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지 20년이 되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퇴직연금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퇴직연금 2.0시대’의 주요 과제들을 짚어봤다.

[머니토크]
(왼쪽부터) 송상은 KB증권 연금본부장, 박신규 미래에셋증권 연금혁신부문 대표, 조영순 하나은행 연금사업단 부행장. 사진=이승재 기자
(왼쪽부터) 송상은 KB증권 연금본부장, 박신규 미래에셋증권 연금혁신부문 대표, 조영순 하나은행 연금사업단 부행장. 사진=이승재 기자
지난 3월 13일 열린 머니토크 좌담회에서는 퇴직연금 제도 도입 20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집중 조명해봤다. 현장에서 퇴직연금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전문가 3인이 고견을 나눴다.

조영순 하나은행 연금사업본부 부행장, 송상은 KB증권 연금본부장(전무), 박신규 미래에셋증권 연금혁신부문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연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며 “퇴직연금 2.0 시대에는 수익률 제고와 고객 맞춤형 연금 관리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2005년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올해로 20년 차가 됐다.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나.

박신규 미래에셋증권 연금혁신부문 대표(이하 박 대표)
“선진국에 비해 다소 늦게 도입된 측면이 있지만, 퇴직연금의 적립금은 연평균 약 15%의 상승률을 보이며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 각각 연평균 17.2%와 29.4%의 성장률을 보이며 놀라운 성장세를 만들고 있다. 퇴직연금의 적립금이 늘어나는 것은 퇴직금의 사외 예치를 통해 근로자의 수급권이 강화된다는 것이므로,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혀 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양적으로는 훌륭한 성과를 달성했으나 질적 측면에서는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큰 것은 역시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이다. 퇴직연금의 전체 수익률은 지난 5년간 연환산 2.35%에 불과하고, 10년의 장기 수익률에 있어서도 연환산 2.07%에 그쳤다.”
박신규 미래에셋증권 연금혁신부문 대표. 사진=이승재 기자
박신규 미래에셋증권 연금혁신부문 대표. 사진=이승재 기자
송상은 KB증권 연금본부장·전무(이하 송 전무)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시행이다. 실물이전이 시작된 2024년 10월 31일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약 3개월 동안 적림금 약 2.4조 원, 3.9만 건이 이 서비스를 통해 이전됐으며, 적립금 중 약 1.8조 원(75.3%)은 계좌 내 운용 중이던 상품이 그대로 이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증권은 약 4000억 원 순유입인 반면 은행권은 순유출을 보였다. 실물이전 서비스 도입으로 가입자에게 적합한 퇴직연금 사업자로 손쉽게 이전할 수 있는 등 선택권이 확대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경쟁력 있는 서비스, 상품 및 수익률을 제공해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타사업자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더욱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실물이전 서비스 도입으로 인해 '똑똑하게 골라가는 연금 고객'을 위한 연금 시장 내 사업자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송상은 KB증권 연금본부장. 사진=이승재 기자
송상은 KB증권 연금본부장. 사진=이승재 기자
-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을 뛰어다니면서 느끼는 현장 분위기나 느끼는 점이 있다면. 왜 퇴직연금 시장이 뜨거워진다고 보나.

조영순 하나은행 연금사업본부 부행장(이하 조 부행장)
“최근 퇴직연금 제도를 둘러싼 시장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고객의 노후 자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지가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도 많은 연구를 하고 학계, 업계, 정부 관계자들과 두루 협력하며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 퇴직연금이 20년 동안 숨가쁘게 달려오는 동안 적립금 규모는 430조 원가량으로 성장했다. 아시다시피 국민연금의 고갈 이슈가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미래에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이 크다. 그렇다 보니 400조 원 이상 쌓인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해 수익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정부도 제도 개선에 나서고 업계도 이에 발맞춰 수익률 제고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제는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이해관계자 모두 이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조영순 하나은행 연금사업단 부행장. 사진=이승재 기자
조영순 하나은행 연금사업단 부행장. 사진=이승재 기자
- 기존에는 은퇴를 앞둔 장년층의 관심사였다면, 요즘에는 20~30대의 관심도 높다. 종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지 않나.

