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과 미·중 갈등 격화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마켓] 머니토크
(왼쪽부터) 이성희 KB국민은행 자본시장사업그룹 부행장, 변정규 미즈호은행 자금실 그룹장, 조범준 하나은행 자금시장그룹 그룹장
(왼쪽부터) 이성희 KB국민은행 자본시장사업그룹 부행장, 변정규 미즈호은행 자금실 그룹장, 조범준 하나은행 자금시장그룹 그룹장
원화 약세와 고환율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4월 10일 열린 머니토크에는 변정규 미즈호은행 자금실 그룹장, 이성희 KB국민은행 자본시장사업그룹 부행장, 조범준 하나은행 자금시장그룹 그룹장(가나다 순)이 참석했다. 외환 시장 최전선에서 풍부한 실무 경험과 시장 통찰력을 갖춘 이들은 외환 시장의 핵심 리스크와 대응 전략에 대해 아낌없는 고견을 쏟아냈다.

- 요즘 외환 시장이 트럼프 변수에 의해 크게 움직이고 있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

변정규 미즈호은행 자금실 그룹장(이하 변 그룹장) “금융 시장의 변동성은 늘 존재하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는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그 영향도 상상을 초월해 전개되고 있다. 일례로 4월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외 국가들에 90일 관세 유예를 발표하자, 미국 나스닥 지수가 하루 만에 12% 상승한 것도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유의 상호관세, 그리고 보복관세 부과는 향후 외환 시장을 넘어 글로벌 경제질서에 큰 변화를 가지고 올 것으로 생각한다.”


조범준 하나은행 자금시장그룹 그룹장(이하 조 그룹장) “트럼프 1기에서도 금융 시장이 크게 요동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중국산 철강, 알루미늄 등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중 간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달러·원 환율도 1100원대에서 1200원대로 크게 상승하며 최근과 비슷한 상황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의 특징은 미 국채가 갑작스러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 달러화도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이다.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성희 KB국민은행 자본시장사업그룹 부행장(이하 이 부행장) “외환 시장은 여러 변수에 움직인다. 국내의 외환 수요와 공급, 외국인투자자 자본 유출입, 대내외 경제 매크로 변수 및 정책 변수, 그리고 정치적 상황에서도 움직이는 시장이다. 다만 단기적 정치 변수에 의해 이렇게 크게 움직이며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진 것은 아마 몇 십 년 동안 없었다. 문제는 그것이 단기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향후 미국의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미국에 대한 신뢰의 문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관세전쟁, 환율로 옮겨 갈 것…달러 약세 대비 필요”
“관세전쟁, 환율로 옮겨 갈 것…달러 약세 대비 필요”
- 최근 원·달러 환율 움직임은 어떻게 보시나.

변 그룹장 “2022년 8월 이후 원·달러 환율은 대부분 1300원 이상에서 거래됐고, 지난해 11월 이후에는 1400원을 돌파해 최근에는 1500원에 근접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가 주춤한 상황에서도 고환율이 지속된다는 점이 우려된다. 가장 큰 문제는 하루에도 20~30원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는 변동성이라고 본다. 이렇게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게 되면 수출·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환율 변동성에 더욱 크게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 그룹장 “한국 역시 관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지속되겠으나, 1500원에 육박하는 현재의 레벨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다고 본다. 40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 및 1조 달러에 달하는 대외 순자산 등을 감안할 때 외환위기와 같은 장세는 예상하기 매우 어렵다. 향후 미국의 금리 인하와 달러화 약세 흐름이 가속화되고, 미국으로 쏠렸던 증시 투자자금이 한국으로 되돌아와 한국 증시의 저평가가 해소될 수 있다면, 원·달러 환율은 하락 안정세로 돌아설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점진적인 환율 하락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이 부행장 “과거 몇 년 동안 ‘미국 예외주의’와 고금리 정책으로 글로벌 강달러가 지속됐지만 이제는 미국의 경기 침체 전망과 함께 미국 달러의 약세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 또한 적절한 달러 약세를 유도해 미 제조업을 보호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숨겨진 의도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글로벌 달러 약세 국면에서도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통화는 도리어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미국과 함께 약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른바 ‘스마일 커브’ 현상이다. 하지만 트럼프 관세 정책이라는 특수 변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 또한 과거와는 다를 수 있다.”

