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부모의 맨션이 도심 속에 있지 않다면 상속을 외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곽의 오래된 맨션은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고, 맨션 선호가 낮아지면서 입지나 연식 등에 따라 매수자를 구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부동산 정석]
일본 도쿄 시내 거리를 걷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 연합AFP
일본 도쿄 시내 거리를 걷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 연합AFP
일본에서 '단신 세대'라 부르는 1인 고령자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많은 맨션(아파트)이 상속 대상에 오르고 있다. 일본의 맨션은 한국의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을 뜻한다. 최근에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2013년 국토교통성이 실시한 '맨션종합조사'에서 도쿄도 내 맨션 가구주 중 70세 이상 비중은 20%, 50세 이상은 70%였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상당수 맨션을 대상으로 상속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주택은 부모가 자녀에게 남기는 재산 가운데 가장 가치가 높은 것 중 하나였다. 상속인이 거주할 수도 있고, 타인에게 빌려줄 수도 있는 데다 팔아서 현금화할 수 있으니 상속인들 사이에서 부모가 남긴 주택을 둘러싸고 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일본, 상속인 없는 맨션 늘어

최근의 상황은 다르다. 도심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부모의 주택이 도심 속에 있지 않다면 외면당하기도 하다. 직접 거주하고 싶지도 않고, 임대를 놓으려 해도 외곽의 오래된 맨션은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들여 리모델링해도 만족스러운 월세를 받기가 쉽지 않다. 도쿄도 내에서만 비어 있는 임대주택이 59만8000가구에 달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부모가 물려준 ‘노후 맨션’ 외면하는 日
상속한 맨션의 관리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소유주의 사망으로 맨션이 자녀에게 상속됐지만, 자녀가 이를 알리지 않고 방치하면서 관리사무소가 상속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집은 방치되고 관리비와 수선충당금은 체납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관리사무소가 상속인을 확인해 비용을 청구할 수 있지만, 상속 신고조차 이뤄지지 않으면 대책이 없다. 최근 상속인들이 맨션을 상속받지 않으려 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커지고 있다. 그나마 상속인이 있다면 다행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상속인 없는 맨션도 늘어 가고 있다.

이러한 경우 최종적으로는 맨션을 압류하고 경매 절차를 밟아 체납분을 회수하게 된다. 하지만 맨션 선호가 낮아지면서 입지나 연식, 설비 상황 등에 따라 매수자를 구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경매로 체납금이 회수된다는 보장도 없어진 셈이다. 도쿄도 맨션 호가가 400만 엔(약 3700만 원) 수준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직접 보이지 않는 체납 관리비와 상속재산 관리인 선정 등의 정리 비용, 리모델링 비용 등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도쿄의 주택가. 사진=연합뉴스
도쿄의 주택가. 사진=연합뉴스
가까운 미래, 한국도 직면 가능성

혹자는 거래되지 않는 맨션을 국고로 환수하자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가 발생한다. 주택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맨션은 일반적으로 노후화가 심해 수요자들이 꺼리는 매물이다. 방치가 길어지는 만큼 관리비나 수선충당금 체납도 많다. 이러한 주택을 국고로 귀속해도 법률상 국가는 '특정승계인'이 아니기에 관리비나 수선충당금을 지불할 의무가 없다. 관리사무소와 맨션 주민들 입장에서는 공동 비용을 떼이는 결과가 발생한다.
부모가 물려준 ‘노후 맨션’ 외면하는 日
지금은 일본이 겪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한국이 마주할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주택 소유 통계'에서 가구주 연령별 주택 소유율을 보면 70대가 70.6%로 가장 높다. 60대는 67.7%, 50대도 64.6%에 달한다. 이 비중은 2021년 통계와 큰 차이가 없다. 증여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그나마 1인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아직 31.3%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1인 가구는 1년 사이에 5.7% 증가하면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1인 고령자 가구의 상속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법적 제도 개선에 미리 나서는 것이 향후 부동산 시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 IAU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