박 대표 “최근 2~3년 사이 2030세대의 연금과 노후 대비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 가고 있다. 무엇보다 연금 자산 축적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고 있다. 은퇴 후 안정적인 생활을 꿈꾸고 있지만, 정작 노후 자금 얼마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생각하는 고객들이 많이 있다. 기대수명 증가로 인해 은퇴 이후에도 약 30년 동안 살아가야 한다. 개인별로 적정 생활비에 대한 기준에는 편차가 있지만, 국민연금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30년간 노후 생활을 유지하려면 약 9억6000만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한다. 젊은 세대일수록 은퇴까지 적립할 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노후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 은퇴자금 10억 원을 모으기 위해서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합산해 매월 70만 원을 납입하고, 연 8%의 수익률로 연금 자산을 운용하면 30년 후에 10억 원의 자산을 모을 수 있다. 이제는 젊은 세대에게도 노후 준비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싶다.”

조 부행장 “하나은행이 MZ(밀레니얼+Z) 세대에 관심이 많다. 이전과 다르게 MZ세대는 노후 준비를 훨씬 일찍 시작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고 디지털 환경에도 익숙한 덕분에 최신 금융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상장지수펀드(ETF)나 다양한 금융 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

송 전무 “‘연금도 이제는 투자’라는 인식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30부터, 이제라도 관리해야 한다는 40대 직장인까지 확대되며 '연금 무브'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타 업권 대비 증권사는 IRP 제도도 수수료가 저렴하고 실시간 ETF 거래가 가능하며 채권, 리츠 등 다양한 연금 상품을 투자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편의성 등으로 인해 증권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 퇴직연금이 양적으로는 급신장됐는데 질적으로는 부실하다는 평가가 많다. 왜 이런 평가들이 나오는 것인가.

조 부행장
“퇴직연금이 양적 성장에 집중되다 보니 기업들은 대부분 확정금리형 상품을 선호했다. 원금 손실 위험이 적은 예·적금과 같은 금융 상품에 주로 적립금을 넣어 둔 것이다. 또한 개인 가입자들도 초기에는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기보다는 방치하는 경향이 있었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약 80%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돼 있다 보니 시장 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최근에는 퇴직연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퇴직연금 2.0 시대를 맞이해서 근로자의 수급권 보호, 가입자의 알 권리 강화 등 질적 성장에 집중을 하면 수익률 문제도 점진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송 전무 “한국의 퇴직연금 시장 구조가 아직 선진국과 차이가 있다. 연금 선진국의 경우 퇴직연금의 상당 부분이 주식, 채권 등 다양한 투자 상품에 분산돼 있다. 장기적으로 운용되는 만큼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반면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아직도 ‘원금만 지키면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 퇴직연금의 상품도 지나치게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돼 있다 보니 금리가 계속 낮아지면서 수익률도 한계에 다다랐다. 전반적으로 원리금보장형의 수익률만 비교되는 측면도 있다. 적극적인 실적배당 상품은 최근 수익률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흔히 국민연금과의 수익률 비교를 많이 하는데, 국민연금은 규제나 제한 없이 수익률 하나만 놓고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박 대표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의 과도한 쏠림과 연금 운용에 있어서 자산 배분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꼽을 수 있다. 2024년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시장 적립금의 82%가 원리금보장 상품에 집중돼 있고, 실적배당 상품 비중은 현저히 낮다. 반면 미국, 호주 등 연금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실적배당 상품을 중심으로 연금이 운용되며 장기적인 연금 운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실적배당 상품을 운용하더라도 자산 배분 없이 특정 테마나 섹터에 집중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변동성이 커지고 장기 수익률이 저조해지는 경향이 있다. 퇴직연금은 노후를 위한 자산이므로 안정적이면서도 꾸준한 수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은 자산 배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자산 배분을 통해 퇴직연금을 운용한 당사 고객 사례를 살펴보면 11년 이상 퇴직연금 DC형 제도에서 실적배당형 상품을 꾸준히 운용하며 해외 시장(미국·중국·인도 등)의 펀드와 ETF, 타깃데이트펀드(TDF)의 비중을 높이고 원리금보장 상품의 비율은 계좌의 10% 이하로 유지하며 운용한 결과 원금 1.6억 원이 현재 평가 금액 기준 3.2억 원(누적 수익률 92.25%·연평균 수익률 6.5%)이 돼 퇴직금이 약 2배 정도 늘어났다. 이는 장기적인 자산 배분 전략이 퇴직연금 수익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 퇴직연금 2.0 시대를 맞아, 금융사들은 고객 서비스 측면에서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나. 특히 디지털 역량이 부족한 고객들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조 부행장
“하나은행은 퇴직연금 2.0 시대를 대비해 세 가지 주요 전략을 마련했다. 먼저 포트폴리오 중심의 연금 자산 관리 지원이다. 고객들이 수천 개의 연금 상품 중에서 적절한 상품을 선택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모델 포트폴리오(MP) 구독 서비스 등 포트폴리오 기반의 연금 투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고객이 개별 상품을 직접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구성한 포트폴리오를 선택할 수 있도록 대면 및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두 번째로 디지털과 대면 서비스를 결합한 고객 관리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도 많은 만큼 단순히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만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대면 상담과 비대면 서비스가 결합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본격적인 연금 인출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제는 퇴직연금을 가입하는 것보다 연금을 인출하는 고객들이 증가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맞춰, 올해는 차별화된 연금 인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둘 생각이다.”