- 원·달러 환율만 올라가면 늘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우려되는데,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이 부행장 “글로벌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또 다른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은 없다는 의견이다. 외환 관련 위기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이 국내 시장에서 매도할 달러가 부족해서 생기는 위기다. 또 하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글로벌 금융기관의 신용 및 유동성 경색이 발생해 외화 자금 조달 자체가 막히는 위기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 환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위기라고 볼 순 없다. 우리나라 통화만 달러 대비 약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대외 채무가 많았던 시기와 달리, 현재 우리나라는 1조 달러 규모의 대외 순금융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물론 연기금, 금융기관, 개인들의 해외 자산이 증가했다는 것으로 그 자산은 필요 시 국내로 들어올 수 있다.”

변 그룹장 “국내 외환 조달 상황은 크게 나쁘지 않다. 외환보유액도 조금 줄기는 했지만 건실한 상황이며, 민간의 외환보유액이라고 할 수 있는 외화예금 잔고 또한 역사적으로 높은 잔고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해외 상황을 잘 주시해야 한다. 문제는 현재 글로벌 기업들의 조달 금리가 상승했다는 점이다. 유럽 주요 기업들의 조달 금리를 대변하는 5년 만기 마킷 아이트랙스(Markit iTraxx) 유럽 신용부도스와프(CDS) 지수는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난 후(4월 9일 기준) 종전 50~60bp 수준에서 85bp까지 폭등했다가 다음 날 관세유예 발표로 소폭 내려왔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해 향후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고용이 줄어들면 경기둔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언제나 신용 이슈에서 발발한 만큼 해외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조 그룹장 “과거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은 각각 1999원(1997년 12월 23일)과 1597원(2009년3월6일)까지 크게 상승했다. 최근 미국 관세 폭탄에 환율은 1487.5원까지 상승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실제 위기로 전이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한국의 외화 유동성은 현재 풍부한 상황이고, 은행 입장에서 머니 마켓이나 조달 시장 모두 큰 문제 없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대외 순자산이 1조 달러에 달하는 순채권국이면서 외환보유액도 4000억 달러 규모로 세계 9위권이다. 여기에 주요국과 체결한 1382억 달러(2022년 말 기준) 상당의 통화스와프 라인도 상당 부분 위기에 완충력을 제공할 것이다. 현재 국내 금융경제 펀더멘털상 외환위기를 논하기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관세전쟁, 환율로 옮겨 갈 것…달러 약세 대비 필요”
“관세전쟁, 환율로 옮겨 갈 것…달러 약세 대비 필요”
- 이종 통화 환율도 물어봐야겠다. 먼저 엔·달러 환율을 일본의 통화정책과 연관시켜 전망해 달라.

변 그룹장 “일본의 통화정책은 최근 많은 변화를 보였다. 2024년 초에는 아베노믹스로 대변되는 마이너스 금리를 폐지했으며 이후 금리 인상을 두 차례 더 단행했다. 특히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은 매우 높게 지속되고 있다. 일본의 2025년 1월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4.0% 상승했으며 2월 CPI 또한 3.7% 상승했다. 과거 디플레이션의 대명사였던 일본이 앞으로는 인플레이션 국가로 변모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기 때문에 일본의 중앙은행(BOJ)은 앞으로 금리 인상을 더욱 빨리 단행할 가능성이 있고 통화정책을 앞으로 더욱 긴축적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BOJ의 긴축적 통화정책은 엔화 강세를 불러 일으켜, 달러·엔 환율이 장래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조 그룹장 “일본은 장기 경기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오랫동안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쳐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양호한 경제 지표 기록하며 기조적인 저성장·저물가가 해소되는 조짐을 보이자 일본은행은 주요국 중 유일하게 긴축 행보를 걷고 있다. 이에 따른 미·일 간 금리 차 축소에 더해 지난해에 이은 올해 3월 높은 수준의 임금 협상 타결로 낙관적 경제 전망에 추가 조기 금리 인상 기대가 확대되며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 경기 둔화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맞물려 엔화 강세를 자극하고 있는 상황으로, 엔화 강세에 따른 일본의 구매력 회복은 추가적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부행장 “결론적으로 일본의 정책이 20년 만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본다. 2021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본도 드디어 국내 물가가 상승하고 디플레이션을 탈출하게 됐다. 많은 나라들이 디스인플레이션으로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일본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해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하고 금리를 0.5%까지 인상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도 1.5%까지 상승했다. 최근 트럼트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엔화는 유로화와 함께 제2의 안전자산(safe heaven)으로 여겨져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엔·원 환율도 1000원을 돌파했다.”

