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이 이제는 단순한 예치 자산이 아닌 ‘운용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삼성증권은 디지털 전략과 맞춤형 설계를 바탕으로 연금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있다.

[연금 프런티어]이성주 삼성증권 연금본부장
이성주 삼성증권 연금본부장. 사진 이승재 기자
이성주 삼성증권 연금본부장. 사진 이승재 기자
삼성증권이 연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퇴직연금 부문에서는 고른 수익률을 기반으로 꾸준히 몸집을 불려 가고 있으며, 경쟁이 치열한 시장 환경 속에서 비교적 젊은 세대의 개인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삼성증권 연금본부를 이끄는 이성주 본부장(상무)이 있다. 2002년 입사 이후 SNI센터장과 주요 지점장을 두루 거치며 초고액자산가부터 신입사원까지 폭넓은 고객층의 자산관리를 경험한 이 본부장은 연금을 단순한 노후 대비 자산이 아닌 능동적으로 운용해야 할 핵심 자산으로 바라본다. 이 본부장은 “과거에는 연금이 그냥 예치해 두는 ‘파킹 자산’ 정도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다르다”며 “특히 젊은 초고액자산가들은 연금 운용에도 확고한 전략과 주도권을 가지고 접근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이러한 연금 시장 구조 변화에 발맞춰 연금과 디지털 조직을 통합 운영하고 있으며, 포트폴리오 재편, 세제 절감 전략, 연금 교육 등 전방위적인 혁신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5월 13일 이 본부장을 만나 삼성증권이 준비하는 연금 시장의 미래를 물었다.

-삼성증권에서 20년 넘게 근무했는데 주로 어떤 업무를 해 오셨나요.

“2002년 입사해 지점에서 영업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2008년에는 그룹의 파견 기회를 통해 중국에서 연수를 받았고, 이후 본사에서는 영업 전략, 기업 분석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연금 사업을 총괄하기 전에는 초고액자산가 서비스인 SNI 고객 자산을 직접 관리하는 프라이빗뱅커(PB)로서, 그리고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전략을 기획하는 역할도 수행하며 개인 자산관리에 대한 종합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연금 자산에 대한 관심이 그때부터 꾸준히 이어졌고, 이러한 경험들이 현재 퇴직연금 시장의 흐름을 깊이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고액자산가들이 연금을 보는 시각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과거에는 연금이 단순히 ‘파킹(paking)’용 자산, 예금성 안전자산 정도로 인식됐다면, 최근의 젊은 부유층은 운용 니즈가 매우 강합니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자나 MZ(밀레니얼+Z) 세대 초고액자산가들은 자산 규모에 비해 연금 비중이 작아도 이를 허투루 다루지 않습니다. 채권을 산다고 하면 일반 계좌, 연금 계좌(IRP), 모든 자산군에서 전략적으로 분산투자를 원하죠.”

