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서 대안 찾기가 한창입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미국 기술주가 유일한 선택지였습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 투자자들은 아침마다 상쾌한 마음으로 주가 창을 확인했습니다.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한 ‘관세 폭탄’이 실제 상황임이 분명해진 후 평온은 깨졌습니다.
바로 이 미묘한 시기에 딥시크가 등장해 한동안 논외로 취급되던 중국 빅테크 다시 보기에 불을 붙였습니다. 중국 토종 인재들이 모인 이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은 고가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를 둘러싼 ‘쩐의 전쟁’으로 변질된 AI 산업의 경쟁 구도를 단숨에 흔들어 놓았습니다. 카피캣 취급받던 중국 테크 기업이 어느새 미국의 허를 찌를 정도로 성장했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홍콩 항셍테크 지수는 연초 이후 30%가 넘게 상승했습니다.
이런 증시 훈풍 뒤에는 중국 정부가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이어진 중국 증시의 빙하기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의 ‘현대판 숙청’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2020년 9월 정부 정책을 공개 비판한 마윈은 하루아침에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습니다. 그가 추진하던 기업공개(IPO)는 취소되고 알리바바는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받았습니다. 이는 우연한 사건이 아닙니다. 등소평의 ‘선부론(先富論)’ 이후 중국은 민간 대기업이 성장을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모델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3연임을 준비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새롭게 ‘공동부유론’을 제창하고 나섭니다. 빈부 격차 해소를 내걸고 민심을 다잡겠다는 뜻입니다.
지난 2월 17일 시 주석이 주재한 민영 기업 좌담회는 또 한 번의 정책 전환처럼 보입니다. 마윈은 이날 회의에 깜짝 등장하며 사실상 복권됐습니다. 미·중 무역 전쟁에 대응하려면 민간 기업의 협조와 역할이 절실합니다. 시 주석은 민간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선부론’에 다시 힘을 주는 모습도 보입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민심이 천심’이라며 소비 위축과 관세 전쟁에 대응하려면 방향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마윈의 재등장이 공동부유론에서 선부론으로 북귀나 민간 기업의 승리를 의미하는지 아직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한 번의 이벤트로 신뢰를 되찾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최근 흐름을 중국 빅테크의 완전한 순응으로 보는 정반대 시각도 있습니다. 중국 투자에서 가장 관심있게 봐야할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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