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프라이빗뱅킹(PB) 전략부터 최근 경쟁이 치열해진 퇴직연금 영업까지. 우리은행의 WM 영역을 총지휘하고 있는 김선 우리은행 WM그룹 부행장을 만났다.
[WM 리더] 김선 우리은행 WM그룹 부행장
지난해 12월 우리은행 WM그룹을 총괄하게 된 김선 부행장은 우리은행이 지니고 있는 자산관리(WM) 역량이 결코 만만치 않다고 자부한다. 김 부행장은 “우리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의 실력을 보면 맨파워 측면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은행은 시스템으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결국엔 개인의 역량과 태도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며 “다른 금융사의 장점을 따라가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우리가 먼저 선도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내 ‘업그레이드된 WM 영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안 쉬었던 우리은행 WM 영업의 수레바퀴를 다시 굴리는 중”이라는 김 부행장과 지난 3월 26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만났다.

“WM그룹이 인적으로나 수익 면에서나 빠르게 성장해 은행 전체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과거에는 은행의 실적을 비교할 때 이자마진을 주로 거론했죠. 그러다 비이자이익을 비교하기 시작한 게 10년 전쯤부터예요. WM 영업을 통한 비이자이익이 은행에서 굉장히 중요한 영역으로 떠오르게 된 거죠. 그런 흐름 속에서 우리은행도 WM 영업을 강조하며 10년 이상 열심히 달렸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파생결합펀드(DLF), 라임펀드 같은 이슈를 겪으며 한동안 WM 영업이 위축됐어요. 보통 ‘영업의 수레바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요. 이 수레바퀴는 처음 굴릴 때가 가장 힘들어서 일단 굴리기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여러 사건으로 인해 WM 영업의 수레바퀴를 일단 멈췄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굴려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과거에 갖고 있던 WM 역량을 빨리 되살려 우리은행이 국내 1위 은행으로 올라서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WM 영업 수레바퀴가 다시 굴러간 덕분인지 지난해 우리은행이 높은 비이자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는데요.
“일단 기업금융(IB) 부문에서 비이자이익이 많이 난 영향도 있어요. 물론 WM 부문이 수익을 많이 낸 것도 사실이죠. 지난해 홍콩H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가 터지면서 많은 은행들이 1월부터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어요. 반면 우리은행은 ELS 판매액이 적은 상태여서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았고요. 이 때문에 ELS 관련 상품 판매를 지속할 수 있었죠. 또 지난해 한국이나 미국이나 금리 인하가 안 됐잖아요. 금리 상황을 지켜보며 투자하자는 기조 아래 단기채 펀드 판매를 많이 했어요. 고난도 상품을 많이 팔았다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봐 가면서 열심히 했던 것이 성과를 낸 것 같습니다.”
은행권에 여러 불완전판매 사고가 잇따랐던 만큼, 고객 신뢰를 제고하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가장 강조하는 게 고객 신뢰입니다. 금융 산업은 신뢰 없이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시죠. 모든 영업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WM 영업에 중요한 원칙이에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고객 중심의 포트폴리오 영업’에 힘써야 한다는 기조를 항상 강조합니다. 물론 아직은 금융그룹 차원에서 보험, 증권 판매를 병행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완벽한 포트폴리오 영업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저희가 할 수 있는 한 고객의 상품 선택 폭을 넓히는 쪽으로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영업은 어떤 건가요.