- 지난해 7월 이후부터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자주 거론돼 왔던 엔 캐리 자금 청산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변 그룹장 “‘캐리(carry)’ 라는 용어는 금융 시장에서 ‘이자’를 지칭하는 전문용어다. 보유하기만 해도 받을 수 있는 이자를 말한다. 과거 이자가 없던 엔화에 앞으로 이자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면서 일본 밖 엔화 자금이 되돌아올 가능성이 제기됐고, ‘엔 케리 청산’이라는 말이 유행한 것이다. 엔 케리 청산이 일어나게 되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자금의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 자본시장이 폭락할 수 있고 그 영향이 막대할 전망이다. 다만 이러한 상황은 당장 일어나기는 힘들다고 본다. 현재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상단은 0.50%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개인들과 기업이 빠른 시일 내 바로 청산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은 적다. 이러한 엔 케리 청산은 일본의 기준금리가 더욱 높아지는 내년도 이후에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행장 “엔 캐리는 초저금리인 엔화를 빌려 일본 자산이나 달러로 바꾸 고금리인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따라서 엔 캐리 청산은 엔화 금리가 급격히 오르거나 엔화가 급격히 강세(달러·엔 환율이 급락)를 보이거나 일본 자산 및 미국 자산이 급락할 때 손실이 발생해 청산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8월에 이러한 단기 현상이 나타나서 우리나라 금융 시장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전까지는 엔 캐리 트레이딩의 전성기였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엔화도 약세하고 일본·미국 자산 가격이 상승해서 이중으로 혜택을 누렸다. 하지만 앞으로는 앞서 말한 청산의 환경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서 아마 지금도 대규모는 아니더라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엔화 가치도 오르고 엔화 금리도 오르면서 자산 가치는 하락하고 있으니 말이다.”

조 그룹장 “엔 캐리 거래는 일본의 초저금리 통화정책에 따라 장기간 동안 대규모로 다양한 자산에 대해 이뤄졌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핵심 동력인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이는 연초 대비 크게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 증시 조정이 추가적인 캐리 청산을 촉발하고 이는 다시 증시 하락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캐리자금의 실제 규모와 청산 속도는 매우 불확실해 예단하기는 어렵고, 또한 일본의 금리 정책이 미국과 협의 없이 단독으로 이뤄지기도 어려워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지난해 8월 한번의 패닉 장세를 경험했기 때문에, 동일한 패턴으로 세계 증시 변동성을 유발할 가능성도 낮을 것 같다.”
“관세전쟁, 환율로 옮겨 갈 것…달러 약세 대비 필요”
“관세전쟁, 환율로 옮겨 갈 것…달러 약세 대비 필요”
- 위안화 환율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관세 정책을 중국이 위안화 절하로 대응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추가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없을까.