송 전무 “고객들이 연금 자산을 관리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상담받을 곳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가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다. 고객이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운용되는 제도다. 모든 증권사가 운용을 하지만, KB증권은 특히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고객의 은퇴 시기에 맞춰 자산 배분이 이뤄지는 TDF 등 투자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 상품을 다수 구축하고 있다. 가장 최근까지 영업 현장에 있었던 경험에 비춰, 연금 자산관리의 시작 상품으로 디폴트옵션과 TDF를 추천하고 싶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로 투자 자산과 안정적인 자산의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펀드로 상품에 따라 글로벌 자산에 분산투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TDF 상품에는 2030, 2045, 2050 등의 숫자가 표시되는데 이 숫자가 내가 원하는 은퇴 시점이라고 보면 된다. 숫자가 클수록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뜻이기 때문에 보다 위험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로 구성돼 있다. KB증권의 ‘알아서 척척 투자하는’ 디폴트옵션 상품은 8개가 있고 고객 수익률 제고를 위해 편입 펀드 운용사와 정기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 중이다. 또한 비대면 고객들을 위해 연금자산관리센터 프라임 프라이빗뱅킹(PB)을 통해 유선 상담 서비스도 제공하고 MTS ‘KB 마블(M-able)’에서 상담 예약을 하면 전문 상담원이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직접 전화해 맞춤형 연금 상담을 제공한다. 고객센터 연결 대기 없이 빠르고 편리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박 대표 “미래에셋증권은 ‘고객의 성공적인 자산 운용과 편안한 노후에 기여한다’는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고객의 연금 자산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고객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MP 구독 서비스, 로보어드바이저 등에도 집중 투자하고 있다. 퇴직연금에서 자산 배분이 필요한 이유는 퇴직연금이 안전하게 지키는 동시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자금이어서다. 특별한 고민 없이 원리금보장상품으로 두는 것은 손실을 막을 수는 있지만 원하는 목표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공격적으로만 하는 것도 문제다. 제도적으로 레버리지 인버스 유형의 상품은 연금에서 투자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투자자 보호 조치도 존재하지만, 최근 ETF가 트렌드화되면서 특정 종목·스타일·섹터 등에 집중 투자하는 모습은 연금에서는 바람직하지 않게 보인다. 시장은 늘 사이클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 좋은 상품들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 모든 투자 자산군은 기대수익률이 존재한다. 기대수익률이 클수록 변동성이 큰 법이다. 공격적 투자자산으로만 집중하는 것은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사전에 본인이 어떤 투자 성향(위험회피도)을 갖고 있는 투자자인가 깊이 고민을 한 후에 적절한 투자 자산 비율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밸런스를 찾아가는 과정이 선제돼야 하고 그것을 지키면서 분산투자를 하게 되면 변동성이 장기적으로 상쇄돼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너무 공격적이거나 너무 안정적인 것이 아닌 균형이 중요하다.”

