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역은 5호선, 6호선, 경의중앙선, 공항철도 등 4개 노선이 만나는 교통의 요충지다. 최근 세대 교체와 소비 지형 재편이 한창 진행되는 공덕역 상권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상권 분석]
서울 마포구 공덕역 주변. 사진=한국경제
서울 마포구 공덕역 주변. 사진=한국경제
서울 마포구 중심에 위치한 공덕역은 5호선, 6호선, 경의중앙선, 공항철도 등 4개 노선이 교차하는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다. 여의도와 용산, 홍대, 시청 등 주요 업무지구와 상권을 연결하는 위치 덕분에 직장인 유동인구가 풍부하고 인근에는 아파트 밀집지와 오피스, 관공서, 언론사까지 다양한 수요층이 공존한다. 이른바 '마래푸'를 중심으로 한 인근 5개 행정동의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배후 수요가 탄탄하며, 특히 '맛집 골목'으로 불리는 족발·전골목과 공덕시장, 갈매기골목, 경의선숲길까지 상권이 넓게 퍼져 있어 오랜 시간 서울 서북권의 대표 생활상권으로 자리해 왔다.

공덕역 상권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핀다의 인공지능(AI)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살펴본 결과, 공덕역 상권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빠르게 회복했으며 매출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상권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비자 구성과 소비 패턴이 바뀌고 세부 상권 간 희비가 엇갈리는 등 변화의 조짐이 분명하게 관찰된다. 겉보기에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세대교체와 소비 지형 재편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물밑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덕역 상권의 움직임을 알아보자.

팬데믹 전보다 28% 성장…증가세는 둔화
사통팔달 마포 거점…공덕역, 세대교체의 한복판에 서다

2024년 공덕역 상권의 총매출은 691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5390억 원)보다 약 28.3% 증가한 수치다.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에는 4817억 원으로 급락했지만, 이후 2021년부터 점진적인 회복세를 이어왔고 2022년에는 21.9%라는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3년에도 8.1% 증가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2024년에는 전년 대비 1.3% 증가하는 데 그치며 성장세가 주춤한 양상을 보인다.
사통팔달 마포 거점…공덕역, 세대교체의 한복판에 서다

이러한 성장 둔화의 원인은 업종별 소비 흐름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업 매출은 2023년보다 1.14% 감소했고, 그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소매업도 3.07% 줄어든 것이다. 서비스업과 숙박업은 각각 1.92%, 7.77% 증가하며 다소 반등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한 상태다. 반면 교육과 오락 업종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고 세 번째로 높은 의료업도 9.56%이라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공덕역 상권이 단순히 먹자골목이 위치한 직장인 상권이 아니라 헬스, 뷰티, 교육 등 개인 라이프스타일 기반 소비 공간으로 점차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통팔달 마포 거점…공덕역, 세대교체의 한복판에 서다
특히 공덕역 상권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인근 세부 상권 간의 매출 흐름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족발·전골목과 공덕시장으로 대표되는 '전통형 상권', 갈매기골목과 도화동 먹자골목을 중심으로 한 '퇴근형 상권', 그리고 경의선숲길을 따라 조성된 '카페형 상권'은 각기 다른 소비 특성과 변동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2024년 기준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곳은 갈매기골목·도화동 먹자골목으로 총 9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전년 대비 7.1%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반등하며 2023년 1044억 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세로 전환된 첫 해다. 회식 수요에 의존도가 높은 이 상권은 팬데믹 이후 회식 문화가 줄어든 데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1인당 식비 증가까지 겹치며 이 지역 상권의 핵심 소비층이었던 20~30대 직장인 소비자층의 이탈과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또한 전통시장과 족발·전골목은 2024년 기준 매출 4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소폭의 증가세지만 꾸준히 수요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50~60대 중장년층의 고정 수요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60대 이상 소비자의 매출은 전년 대비 16.2% 증가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경의선숲길 상권은 8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브런치 카페, 디저트 매장, 산책 코스 등으로 소비 콘텐츠가 다양화되고 있는 이곳은 26.8%에 달하는 30~40대 여성 소비층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소비가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40대 여성 소비는 전년 대비 11.87% 증가하며 상권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대 급속 이탈, 5060 여성 매출 급증
사통팔달 마포 거점…공덕역, 세대교체의 한복판에 서다
사통팔달 마포 거점…공덕역, 세대교체의 한복판에 서다
소비자 구성의 변화는 단순한 매출 증감 이상의 함의를 지닌다. 공덕역 상권은 전통적으로 직장인 유동인구에 기반해 활발한 소비가 이뤄지던 곳이지만 최근 데이터를 보면 소비 주체가 빠르게 3040세대에서 5060세대로 이동하고 있는 흐름이 포착된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여성 소비자의 증가다.