“고객에 따라 투자 성향이 다르잖아요.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하는 분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를 추구하는 분도 있고요. 그런데 위험을 좇는 성향의 고객이라고 해도 과도하게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고난도 상품만 권유해서는 안 돼요. 수익률이 높으면서도 리스크 테이킹을 할 수 있는 안전한 구성을 함께 추천해야 하죠. 펀드, 방카슈랑스, 신탁 등 여러 상품을 균형 있게 다루고, 예금과 투자 상품 간의 비중도 알맞게 구성해야 합니다. 어떤 고객이 ‘여윳돈 10억 원이 생겼는데 어떻게 투자하면 좋겠냐’며 은행을 찾아왔을 때, 직원 입장에서는 수수료 높은 상품 위주로 권하고 싶은 유혹이 생길 수도 있겠죠. 그런데 우리은행은 그 길로 가지 않습니다. 고객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와 기대 수익률을 보여주고, 최종 판단은 고객이 내리도록 합니다. 그렇다고 고객이 맡긴 10억 원을 단순히 여러 상품에 쪼개서 투자하는 데 집중하지는 않아요. 매크로적 관점에서 투자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생각합니다. 본부 조직의 전문가 집단이 하우스뷰를 일정하게 가져가면서 특정 고객군에 알맞은 포트폴리오를 세팅해줘요. 고객 특성에 따라 지역, 섹터의 비중을 조정하고, 은행이 확보한 다양한 상품에 고객 자산을 분산하는 것이죠. 이 과정을 협의해 나가는 것이 우리은행의 체계적인 ‘포트폴리오 영업 프로세스’라고 보면 됩니다.”
앞서 말씀하신 대로 우리은행은 그동안 금융그룹 내 증권사, 보험사와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요. 앞으로의 구상이 궁금합니다.
“최근 우리투자증권이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승인받았습니다. 금융그룹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을 모색 중입니다. 일단 지난 1월 10일 개설한 ‘투체어스W(Two Chairs W) 여의도’는 우리투자증권과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위치해 있는데요. 투체어스W를 찾은 고객들이 우리투자증권 공간으로 쉽게 이동해 증권 상품 가입을 상담받기 편한 구조입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은행 특화 채널과 우리투자증권의 시너지를 내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 기반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또 우리금융은 현재 보험사 인수도 추진하고 있는데요. 연내에는 보험사를 자회사로 편입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금융그룹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계열 금융사 간의 시너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PB들의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가 있나요.
“수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보니 그에 대한 평가 지표도 물론 있죠. 수탁고, 고객 수, 고객 수익률을 주로 보고 있어요. 다만 과거에는 판매액 등 수익을 얼마나 올리는지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좀 더 평가 기준을 고도화해서 포트폴리오 영업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도 강화하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해 왔던 고객 수익률에 대한 평가를 좀 더 현실적으로 바꾸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어요.”
우리은행의 WM을 어떤 방향으로 성장시킬 생각인가요.
“지금 당장 실행할 순 없지만 ‘업그레이드된 WM 영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우리은행 PB들의 실력을 보면 맨파워 측면에서는 뒤지지 않아요. 은행은 시스템으로 돌아간다고는 하지만 개인의 역량과 태도가 결국엔 굉장히 다른 결과를 내잖아요. WM 시장에서 우리은행이 아직 잘 못하고 있는 것들도 분명 있다고 봅니다. 다른 금융사의 장점을 따라가야 하는 부분도 존재할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먼저 선도할 수 있는 부분도 찾아내야 해요. 과거 우리은행에 PB라는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만 해도 ‘우리은행 PB’의 차별화 지점이 있었어요. 지금은 우리은행 PB 인력이 그렇게 많지 않은 상황이죠. 장기적으로 PB 인력풀도 늘려 나갈 생각이에요. 언젠가는 고객들이 ‘WM은 우리은행이 정말 잘한다. 서비스가 남다르다’고 말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의 PB 서비스 중 차별화된 게 뭔가요.
“우선 본부 차원의 컨설팅 전문 인력이 잘 배치돼 있고요. 고객 케이스별로 접근하는 역량도 탁월합니다. 초고액자산가들이 PB센터에 방문한다고 해도 그간 갖고 있던 모든 고민을 한번에 해결하기란 쉽지 않잖아요. 우리은행 본부에는 세무, 부동산, 가업승계 관련 컨설턴트가 충분히 포진해 있어요. 이들이 이합집산으로 각각 고객을 상담하는 게 아니라 특정 케이스를 두고 부서를 초월한 채로 뭉쳐 ‘토털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체계입니다. 케이스별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실질적 서비스가 존재하고 있는 거죠.”
별도 조직이었던 연금사업본부가 조직 개편을 통해 WM그룹으로 들어왔습니다. 배경이 뭔가요.