- 각 금융사의 퇴직연금의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조 부행장
“하나은행은 ‘자산관리 명가’로서 차별화된 금융 상품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퇴직연금 부문 역시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아 안정적인 수익률과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의 노후 준비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21년 은행권 최초로 ETF를 퇴직연금에 도입하고, 채권 직접투자, 월지급식 파생결합사채(DLB) 상품 등 고객의 투자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상품을 선도적으로 출시했다. 고객 관리 측면에서는 타 기관들이 모바일에 집중하고 있지만, 하나은행은 거꾸로 대면 채널 강화와 고객 소통 확대 전략을 취하고 있다. 퇴직연금과 관련한 상담이 필요할 때 언제든 찾아가서 의논할 수 있는 경로를 확대하고 있다. 연금 전문 컨설턴트가 방문 상담 서비스를 진행하며, 전국 7개 주요 거점에 ‘연금 더 드림라운지’를 개설해 보다 전문적인 연금 자산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디지털 채널에선 모바일을 통해 연금 자산을 진단받을 수 있는 ‘연금 닥터 서비스’, 은퇴 시점까지 개인의 투자 계획을 설계해주는 ‘AI 연금 투자 솔루션’을 통해 초개인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DC·IRP 운용 성과에서 은행권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DC형 부문에서는 전 업권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일임형 서비스와 MP 구독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런 고객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충해서 연금 명가로서의 전통을 이어가도록 하겠다.”

박 대표 “단기적인 회사의 이익보다는 고객의 수익률에 기여하는 것이 연금 사업의 추진 목표다. 최근 조직 개편에서 연금 조직을 확대한 이유도 이와 같다. 퇴직연금(DC+IRP) 시장은 2020년 말부터 2024년 말까지 연평균 25.9%씩 증가하며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 성장률은 연평균 38.1%씩 성장하며 시장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시장의 성장 속도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미래에셋증권은 이러한 고객들의 높은 신뢰에 부응하기 위해 연금을 단순히 상품이 아닌 ‘제도 기반의 인프라 사업’으로 인식하고, 전문 인력과 전산 시스템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앞으로도 ‘고객의 성공적인 자산 운용과 평안한 노후에 기여한다’는 확고한 철학에 기반해 조직 확대, 차세대 개발 완성, 전문 인력 강화 등 고객의 자산관리와 노후 준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시장의 성장 속도보다 당사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은 미래에셋증권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상품이 고객들에게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송 전무 “연금 거래를 위해 금융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금융기관의 안정성이다. KB증권은 증권 업계 퇴직연금 사업자 중 최고 신용등급(AA+)을 보유하고 있으며, 1등 KB금융그룹 계열사로서 전국 76개 영업망을 통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연금 자산은 오랜 기간 관리해야 하는 만큼, 전문 인력과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갖춘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고 수준의 연금 컨설팅을 하는 프라이빗뱅커(PB)를 ‘연금마스터’로 선정해 각 영업점에 배치하고, 언제든지 대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연금은 적립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안정적인 노후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잘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와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 할 수 있는 자산 배분이 우선돼야 한다. KB증권 퇴직연금 계좌의 가장 큰 장점은 이러한 자산 배분이 가능하도록 고객이 다양한 상품을 직접 분산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리금보장 상품으로는 예금뿐 아니라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 ELB를 제공하고 있으며 펀드, 채권, ETF, 리츠 등 실적배당형 상품 또한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현재 KB증권은 WM투자상품본부와 전략자문팀의 협업을 통해 매월 추천 펀드, 추천 포트폴리오 및 유망 ETF를 선정해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 퇴직연금 2.0 시대에서는 금융사뿐 아니라 고객들의 관심과 참여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방치형이 많았지만, 자기주도형으로 가져가야 되지 않을까. 실질적으로 퇴직연금을 더 효과적으로 운용할 방법은 무엇인가.

조 부행장
“퇴직연금을 방치하면 수익률은 분명히 저조하다. 실제로 고객들의 상품 운용 데이터를 분석해봤더니, 통계적으로 1년에 3~4회 정도 상품을 변경한 가입자의 수익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래서 하나은행은 고객이 퇴직연금을 보다 쉽게 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 업계의 숙원이었던 디폴트옵션이 2023년에 도입됐지만 퇴직연금 2.0 시대에는 이것을 크게 활성화해야 하지 않을까.