변 그룹장 “중국은 인접국이자 최대 무역국 중의 하나로, 원화와 위안화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 문제로 극하게 대립하게 된다면, 위안화 약세로 인해 원화 환율 또한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중국과의 분쟁에 집중할 경우 위안화와 원화의 동조화는 다소 약화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앞으로 한국에 들어설 새로운 정부의 대미, 대중 노선과 정치적 견지에 따라서 원화의 중국 위안화와의 동조화 정도는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조 그룹장 “중국이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해 대응할 만한 수단은 위안화 절하 외에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그렇게 된다면 위안화와 강력하게 연동되는 원화는 추가 절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렇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수출 경쟁력뿐 아니라 금융 시장 안정 역시 고려해야 하는바, 급격한 위안화 절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안화 신뢰도 하락과 자본 유출 등을 방지해야 한다. 공격적인 평가 절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 사실 트럼프의 관세를 위안화 약세로 맞대응한다면 중국, 미국 모두가 안좋을 것으로 보이는데, 밀약이나 합의 가능성은 없나.

이 부행장 “트럼트 관세 정책에 강경 모드를 취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가 145%까지 부과된 것은 사실상 양국 간 무역을 하지 말자는 메시지에 가깝다. 전통적으로 관세전쟁은 환율전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10% 관세가 부가되면 자국 통화를 10% 절하시켜 관세 효과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트럼트 관세 정책에 따른 위안화의 잠재적 약세 요인이 원화의 가장 큰 도전인 것 같다. 지금은 감정적으로 미·중이 치킨게임을 하고 있지만, 결국 협상은 분명 진행된다고 본다. 중국도 트럼프 1기 때에는 그대로 당했지만, 대미 수출 비중을 줄였고 최근 내수 중심의 경제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 또한 단기적으로 중국 제품을 대체할 중저가 제품의 제조업 기반이 없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만약 결렬된다면 세계 경제의 극심한 불안과 불확실성이 엄습할 가능성도 있다.”

변 그룹장 “트럼프 1기와 비교해서 보겠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2018년 초 달러·위안 환율이 6.28위안까지 하락했지만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환율전쟁이 시작되면서 2019년 달러·위안 환율은 7.17위안까지 상승했다. 미국 관세 부과에 대해 인위적 환율 인상으로 중국산 수출품의 가격을 낮췄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중국의 경제와 현재 중국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당시 중국의 경기는 역사적으로도 가장 호황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부동산 버블 문제를 아직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경제 전반에 걸쳐서 문제점이 많은 상황이다. 특히 신용 가산금리가 당시보다 크게 높아졌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 감정적으로 격앙돼 있지만, 향후 이성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시기가 되면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것이라고 본다.”

조 그룹장 “트럼프 2기의 관세와 무역전쟁이 1기때보다 훨씬 과격해진 상황으로 관련한 불확실성이 단기간 내에 사라지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다만 미국의 일방적인 정책으로 인해 미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고립되고, 게다가 우방국 및 증시 폭락으로 은퇴 자산이 감소하는 미국인들의 원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귀를 닫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 패턴 중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이 항상 협상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카드를 꺼내 상대방의 두려움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떤 권력자도 시장을 끝까지 좌우하거나 책임질 수 없으며, 어느 순간부터는 시장이 트럼프를 길들일 것이다.”

- 최근처럼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고 변동성이 커질 때 고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외화 관련 상품은.

이 부행장 “개인과 기업, 기관에 따라 외화 상품의 목적과 활용이 달라진다. 개인은 기본적으로 환율이 상승한다고 전망하면 원화를 외화로 환전해 외화예금을 가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전해서 미 달러화 외화예금을 가입하면 미 달러화 이자와 만기 시 환율이 올랐을 경우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고액자산가들은 자산의 통화 다변화 전략을 취하면서 원화 자산 및 다양한 외화 자산도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원화를 다른 나라 통화로 환전해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기업은 수출입 업체로 주로 수출입 대금의 결제에 따른 환율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으로서 기본적인 결제 목적, 환리스크의 헤지 목적 또는 투자 목적 등으로 현물환(외화예금), 외환 관련 파생상품(선물환·선물·통화스와프·옵션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 있다.”