“연금은 기업 고객과 개인 고객, 자산가 고객 모두에게 조금씩 걸쳐 있는 분야입니다. 어떤 사업 그룹에 편입해야 할지 판단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죠. 그러다 지난해 퇴직연금 실물이전이 시작되면서 개인형퇴직연금(IRP)이 두드러졌는데요. 개인형 IRP는 가입부터 운용까지 모두 개인이 하도록 돼 있고,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은 기업에서 가입하더라도 운용에 가입자가 직접 관여하죠. 퇴직연금이 갖고 있는 개인 자산관리의 특성이 부각되면서 WM그룹과 결이 맞닿아 있다는 판단이 나온 것 같아요.”
최근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이 심화됐는데요. 앞으로 이 시장에서 우리은행은 어떤 전략을 펼칠 계획인가요.
“퇴직연금 실물이전을 계기로 개인형 IRP가 증권사로 많이 이동했어요. 젊은 고객의 증권 거래가 늘어난 배경도 있고, 비대면 개인형 IRP의 신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증권사들의 특성도 작용했을 거예요. 우리은행도 WM 조직, 인력, 채널 등의 리소스를 총동원해서 연금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노령화로 인해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에 따라 연금 시장도 확대될 겁니다. 우리은행도 이런 변화의 물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보고요. 일단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비대면 개인형 IRP의 신규 수수료를 면제해준다는 점에서 우리은행이 강점을 갖고 있죠. 퇴직연금 시장에서 가장 많이 비교하는 두 가지 지표가 있는데요. 적립금 규모와 수익률이에요. 특히 고객 입장에선 수익률에 관심이 많죠. 우리은행의 경우 앞서 말씀드린 대로 고위험 펀드보다 채권형 펀드 위주로 판매를 하다 보니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진 않았어요. 앞으로는 개인형 IRP를 통해 혼합형, 주식형 등 고객들이 다양한 펀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현재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은 우리은행이 잘 구축해 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은행의 PB 브랜드인 투체어스 홈페이지를 살펴봤습니다. 미국 부동산 플랫폼과 업무협약을 맺었던데요. 어떤 취지인가요.
“미국 부동산 투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코리니(Koriny)와 제휴를 맺었는데요. 이를 통해 국내 고액자산가의 해외 현지 부동산 투자를 돕는 프로세스를 갖췄습니다. 단순 제휴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고요. 우리은행의 외환 자본 거래 전담 채널인 ‘글로벌투자원(WON)센터’와 연계해, 내부 역량과 결합한 해외 투자 지원에 나서고 있죠. 주로 자녀 유학이나 이민을 고민하는 자산가 고객들이 해외 거주용 부동산 투자에 대한 니즈를 갖고 있는데요. 우리은행이 해외 점포를 보유하고는 있지만 현지 부동산 정보에 밀접하게 접근하기는 어려워요. 국내 은행이나 증권사는 대부분 현지 부동산 플랫폼과 제휴를 맺어 투자를 지원하곤 하죠.”
최근 시니어 시장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도 높은데요.
“은퇴를 앞둔 고객층이기도 하지만 경제력을 갖춘 세대이기 때문에 그들을 향한 시장의 관심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점점 노령 인구가 늘어 가는 만큼 개인그룹이 메인이 돼서 시니어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WM그룹 차원에서도 특화채널을 통해 시니어 고객이 관심을 가질 만한 노후 재테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올해 자산 시장 전망과 투자 방향이 궁금합니다.
“올해 미국 주식은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가격 부담이 큰 만큼 비중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변동성 장세가 예상되고 있어요.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리스크 관리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특정 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는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다양한 자산군과 지역별 투자 전략 수립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것을 권해드려요. 경기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등 방어적인 섹터에 대한 투자를 고려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예상되니, 안정적으로 수익을 제공하는 국채나 투자등급회사채의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것도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또 무역 갈등으로 인해 주요 통화의 변동성이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환헤지 전략을 통한 환율 리스크 관리가 필요합니다.”
대담 장승규 편집장 | 정리 정초원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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