박 대표
“디폴트옵션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까지 수익률 성과를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지난 2년에 거쳐 주식 시장이 워낙 좋았던 측면도 있지만, 어쨌든 현재까지는 디폴트옵션 상품의 수익률이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다. 1년 수익률에서 초저위험 상품 3.3%, 저위험 상품 7.2%, 중위험 상품 11.8%, 고위험 상품 16.8%의 성적을 기록했다. 다만, 해당 수익률은 개별 상품의 수익률일 뿐, 퇴직연금 가입자의 실제 수익률과는 무관하다. 예를 들어, 수익률이 탁월한 상품이 있어도 정작 가입자는 5%에 불과하고, 나머지 95%의 가입자는 수익률이 저조한 초저위험 상품에 가입하고 있다면, 디폴트옵션 제도를 통한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이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디폴트옵션 가입 현황을 보면, 전체 가입자의 88%가 초저위험 상품에 가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기존부터 퇴직연금을 예금으로 운용하던 가입자가 단지 디폴트옵션이라는 타이틀만 바꿔서 동일하게 예금으로 운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디폴트옵션 제도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려면, 과감히 원리금보장 상품 유형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수익률을 따진다면 오히려 손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 배분이 된 밸런스 펀드(BF) 또는 TDF 위주로 운용이 돼야 보다 장기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고 디폴트옵션의 취지에 부합하다고 생각된다.”

- 금융사 간 퇴직연금 실물이전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수익률이 조금만 차이가 나면 옮기는 철새형 퇴직연금 고객들이 많다. 실물이전을 자주 하는 것이 좋은가. 너무 많이 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될까.

송 전무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행되기 전에는 퇴직연금(IRP·DC)을 다른 금융사로 이동하려면 보유 중인 금융 상품을 모두 팔아서 현금화한 후에 옮겨야 했다. 이 과정에서 중도해지 등 투자 손실 위험이 발생했고 이전한 금융사에서 연금 상품을 재매수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해 대부분의 고객들은 한번 선택한 퇴직연금 거래 금융사를 변경하기 어려웠다. 이제는 고객이 직접 안정적인 금융기관, 저렴한 수수료, 수익률을 고려한 상품, 연금 자산관리서비스 전문성 등을 비교해 편익이 큰 금융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연금 고객 유치를 위해 KB증권은 무엇보다 고객에게 ‘KB증권 연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자 한다. TV 광고부터 온라인 등 대외 매체 광고를 확대해, 연말에만 보이는 연금 광고가 아닌 연간 상시로 광고를 집행하며 고객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연금 계좌는 장기간 운용하는 계좌이기 때문에 수수료가 없다면 굉장히 유리하다. KB증권에서는 비대면으로 IRP계좌를 개설하면 운용·자산관리 수수료가 평생 무료다."

박 대표 “기존에도 퇴직연금에서는 계약이전 제도가 존재했다. 다만 운용하고 있던 상품을 매도해 현금화하고 그 현금을 이전하는 방식이었으나, 실물이전 제도가 가능해지면서 패널티 없이 상품 그대로 이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금 더 쉬운 이전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됐다. 퇴직연금은 금융사 3개 업권(은행·보험·증권)의 치열한 경쟁 체제이기 때문에 가입자들의 성향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즉 소비자의 선택권이 다양한 시장이다. 수익률 개선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거나 글로벌 자산 배분 역량이 뛰어나고,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제공해 가입자가 편리하게 연금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증권사로의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실물이전 제도가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약 8000억 원 이상의 연금 자산이 유입됐다. 하지만, 실물이전 제도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시스템을 갖추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선해야 할 점도 있다. 아직도 디폴트옵션이나 보험 계약의 이율보증형보험(GIC)은 이전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해당 부분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많은 가입자들의 본인의 니즈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게 개선돼야 할 것이다.”

- 퇴직연금 2.0 시대에서는 이용자 입장에서 ‘가입’보다 연금 ‘인출’이 더 중요하지 않나. 현재 퇴직연금 광고가 가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퇴직연금의 핵심이 가입에서 인출로 전환돼야 하지 않을까.

