품 공급 업체가 아니다”라며 “제재나 수출 통제와는 다르며 명단 등재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오해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AI가 미래’…투자 늘리는 시총 1위 기술 공룡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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