-가장 큰 변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거 퇴직연금은 말 그대로 퇴직금을 적립해 두는 수단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운용해 자산을 키울 것인가’, ‘어떻게 꺼내 쓰며 평생소득으로 연결할 것인가’가 화두가 됐습니다. 이로 인해 퇴직연금 사업자 중 증권사에 대한 고객의 기대가 증가했고, 증권사로의 퇴직연금 머니 무브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운용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되면서, 2022년 디폴트옵션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이 제도는 고객이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투자 상품에 자산이 배분되도록 해 고객 무관심에 의해 퇴직연금이 방치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또한 올해 4월부터는 개인형퇴직연금(IRP)에 대해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일임 운용이 허용되며 보다 효율적인 자산 운용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와 함께 연금 수령 계좌 수도 빠르게 증가하며, 이제는 ‘언제 얼마를 수령할지’까지 고려하는 전략이 필요해졌습니다. 제도와 고객 인식, 시장 플레이어의 대응이 동시에 진화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 고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연금 관련 질문이나 고민, 오해 등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얼마인가요’, ‘지금 이 상태로 두면 괜찮을까요’, ‘이 돈은 안전한가요’ 등입니다. 특히 세제 혜택 중심으로 연금에 가입한 고객일수록, 실질적인 운용 전략이나 수령 계획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연금 수령 시점이 도래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수령해야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지, 국민연금과 어떻게 병행할지, 퇴직 시 수익이 나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등 아주 실질적인 고민들이 많습니다. 일부 고객은 IRP 수수료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손실 가능성에 대해 오해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삼성증권은 이러한 고객들의 궁금증과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연금 전문 PB 중심의 1대1 맞춤형 상담, 연금 전문 세무사의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온라인 세미나, 콘텐츠를 제공하며 연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삼성증권 퇴직연금 컨설팅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성과가 우수한 상품을 쉽게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연금 ETF 랭킹’과 ‘연금펀드·TDF 랭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기간별 수익률, 매수량, 연령, 자산 평가 상위 10%인 ‘연금부자’의 상품 등 다양한 테마에 대해 상품 랭킹을 제공합니다. 또한 업계 최초로 퇴직금 보관 수수료가 없는 ‘다이렉트 IRP’를 제공 중으로 추가 비용 부담 없이 효율적으로 퇴직 자산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연금S톡은 삼성증권의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로 고객의 위험 성향, 연령, 소득 현황에 맞는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합니다. 이 서비스는 상품별 투자 성과를 기반으로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투자를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보어드바이저의 알고리즘이 지속적인 성과 분석과 리밸런싱을 지원하며 고객의 퇴직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합니다.”

-타깃데이트펀드(TDF)와 디폴트옵션이 갈수록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요.

“TDF는 현재 퇴직연금 시장에서 핵심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자동으로 자산 배분 비중을 조정해주는 TDF는 운용에 소극적인 고객에게 특히 유용하며,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도 생애주기 맞춤 전략을 구현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TDF 간 수익률 편차, 자산 구성의 복잡성, 글로벌 시장 연계성 등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아 일부 고객은 상품 구조 자체에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예컨대 A사 TDF는 미국 주식 중심, B사는 국내외 채권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어 동일한 ‘2045형’이라도 운용 성과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고객 대상으로 TDF를 비교, 분석하는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자산운용사와 협업해 유튜브를 활용한 온라인 세미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100세 시대에 연금 자산의 운용 전략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100세 시대를 현실로 마주한 지금, 연금 자산의 운용 전략은 단기 수익률이나 안전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평균수명이 85세를 넘고, 90세 이상 고령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은퇴 이후 30년 이상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 구조가 필요합니다. 과거에는 은퇴 후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만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현재는 수명 리스크(longevity risk)를 고려해 일정 부분은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주식형 자산 또는 글로벌 인컴 자산에 배분해야 합니다. 고객의 은퇴 시점, 예상 지출 계획, 기대수명 등을 반영한 생애주기형 자산 설계를 통해 인출 전략과 리스크 완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연금 수령 단계에 진입한 고객은 필요한 현금흐름에 따라 맞춤형 인출 가이드를 제공하고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는 전략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은 연금 고객이 있다면요.

“기억에 남는 사례로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던 50대 고객이 있습니다. 이 고객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계좌를 10년 넘게 사실상 방치한 상태였고, 대부분의 자산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어 실질적인 운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저희 연금 컨설턴트와 상담을 통해 자산을 개인형 IRP 계좌로 이전했고, 이후 글로벌 주식 ETF와 TDF를 결합한 혼합형 포트폴리오로 전환했습니다. 그 결과 3년간 누적 수익률이 약 35%에 달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퇴직을 앞두고 연금 수령 전략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계획을 갖게 됐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 경험이 가족 전체의 연금 설계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고객 본인의 포트폴리오 개선 이후 자녀의 IRP 가입, 배우자의 연금 통합 컨설팅까지 확장되면서 한 가정의 노후 준비를 체계적으로 함께 설계할 수 있었던 소중한 사례였습니다. 연금이 단지 개인의 금융 상품을 넘어, 가족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수단임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격변기 맞은 퇴직연금 시장…디지털에서 해법 찾는다”
-요즘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품은 무엇인가요.