2024년 전체 소비자 중 여성의 매출 비중은 50.3%로 남성(49.7%)을 소폭 상회했다. 특히 50대 여성 소비는 전년 대비 4.17% 늘었고, 60대 이상 여성 소비는 무려 13.03% 증가했다. 반면 20대 여성은 전년 대비 10.1% 감소하면서 소비축에서 빠르게 이탈 중이다. 이 같은 변화는 경의선숲길 상권의 성장세와 구매력을 갖춘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중장년층이 늘어나고 있는 지점과 맞닿아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갈매기골목이 중심이 되는 도화동 먹자골목 상권은 2030세대의 유입이 둔화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대 남성의 소비는 전년 대비 22.11% 급감했고, 20대 여성 역시 두 자릿수 감소세(-15.01%)를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 확산, 퇴근 후 모임 축소 등 일상 구조 자체의 변화가 상권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공덕역 상권은 카페, 술집, 음식점 중심의 MZ 상권보다는 브런치·테이크아웃 중심의 점심 특화 업종과 셀프케어 기반 서비스 업종이 늘어나며 3040 직장인과 5060 생활소비자를 중심으로 주 소비층이 재편되고 있다.

전체 소비의 70%는 인근 생활권 주민

또한 상권 내 소비자들의 거주지 데이터를 살펴보면 공덕역 상권은 철저히 지역밀착형 소비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공덕 상권에서 발생한 결제액 중 공덕역이 위치한 마포구 주민이 쓴 돈은 1931억 원으로 가장 높았고, 인접 지역인 용산구(459억 원)와 서대문구(161억 원) 거주자가 그 뒤를 이었다. 소비자 거주 지역 결제액 상위 20곳 중 상위 3개 자치구의 결제액을 합치면 전체의 70% 이상이 마포 인근 거주자에 의해 발생한 소비라는 뜻이다.
사통팔달 마포 거점…공덕역, 세대교체의 한복판에 서다
이러한 소비 지형은 공덕 상권의 기회이자 한계로 작용한다. 고정적인 지역 수요층이 존재한다는 점은 외부 변수에 강한 회복 탄력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상권의 확장성과 신선한 유입을 제한할 수 있다. 상권의 활력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누가’ 소비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그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

경의선숲길이 브런치, 카페, 산책 콘텐츠로 30~40대 여성을 성공적으로 유치한 것처럼 갈매기골목이나 전골목 상권도 변화된 수요에 맞는 리포지셔닝이 필요하다. 특히 갈매기골목과 도화동 먹자골목 일대는 빠르게 변화하는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상권의 활기를 잃을 수 있고 족발골목과 전골목은 고령층 중심의 수요에 적합한 업종 다양화와 환경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고 데이터를 통해 그 흐름은 충분히 감지되고 있다. 단순히 매출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이, 어떤 시간에, 어디에서 소비를 이끌고 있는지를 읽어내는 일이다. 공덕역 상권은 지금 그 흐름의 한복판에 서 있다. ‘평균의 함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단편적인 데이터만으로는 해당 상권에서 벌어지는 일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내가 알고 있는 데이터를 더 깊게 파고들어 쪼개보고, 다방면으로 분석할 때 상권 분석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황창희 핀다 오픈업 사업개발 총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