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변동성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요동치고 있다. 관세 영향이 적은 조선주는 웃고 항공주와 2차전지주는 울상지었다. 美·中 무역 갈등 ‘반사이익’ 기대감에 희토류 테마주도 후끈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짙어지는 모습이다.
증시 변동성이 4년來 최고…관세 영향 적은 조선주 웃고 항공·2차전지주는 울상
= 美·中 무역 갈등 ‘반사이익’ 기대감에 희토류 테마주도 후끈…안전자산 선호 현상 심화

미·중 관세전쟁 여파로 희비가 엇갈린 대표적인 종목은 조선주와 항공주다. 조선주는 미국의 중국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반면 항공주는 고환율에 고관세 부담까지 더해지며 하락 폭을 키웠다.
희비 엇갈린 조선·항공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14일간 HD현대마린엔진(27.92%), HD현대미포(25.33%), 한국카본(41.95%), 세진중공업(31%) 등 주요 조선주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조선주를 담은 ‘SOL 조선TOP3플러스’(16.43%), ‘KODEX K-친환경조선해운액티브’(15.07%) ‘TIGER 조선TOP10’(17.48%) 등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2.20%)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항공주는 관세전쟁의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항공 운임 하락과 여객 수요 감소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화물사업부 실적 우려가 부각됐다. 제주항공(-5.2%), 아시아나항공(-4.02%), 진에어(-8.43%), 에어부산(-5.53%) 등은 4월 들어 하락세다.
항공 업계는 미국이 대중국 관세율을 최고 145%로 상향하고 800달러 미만 상품 면세 조치를 폐지하면서 중국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향하는 화물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당 1400원을 넘은 원·달러 환율도 항공 업체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환율이 뛰면 여행 수요가 위축되고 항공사의 유류비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희토류 테마주 이상과열 조짐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에서 반사적 이익을 얻은 종목은 희토류 관련주다. 희토류 주요 생산국인 두 나라의 무역 갈등이 격화하면 희토류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희토류 영구자석 업체 노바텍과 희토류 대체 소재로 주목받는 ‘페라이트 마그넷’을 생산하는 유니온머티리얼, 이 회사의 모회사인 유니온 등이 4월 들어 주가가 급등했다.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 기업인 성림첨단산업 지분 16.84%를 보유한 현대비앤지스틸도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에 맞서 자국에서 생산하는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앞으로 중희토류와 희토류 자석을 중국 밖으로 반출하려면 중국 정부의 특별 수출 허가가 필요하다. 중희토류는 전기차를 비롯해 드론, 로봇, 미사일, 우주선 주요 구성 요소인 전기모터에 쓰이는 자석의 핵심 재료다. 인공지능(AI) 서버와 스마트폰 칩의 부품인 커패시터(축전기) 원료이기도 하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중희토류 공급량의 99%를 중국이 담당했다.
희토류 테마주들이 급등했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기업의 실체를 잘 따져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채굴부터 분리·정련 과정을 거쳐 희토류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아서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심해지면서 희토류 공급망이 불안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경우 관련 기업 실적이 악화해 오히려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희토류 관련 종목은 실적과 관계없이 막연한 기대만으로 오른 사례가 많아 반사이익을 누릴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세가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산 업종과 내수 업종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방산은 미국 수출 물량이 없어 관세를 가장 잘 회피할 수 있는 업종으로 꼽힌다. 원재료도 국산화를 추진해 대외 가격 변동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이외 유럽, 중동 등 다른 지역에서는 한국산 무기에 매우 관심이 높다"며 "방산은 올해 적극적으로 매수해야 하는 업종"이라고 말했다.
관세와 무관한 내수 업종 중에선 엔터 업종을 고려해볼 만하다. 엔터 분야는 미국 의존도가 낮고 수출 품목도 재화가 아닌 용역으로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유통과 금융, 인터넷 업종도 국내 경기 부진으로 내수 부양을 강화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은 상호관세와 다른 세율이 적용될 의약품과 반도체 분야에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미국에 꼭 필요한 재화로, 높은 관세에 노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의약품 분야는 반사적 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국내총생산(GDP) 상승보다 빠른 의료비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약가 인하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미국의 의약품 생산 자립도가 낮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자국 내 생산 역량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의약품 제조 시설 건설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을 위해서는 의약품 수입 관련 급진적인 정책을 발표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유한양행, 녹십자 등 미국에 의약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의 손익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관세 우려로 내렸던 주가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자동차부품과 2차전지 분야는 관세전쟁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수입차에 25% 관세를 매겼고 추후 협상을 통해 관세가 낮아질 확률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생산되는 자동차가 아니라면 매출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 2차전지도 반전기차 정책에 의한 캐즘(chasm) 심화로 전방산업에서 가격 인하 요구가 나올 수 있다.
상호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꺾이지 않을 분야에 주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화장품이 대표적이다. 화장품 업종의 올해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하나증권은 한국콜마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예상 매출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2조7000억 원, 영업이익은 37% 늘어난 2700억 원(영업이익률 10%)으로 제시했다.

주가 조정을 겪고 있는 코스맥스, LG생활건강 등 일부는 저가 매수를 검토할 만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화장품 가격이 10% 이상 오르더라도 미국 내 판매는 계속해서 늘 것”이라며 “상호관세 우려가 일부 줄어들면 조정받던 종목이 반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전자산으로 ‘머니무브’ 시작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강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NH투자증권에 의뢰해 이 증권사 계좌에서 30억 원 이상을 굴리는 고액자산가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지난 4월 8일 기준 고액자산가들의 금 현물 보유액은 556억 원으로 1년 전(274억 원)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체 투자자산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 투자 수요가 증가한 데다 금 현물 가격(KRX 금 시장 기준)이 이 기간 39.14% 올라 평가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자산가들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중 양국 간 ‘관세 난타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무원은 4월 11일 미국산 수입품 관세율을 기존 84%에서 125%로 인상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누적 관세율을 145%로 높인 데 따른 보복성 조치다. 성현희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장은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국채를 추가 매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며 “증시가 안정될 때까지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저쿠폰(낮은 액면 금리) 장기채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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