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는 세계 최대 PC제조업체다. 최근에는 딥시크 효과로, AI PC·서버 시장의 수혜주로 분류되고 있다.
[커버스토리] 중국판 M7 – 레노버
레노버는 AI 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 2월 최고재무책임자(CFO) 교체를 포함한 대대적인 경영진 개편을 단행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레노버는 비롯한 주요 직책 교체와 함께 이사회 구성도 변경했다.
3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
레노버는 2024년 10~12월 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서 3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20% 증가한 188억 달러, 순이익은 2배 이상 늘어난 6억9300만 달러를 달성하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실적 성장의 배경에는 AI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위축됐던 PC 시장이 AI 혁신으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는 평가다. 레노버는 AI를 적용한 PC를 통해 수익성 제고에 나섰으며, 또한 서버·스토리지·네트워킹 사업 등 인프라 솔루션 사업에서도 매출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레노버의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9.7% 증가하고, 순이익 증가율은 28.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레노버는 특히 전 세계 AI PC와 데이터센터 서버 인프라 구축 증가에 따라 중국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낼 기업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딥시크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은 데이터센터에서 학습·추론 과정을 수행한다. 중국 테크 기업들이 자체 LLM을 경쟁적으로 개발할수록 데이터센터 수요도 급증하게 된다. AI 서버 시장에서는 대만이 강세를 보이지만, 중국 정부의 국산화 기조가 뚜렷한 만큼 실질적인 혜택은 레노버가 누릴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에서 주요 산업에서 국산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중국 정부가 2025년 3월 양회에서 주요 육성 산업으로 AI PC를 처음으로 언급한 것을 계기로, 정책 모멘텀도 기대되고 있다.
IBM 인수해 글로벌 1위 PC 기업으로

레노버의 글로벌 도약을 이끈 결정적 순간은 2005년 IBM의 PC 사업부 인수였다. 당시 IBM은 PC 사업에서 철수하려 했고, 레노버는 이를 기회로 삼아 세계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국 기업이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의 주요 사업부를 인수한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레노버의 성공을 이끈 인물은 현 CEO인 양위안칭 회장이다. 그는 1989년 레노버에 입사해 연구개발(R&D)와 경영을 두루 경험한 뒤 2001년 CEO로 취임했다. 그의 진두지휘 아래 레노버는 IBM의 PC 사업부를 인수하고, 글로벌 시장 확대를 추진해 왔다.
시장조사 업체 IDC 집계에 따르면, 레노버는 지난해 4분기 PC 시장 점유율 24.5%를 기록해 선두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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