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회복세로 들어왔던 잠실역 상권 내에서도 명암이 교차했다.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자리잡고 있는 송리단길과 방이동 먹자골목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면 차이가 더욱 뚜렷하게 대비된다.
[상권 분석]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에서 벗어나 완연한 회복세에 진입하던 잠실역 상권은 롯데타운을 떼어놓고 보면 분명한 명암이 존재한다. 잠실역 상권의 속사정을 핀테크 기업 핀다의 인공지능(AI)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을 통해 알아보자.


오픈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잠실역 상권은 2024년 한 해 동안 총 3조879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팬데믹 이전인 2019년(3조1548억 원)보다 22.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잠실역 상권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0년에 매출이 크게 위축됐지만, 이후 빠르게 회복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잠실 롯데월드몰과 인근 복합 쇼핑몰 등의 영향으로 상권 전반에 걸쳐 소비가 활발히 일어나면서 지난해에도 2023년 대비 3.56% 성장하는 등 완연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처럼 빠르게 매출 규모를 회복한 잠실역 상권이지만, 업종별로는 분명한 명암이 존재한다. 외식업 매출은 2019년 3772억 원에서 2024년 5841억 원으로 54.9% 증가했고, 소매 업종 역시 2조3979억 원에서 2조8058억 원으로 17% 늘어났다. 하지만 서비스 업종은 2019년 672억 원에서 2024년 900억 원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대비 4.3% 감소하며 성장세가 꺾였다.
특히 서비스 업종의 최근 매출 감소는 미용, 세탁, 수선 등 생활밀착형 업종의 수요가 다소 둔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서비스 확산과 인근 타 상권과의 경쟁 심화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음식과 소매 업종은 인근 지역주민들의 활발한 소비와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여전히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송파구 소비자가 주도하는 잠실역 상권 소비 구조는 해당 지역이 서울 동남권을 대표하는 대규모 주거단지를 포함하고 있다는 지역적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근 신천동과 잠실동에 밀집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활발한 소비가 잠실역 일대의 소매·음식 업종 매출 상승을 견인한 것이다.
또한 서울 북부와 인접한 경기도 지역을 관통하는 8호선 별내선 연장 효과도 톡톡히 본 것으로 나타났다. 8호선 개통의 수혜를 입은 서울 노원구와 경기도 구리시·의정부시는 전년 대비 결제액 순위가 모두 증가했다.

송리단길은 팬데믹 초기인 2020년 매출이 146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 감소했으나, 이후 빠르게 반등하며 2022년에는 2216억 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2년은 뚜렷한 정체 현상을 겪고 있다. 2023년 매출은 2360억 원으로 소폭 성장했으나, 지난해에는 1.7% 감소한 2319억 원을 기록하며 정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정체기 맞은 송리단길
송리단길의 최근 정체 원인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과도하게 늘어난 임대료와 유사 업종의 집중, 소비자 연령층이 점차 제한적으로 변한 점 등이 꼽힌다. 소비자의 연령대가 점차 고연령화되면서 젊은 소비층 유입이 줄고, 기존 매장 중심으로 소비가 고착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방이동 먹자골목은 팬데믹 이후 꾸준히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9년 3002억 원이었던 매출이 2024년 3958억 원으로 32% 증가했다. 최근 2년 동안에도 각각 9.5%(2023년), 0.9%(2024년)의 안정적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방이동 먹자골목이 꾸준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이유는 비교적 다양한 가격대와 업종 구성, 인근 주거 밀집 지역 소비층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비자 성별, 연령대별 구성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과거 2030대 중심이었던 송리단길 소비층은 최근 들어 4050대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대 남성과 20대 여성 모두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60대 이상에서는 매출 증가세가 나타난 영향이다.
이에 비해 방이동 먹자골목은 상대적으로 30~40대의 소비층이 두터운 편이다. 접근성 좋은 다양한 업종과 가격대의 음식점과 주점이 어우러지면서 폭넓은 소비층을 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소비층인 30대와 신흥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60대 이상 시니어 소비자의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소비자의 성별 구성에도 특징이 있다. 송리단길의 경우 여성 소비자의 결제 비중이 높은 편인데, 이는 브런치 카페, 디저트 전문점, 감성적 분위기를 강조한 소규모 음식점들이 많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방이동 먹자골목은 남녀 소비자 비율이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 스포츠 경기 관람을 위한 펍, 다양한 안주와 음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매장이 혼재돼 있어 폭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한 것이다. 결국 이러한 소비층 구성 차이가 최근 2년간 두 지역 상권의 희비를 결정지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잠실역 상권을 오픈업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았다. 방이동 먹자골목은 폭넓은 소비자층과 안정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잠실역 상권 내 중심축으로의 입지를 굳혀 가고 있는 반면, 송리단길은 정체기를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실험이 절실한 시점이다. 잠실이라는 입지가 가진 관광·외부 유입 잠재력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상권 내 콘텐츠의 다변화와 업종 재구성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로 상권의 미래를 충분히 그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잠실역 상권에서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 사장님이라면 개인이 알기 어려운 상권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앞으로의 길을 비추는 등불로 삼고, 잠실역 상권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황창희 핀다 오픈업 프로덕트오너(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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