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관세 정책은 단순한 무역 보복을 넘어, 미국 제조업 리쇼어링과 경제 주권 회복을 목표로 한 전략적 수단이다. 시장 반응은 1기보다 훨씬 민감해졌으며, 글로벌 공급망과 금융시장 전반에 구조적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단기 혼란, 중기 반등, 장기 한계를 모두 고려한 ‘증시 대응 시나리오’에 주목하고 있다.
[마켓 리더의 시각]
자산 가격 급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주요국에 대한 관세 90일 유예를 발표하며 일종의 ‘달래기’에 나섰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2기의 정책 기조가 1기와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한층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트럼프식 관세 정책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관련 발언을 종합해보면 단순한 무역 보복 차원을 넘어 미국 경제의 구조 재편이라는 전략적 목표가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관세는 보호주의 수단이 아닌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을 가속화하기 위한 정책적 도구다.
핵심은 ‘제조업 리쇼어링’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지속적인 무역적자와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인해 경제 주권을 상실했다고 진단한다. 환율 조작, 부가가치세, 지식재산권 침해 등은 미국 산업 기반을 약화시켰고 중산층 붕괴와 제조업 쇠퇴를 초래했다. 이에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 부흥(made in America)’을 경제 전략의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경제 주권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자국의 낮은 관세율에 비해 다른 국가들이 과도한 관세를 부과한다고 판단한다. 예컨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인도는 최대 7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미국은 2.5%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관세 상호주의 회복과 함께 비관세장벽, 지식재산권 침해, 수출보조금 등 구조적 왜곡을 정조준하고 있다. 즉,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단순한 보호무역주의를 넘어, 미국 중심의 제조업 재건과 경제 주권 회복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
관세 정책의 파급효과

다만 한국 증시는 미국 대비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트럼프의 고관세가 미국 내 물가 및 성장률을 제약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금리 인하 여력이 있는 구조적 여건 덕분이다. 즉,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에 노출된 반면, 한국은 순수한 경기 둔화 압력 속 유연한 통화정책 운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고관세는 단기적 이슈가 아니라 트럼프 산업 전략의 핵심 축으로 중장기적 이슈다. 관세의 강도와 지속성이 시장 기대를 넘어서며 소비 위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이에 따라 기대 인플레이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품목에 대해 유연한 조정에 나섰다. 4월 12일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은 모바일, 반도체 모듈 및 장비, PC, 태양전지 등 핵심 정보기술(IT) 품목에 대해 10% 기본관세를 포함한 관세 전면 면제를 발표했다.
이 조치는 스마트폰, PC 등의 제품 가격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인플레이션 부담을 완화하고, 애플과 삼성 등 미 스마트폰 시장의 83%를 차지하는 기업들의 가격 인상 요인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이는 전략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은 소비재에 대해 관세를 유예함으로써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고 혼란을 전면화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율 시장의 경우 이례적인 달러 약세가 나타나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불확실성 확대 국면에서 달러는 보통 강세를 보이지만, 현재는 오히려 약세 흐름이다. 이는 고관세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가 더 크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데이터에 의존하는 Fed의 한계
현재 주목해야 할 리스크는 두 가지다. 첫째는 상대국들이 정치적 명분을 갖고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중국 등 주요국이 자국 내 여론을 의식해 보복관세로 맞설 경우, 무역전쟁은 확대될 수 있다. 다만 시장 혼란 최소화를 위한 일정 수준의 ‘정책 시점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둘째는 ‘데이터에 의존’하는 Fed 정책의 한계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데이터를 근거로 한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관세가 일시적 조치일지 협상을 염두에 둔 압박 카드인지조차 불명확한 상황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들에 “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오히려 관세에 대한 우려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실물경기를 둔화시키는 부정적 효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소비자물가가 단기간에 급등할 것이라고 단정짓기도 어렵다.
투자자들은 ‘데이터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태도보다는 깊이 있는 분석과 전망을 원하고 있다. 시장은 올해 네 차례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고, 파월 의장의 대응에 따라 향후 금융 시장 향방이 좌우될 것이다.
증시 대응과 관련해 단기(1~2분기)적으로는 무역분쟁 심화, Fed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 등으로 인해 시장 변동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주목할 업종은 내수부양책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소비 관련주다.
제조업 복원, 구조적 한계 직면 가능성
중기(1년 이내)적으로는 리쇼어링 투자와 감세, 금리 인하가 맞물리며 생각보다 빠른 반등이 가능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로봇, 원전, 건설, 방산(우주 분야) 등은 리쇼어링 투자, 방위비 분담 정책의 수혜 산업으로 부각될 것이다.

관세는 이제 트럼프의 정치 수단을 넘어, 미국 경제 재편을 이끄는 전략적 지렛대다. 이 과정에서 혼란은 불가피해 보이며 5월 미국 감세안 추진 속도, 6월 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 한국 대선 등은 단기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높아진 변동성 장세 속에서 리쇼어링에 따라 수요가 높아지는 산업군, 정책 유연성의 경계선에서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자산군을 중심으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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