조 부행장
“퇴직연금 2.0 시대에는 인출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 금융기관들이 가입 중심으로 퇴직연금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면, 앞으로는 은퇴 이후 인출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편리한 인출 시스템과 별도의 상품 브랜드가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하나은행은 이에 대비해 ‘AI 인출 솔루션’을 도입할 예정이다. 인출에 특화된 솔루션으로 모바일에 탑재될 계획이다. 또한 인출기 전문 상품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1월 금융권 최초로 연금 인출기 전문 브랜드인 ‘하나 더 넥스트 IRP’를 론칭했다. ‘하나 더 넥스트 IRP’는 효과적인 연금 수령 계획을 수립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고객들이 연금 운용을 어디에서 했든 연금 수령은 안전한 하나은행에서 하라는 메시지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 최근 경기가 크게 악화돼서 그런지 대량의 퇴직연금이 인출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현명하게 인출하는 전략이 필요할 텐데.

송 전무
“퇴직연금 인출 시기가 본격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올해 1월에 부임한 후 퇴직연금 인출 실태를 파악해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퇴직연금을 중도해지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많은 분들이 연금 수령 전에 주택담보대출 상환이나 개인 사업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퇴직연금의 가장 바람직한 활용 방법은 연금 형태로 장기간 인출해 노후 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개선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 퇴직 이후의 노후 자금인 만큼, 국민연금처럼 패널티를 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조 부행장
“정부에서도 연금 수령에 있어서 약간의 강제성을 두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조만간 법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정책당국도 기업의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고 중도인출을 까다롭게 하기 위해서는 디폴트옵션의 고위험을 ‘데인저 리스크(danger risk)’로 표기하는 것은 시정해야 되지 않을까.

박 대표
“업계에서도 그 부분을 금융당국에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청해 왔고, 현재 정부에서도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4월 1일부터는 디폴트옵션 상품 명칭에서 ‘위험’이라는 단어가 빠질 계획이다."

송 전무 “초저위험은 안정형으로 바뀌고, 저위험→안정투자형, 중위험→중립투자형, 고위험→적극투자형으로 바뀔 예정이다.”

-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박 대표
“우리나라 연금제도는 1층 국민연금, 2층 퇴직연금 3층 개인연금으로 구성된 다층 구조다. 특히 퇴직연금은 연금 체계에서 허리를 담당하는 중요한 제도다. 공공기관의 사적 연금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이러한 연금 시스템의 기본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부행장 “연금 제도에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적 기관도 키워야 하지만, 민간 금융기관 역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민간 금융기관들은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디폴트옵션 도입도 이뤄졌으며, 이제 성장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고 본다. 조금 더 기다려주신다면 민간 금융기관들도 국민연금 못지않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박 대표
“연금은 우리 국민들의 노후 자금이고 연금 수익률 제고는 곧 우리나라 복지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최근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연금 자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셋그룹의 비전인 ‘우리는 글로벌 투자전문그룹으로서 고객의 성공적 자산 운용과 평안한 노후를 위해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고객 중심의 수익률 관리와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보다 나은, 보다 풍요로운 고객들의 노후준비를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 미래에셋증권은 앞으로도 이러한 경영 철학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연금 사업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송 전무 “DC, IRP 중심의 견조한 성장이 지속되는 연금 시장에서 KB증권은 ‘퀀텀 점프’를 목표로 개인형 연금 중심 질적, 양적 성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연금 고객의 수익률 관리 강화, 상품·서비스 차별적 경쟁 우위 확보, 혁신적인 연금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확고한 지속 성장 기반을 확보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똑같은 방법을 쓰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면 안 된다’는 지론이 있다. 늘 새로운 방식으로 고민하고 시도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부 인적 자원과 인프라를 잘 활용해 개인연금 중심의 성장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 KB증권이 퇴직연금의 판도를 바꿔 나갈 것이다.”

조 부행장 “퇴직연금은 평생 함께해야 하는 배우자와 같은 금융 상품이다. 시장 변동에 따라 기쁠 때도 있고, 힘겨울 때도 있지만, 결국 노후를 함께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따라서 연금 운영에 진심을 다하는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희 하나은행은 연금 운용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사회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 정리 이현주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