“최근 고객들은 직관적이고 글로벌 시장과 연결된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시장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ETF, 나스닥100 ETF, 미국 배당 ETF 등이 IRP 계좌 내에서 투자 금액 상위에 있습니다. 동시에 위험 관리를 고려한 TDF 등도 고르게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직접 ETF를 선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싶어 하는 니즈가 높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은 ETF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 제공, ETF 랭킹 서비스, ETF 포트폴리오 제공 등 ETF를 원활하게 투자하기 위한 고객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리서치센터의 투자 가이드 제공을 통해 고객이 능동적으로 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격변기 맞은 퇴직연금 시장…디지털에서 해법 찾는다”
-연금 투자에 활용 가능한 ETF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현시점에서는 나스닥100이나 다우존스100처럼 시장을 추종하는 ETF 정도면 만족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를 겁니다. 가령 1970~1990년대생이 연금 시장의 주축이 되면 훨씬 더 다양한 성향과 운용 니즈가 생길 거예요. 개인화된 포트폴리오 시대죠. 따라서 연금용 ETF 라인업도 다양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향후 연금 시장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은 분명 정점이 올 겁니다. 인구구조상 성장의 한계가 있죠. 하지만 당분간 특히 1970년대 후반생~1980년대 초반생이 은퇴할 시기까지는 10년 이상 고성장이 계속될 겁니다. 그만큼 금융사들도 치열하게 대응 중입니다. 현재로선 증권사가 ETF나 투자성 상품 접근에 더 유리한 구조지만 제도 변화에 따라 은행, 보험사도 더 치고 올라올 수 있겠죠.”

-삼성증권은 이런 시장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화입니다. 디지털과 연금을 아예 하나의 성장 부문으로 묶었어요. 저희 전략 회의의 상당수는 고객 수익률 관리, 절세 방안, 디지털 기반 고객 커버리지 확대 같은 내용입니다. 오프라인 점포와 인력의 한계를 디지털로 보완하려는 거죠. 특히 그간 연금 소외 계층이었던 고객들도 디지털을 통해 챙기자는 기조가 강합니다. 또한 기존의 적립 중심 서비스를 넘어 수령·인출 중심의 고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연금 수령 고객을 위한 인출 시뮬레이션 시스템, 인공지능(AI) 기반 투자 설계 툴, 고령친화형 상품 개발 등 다양한 혁신을 통해 ‘노후의 전 과정에 동행하는 금융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계획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있나요.

“우선 연금 수령 단계의 서비스를 고도화합니다. 연금은 수령 시점 이후에도 자산 운용의 지속성과 안정성이 중요한 만큼, 삼성증권은 은퇴 후 인출 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는 디지털 시뮬레이션 시스템과 인출 최적화 포트폴리오를 제공합니다. 특히 고령층을 위한 연금 전용 상품 개발, 수령 속도와 과세 부담을 조절할 수 있는 가이드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둘째는 고객 경험과 연금 이해도 제고입니다. 장기 상품인 퇴직연금의 특성을 고려해 모바일 기반 연금 진단 리포트, 맞춤형 알림 및 콘텐츠 제공, PB와 연계한 참여형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의 운용 참여도를 높이고, 스스로 연금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의 자산이 단절되지 않고 생애 전반을 아우르며 연결되도록 돕는 것입니다. ‘퇴직연금에서 출발해 노후의 전 생애를 설계하는 파트너’로서, 안정성과 전문성을 모두 갖춘 종합 연금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삼성증권 연금은 000이다’.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삼성증권 연금은 ‘고객을 위한 최적의 연금 솔루션’입니다. 퇴직연금은 단순한 금융 상품이 아니라 고객 인생 후반전을 책임지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삼성증권은 단순히 연금을 보관하거나 거래하는 것을 넘어, 고객의 성향, 수익률 목표, 수령 시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운용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고객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그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연금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삼성증권 연금의 존재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