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디(BYD)는 저가 전략을 앞세워 중국 전기차 시장을 석권했다. 최근에는 초가성비 자율주행 시스템(ADAS)을 내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커버스토리] 중국판 M7 – BYD
지난 3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토쇼에서 방문자들이 BYD ATTO 3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AP
지난 3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토쇼에서 방문자들이 BYD ATTO 3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AP
“운전자의 개입 없이 1000km 이상을 달릴 수 있으며, 주차 성공률도 99%에 달한다.”

왕촨푸 BYD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CEO)는 중국 선전 BYD 본사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인 ‘갓스아이(天神之眼·God's Eye)'를 소개하며 “딥시크와 협력해 자사 모든 차량에 최첨단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YD는 중국 전기차 혁명을 이끈 데 이어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핵심은 카메라와 라이더 등 ‘눈’의 역할을 센서들을 인공지능(AI)으로 고도화하는 기술에 달려 있다. BYD는 거대언어모델(LLM)인 딥시크 ‘R1’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적용할 계획이다.

‘전기차 혁신가’ 왕촨푸의 창업 스토리

BYD는 1995년 2월, 중국 광둥성 선전의 작은 배터리 제조업체로 시작했다. 왕촨푸는 베이징 비철금속연구원 출신 엔지니어로, 당시 일본 기업들이 독점하던 배터리 산업에서 ‘외국 기업에 맞설 수 있는 자국 배터리 기업’을 목표로 창업에 나섰다.
지난 2월 제네바 모토쇼에 참석한 왕촨푸 BYD 회장. 사진=연합EPA
지난 2월 제네바 모토쇼에 참석한 왕촨푸 BYD 회장. 사진=연합EPA
BYD라는 사명에는 ‘당신의 꿈을 설계하라(Build Your Dream)’는 뜻이 담겨 있다. BYD는 휴대전화의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니켈 카드뮴 배터리를 주력 제품으로 삼고 모토로라, 소니 등에 납품했고, 이로써 명실상부 중국을 대표하는 배터리 기업으로 성장했다.

배터리 사업의 성공을 발판 삼아 2003년에는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다.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시안친촨자동사 인수를 시작으로, ‘자동차 제조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BYD는 세계 유일의 전기차·배터리 동시 생산 기업이 됐다.

BYD는 친환경 미래차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전기차 사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했다. 이후 2008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인 F3DM 모델을 출시하며 주목받았다. 오늘날 BYD는 중국 전기차 판매량 1위 기업이자, 세계 최대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 업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BYD의 가능성을 일찍이 알아본 곳은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다. 찰리 멍거 벅셔해서웨이 부회장은 BYD를 “기적 같은 기업”이라고 극찬했다. 멍거 부회장은 “왕촨푸 회장은 일주일에 70시간을 일하는 데다 다른 회사 자동차의 부품만 보고도 제품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왕촨푸는 직접 연구개발(R&D)에 깊이 관여하고, ‘기술이야말로 기업 생존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철학을 고수해 왔다. 이 같은 경영 철학은 BYD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중심으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초저가로 시장 선점 전략

BYD의 성공 전략은 한 마디로 가성비다. 경쟁사 대비 낮은 가격에도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제품을 제공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특히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LFP)와 초가성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가격 경쟁력으로 인해 높은 확장성을 갖추고 있다.

BYD는 전기차를 넘어 자율주행 분야까지 진출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전동화 부문에서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며, 향후 차별화 전략으로 자율주행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BYD는 초저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면서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공격적 확대도 주목할 만하다. BYD는 중국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유럽, 아시아, 중남미 시장에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최근 몇 년간의 해외 수출 증가세는 BYD의 견고한 펀더멘털을 뒷받침하고 있다.

BYD는 타이어와 유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아웃소싱을 활용하는 방식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일부 떨어질 수 있지만, 외부 정치적 요인이나 글로벌 공급망 충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배터리 분야에서는 리튬 광산부터 최종 제품까지 모든 생산 과정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강력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BYD의 성장에는 중국 중앙 및 지방정부의 지속적인 육성과 지원이 큰 버팀목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리바바, 텐센트, 메이퇀 등은 독점적 지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모바일 결제, 개인정보 수집 등의 문제가 중국 정부와의 마찰을 빚었다. 이로 인해 독점 규제에 따른 벌금이나 상장 불허 등 조치가 취해진 적이 있다. 반면 BYD는 한결같이 중국 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

BYD는 중국 정부의 기대에 부응해 브랜드 내에서 애국정신을 고취시키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BYD의 차량 모델명을 진, 당, 한, 송, 원 같은 중국 왕조이름에서 따왔다. BYD는 자국 브랜드라는 자부심과 미국 테슬라의 대항마라고 포지셔닝해 실제 판매량으로 증명한 실력으로 인해 중국의 자랑이 돼 가고 있다.
‘테슬라 대항마’…자율주행 승부수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