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의 월세 거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불안한 임대차시장의 분위기와 전세 사기로 인한 기피 현상, 전셋값 상승 등이 겹친 결과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부동산 정석]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보증금 적은 월세'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보증금 적은 월세'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1분기 서울의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등 주택 월세 거래 비중이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 계약 총 23만3958건 중 월세 계약은 15만1095건으로 전체의 64.6%를 차지했다. 4월 말을 기준으로 취합된 자료이니 실거래 집계 기간이 한 달임을 고려한다면 비교적 정확한 자료로 보인다.

서울 주택의 월세 거래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58.9%에서 3분기에는 60.3%, 4분기에는 61.2%로 계속 증가하다 올해 1분기에는 65%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늘었다. 2021년만 해도 월세 비중은 40%대 수준이었지만 2020년 7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통과되면서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지고, 전세 사기로 인한 기피 현상과 전셋값 상승 등과 맞물리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했다.
빨라지는 월세 시대…초고가 월세, 주변 지역까지 영향
전세의 월세화…월세 상승 지속될 것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전세의 월세화와 월세 상승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월세가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다.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재개발 규제 등으로 서울의 입주 물량은 올해가 지나면 절벽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지인에 의하면 2026년 이후 3년간 서울에서 입주하는 신규 아파트는 2만2000가구에 불과하다. 이 또한 대부분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물량이므로 조합원 입주권을 제외하면 신규 입주 물량은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3년간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몇 천 가구에 불과한 탓에 아주 심각한 역입주 대란도 우려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임대차 시장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세 시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초고가 월세 또한 많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 아파트 월세가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초고가 월세는 동심원 형태로 핵심 지역에서 주변 지역, 그리고 서서히 외곽 지역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과천시의 경우 재건축사업으로 이주가 진행되며 전월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주공8·9단지가 올해 3월부터 이주를 시작했으며 주공5단지 또한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 계획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로 인한 전월세 수요는 같은 생활권에 속하는 의왕과 안양, 심지어 산본까지 전월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빨라지는 월세 시대…초고가 월세, 주변 지역까지 영향
강남을 비롯한 주거 선호 지역 아파트 전세 세입자 상당수는 자기 집을 가지고 있지만 학군, 직장 등의 이유로 다른 집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이들도 있다. 자가보유율과 자가점유율의 차인데, 전국적으로 3~5% 내외의 가구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이들은 강남 집값에 민감하게 반응해 초고가 전세나 월세가 상승하면 본인이 소유한 집에도 적용하려 한다. 물론 가격 상승분을 100% 보전하진 못하지만, 이러한 움직임 자체는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월세 불안의 비로미터

올해 1분기 최고가로 거래된 서울 아파트 월세는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다. 보증금 5억 원에 월세가 무려 3000만 원이었다. 두 번째는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으로 보증금 15억 원에 월세는 2500만 원이다.
빨라지는 월세 시대…초고가 월세, 주변 지역까지 영향
수천만 원짜리 월세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우려되는 부분은 초고가 월세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분기 상위 10개 초고가 월세의 평균 거래금액은 1680만 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에는 1922만5000원으로 14.4%나 뛰었다.

초고가 월세 아파트의 거래 가격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주변 지역, 외곽으로 그 영향이 미칠 것이다.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오르면서 월세 부담을 견디지 못해 외곽으로 이사를 고려하는 무주택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집값 상승이 강남아파트 가격에서부터 시작되듯이 월세 불안의 바로미터인 초고가 월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 IAU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