변 그룹장 “외화 관련 상품은 크게 현물환, 선물환, 외환파생상품으로 나뉜다. 환율이 너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개인들은 투기적인 수요는 자제하길 권한다. 관세전쟁에서 환율전쟁으로 전환될 경우 달러·원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1400원 이상의 고환율대에서 미국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기업들도 매우 고심이 클 텐데, 수출이나 수입 금액이 큰 경우라면 환헤지를 추천한다. 환헤지는 주로 포워드(forward)라고 불리는 선물환을 이용해서 하게 되는데, 수출업자의 경우는 환율이 하락할 경우의 위험을 헤지하며, 수입업자의 경우는 환율이 상승할 위험을 미리 헤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환헤지는 환율이 상승하거나 하락할 경우 모두 헤지가 가능한 상품이기 때문에 요즘같이 환율이 널뛰는 상황에서는 가능하면 환율 변동성을 헤지하는 노력을 하기를 부탁한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 최근까지 유행처럼 추천했던 달러 투자와 엔화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말씀해 달라.

이 부행장 “해외 투자에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 기초자산(underlying assets)의 가격 변동뿐만 아니라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달러 투자도 새로운 투자 시각을 가져야 한다. 트럼프 관세 정책은 언젠가는 환율 정책으로 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미국의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보인다면 미국의 주식과 채권 가격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현재 무엇보다 미국 투자 자산에 대한 환 리스크를 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엔화를 빌려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도 글로벌 달러 약세 시기에서는 매우 위험한 투자일 수 있다. 엔화의 가치도 상승하고 일본은행은 금리를 계속 올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달 금리도 상승할 수 있다.”

변 그룹장 “지난해부터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하락할 것이며, 앞으로 엔화 또한 강해질 것이라고 많이 예상했다. 그래서 미국 기준금리 하락과 엔화 강세에 동시에 베팅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일본에 상장된 달러 국채 상장지수펀드(ETF)였다. 방향성 측면에서 엔화 강세와 미국 금리 인하는 대세라는 것에는 크게 이의가 없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 국채 특히 장기채의 경우 생각보다 금리가 많이 하락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조 그룹장 “달러 투자와 엔화 미 국채 투자 모두 시장에서 흔히 알려진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달러 투자의 경우, 달러는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위험자산인 국내 주식이 하락하는 경우 달러 가치는 상승하며 포트폴리오 내에서 분산투자 효과를 제공한다. 다만 레버리지가 포함된 달러 투자 상품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엔화로 미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은, 엔화와 미 국채 둘 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전체 금융 시장이 불안정할 때 혹은 원화가 유독 약세를 보일 때 좋은 투자 상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2022년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기 상황에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엔화 및 미 국채 가치가 동반 폭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처럼 전통적인 자산 배분 전략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그 같은 상품으로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으며, 달러·엔 환율에 대한 헤지 비용에 대한 고려도 반드시 필요하다.”

- 외화 관련해 국내 최고의 전문가이신데, 개인들에게 말씀해주실 내용이 있으면 끝으로 한 마디 해달라.

변 그룹장 “금융 시장은 날씨와 같다. 태풍이 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 지기도 한다. 이렇게 변동성이 크고 변덕이 심한것이 금융 시장의 속성이다. 따라서 언젠가는 이러한 급격한 변동성과 고환율도 하락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나 트럼프 대통령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정책의 성공 키워드는 저금리와 약달러라고 볼 수 있다. 현재의 상황에 부화뇌동하기보다는 미래의 환율 하락 국면을 미리 대비하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 부행장 “외환 시장에서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방향 또는 트렌드 전환기에 많이 나타나는 변곡점(inflection)일 수 있다. 추가적인 원화의 약세도 가능하겠지만 글로벌 달러화의 트렌드와 정책적 변수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외환 시장은 주식과 채권 시장보다 더 복잡한 시장이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환율의 방향성 예측이 항상 틀릴 수 있다.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필요한 달러가 있으면 분할매수로, 달러 매도는 분할매도 전략이 최근의 변동성에서는 바람직한 전략인 것 같다. 또한 신규 해외 투자 시 이제부터는 환헤지 전략도 깊이 고민하고, 기존 투자에 대해 환헤지가 안 돼 있으면 환율 하락에 대한 일부 환헤지 전략도 함께 생각해볼 시점이 아닌가 싶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 정리 이현주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