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자는 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체자산 투자에 대해 아직까지 적극적인 투자 행동을 취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다만 앞으로는 자산에 여유가 있는 자산가를 중심으로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고 주식에 비해 위험성이 낮은 대체투자에 관심이 증가할 전망이다.
[커버스토리] 2025 슈퍼 리치 보고서
캡제미니의 ‘2024 글로벌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부자의 자산 포트폴리오 중 대체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였으며, 북미 부자가 16%, 유럽 부자가 12%, 일본 부자는 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지금까지 대체투자는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진행돼 부자 개인에게는 투자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향후 자산의 여유가 있는 부자 중심으로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고, 주식에 비해 위험성이 낮은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 사두면 오른다…미래 가치 상승 확신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4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83.2%의 부자가 대체자산에 ‘투자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대체자산 중 특히 ‘금’이 77.8%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경험율이 현저히 떨어져 그림, 도자기 등의 ‘예술품’(20%),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의 ‘가상자산’(11%), 원유·구리 등의 ‘원자재’(8.3%), 저작권·미술품 등에 대한 ‘조각투자’(6.5%), ‘비상장주식’(5.5%) 등의 순이었다.

대체자산 투자 경험에서 한국 부자가 선호하는 대체자산 1순위로 나타난 ‘금’은 이들이 단기에 고수익을 예상하는 유망 투자처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트럼프 2기의 경제 불안정성, 환율 변동성 확대, 지정학적 불안감 고조 등이 국제 금값 상승을 견인하는 가운데 국내 금값은 한 돈에 2023년 말 32만6224원에서 2024년 말 46만9420원으로 2023년 말 대비 43.9%나 올랐고, 올해 4월 22일 59만4535원으로 피크를 찍은 후 5월 15일 53만4651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한국 부자의 금 보유율은 70% 후반에서 80% 초반대를 유지하며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금 투자에 대한 장기적 투자 성향을 엿볼 수 있다.
한국 부자에게 향후 금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을 때, 계속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부자는 38%였고 62%의 부자는 ‘투자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미래 금 투자에 대해 긍정과 부정이 갈리는 상황에서 향후 금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먼저 질문해보았다. ‘금 가치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생각해서’(40.1%)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높은 수익률이 기대돼서’(37.5%), ‘최근 금 시세가 올라서’(34.9%), ‘원금 손실 위험이 적어서’(32.9%)가 뒤를 이으며,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현재 가치와 장기적 미래 가치 상승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총자산이 많은 부자에게서 금의 장기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투자 성향이 뚜렷해 총자산 100억 원 이상 부자의 경우 ‘장기적 가치 상승’(42.9%)을 기대해서 투자하고 있다는 응답률이 총자산 50억 원 미만의 부자(40.7%)나 총자산 50억~100억 원 미만의 부자(38.6%) 대비 높았다. 또한 이들 부자가 관심을 보이는 금 투자처는 골드바와 같은 ‘실물 금’(65.1%)을 가장 선호하고 있고, 이외 2001년부터 한국에 서비스가 도입됐던 실물 거래 없이 자유롭게 금에 투자할 수 있는 ‘금 통장’(36.2%)과 ‘금 펀드’(26.3%)에도 관심이 높았다.
68%의 부자가 미래 금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금값이 이미 너무 올라서 기대수익을 확신하기 어려워 적정한 투자 타이밍을 보려는 이유가 컸다. 향후 금 투자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부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부자의 41.9%가 ‘금 가치가 너무 올라서’라는 의견이었고, ‘기존 투자로 충분해서’(25.4%), ‘실물 관리가 힘들어서’(19.4%), ‘금에 투자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서’(17.3%), ‘변동성이 커서’(16.9%),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15.3%), ‘원금 손실 위험을 피하고 싶어서’(14.5%)의 의견이 상위 7위에 들었다.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장기적 가치와 투자 매력도는 인정하지만 금값 상승 부담으로 조정 시기가 도래할 때까지 관망하려는 부자가 많은 가운데, 직접투자에 따른 실물 보관의 번거로움과 투자 손실에 대한 원금 손실 우려 역시 금 투자를 꺼리는 이유로 조사됐다.

‘예술품’은 한국 부자가 투자한 경험이 있는 대체자산 2위(20%)였다. 그러나 향후 예술품 투자를 하겠다는 부자는 8.5%에 그친 가운데 예술품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부자 중 자산이 많을수록 그 투자 니즈가 컸다. 총자산 50억 원 미만의 부자 중 6.1%가 향후 예술품 투자의 의향을 나타낸 데 비해 총자산 50억~100억 원 미만의 부자 중 9%, 총자산 100억 원 이상의 부자 중 12.9%가 투자 의향을 보였다.
예술품 투자에 부정적인 부자가 많은 가운데,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소수의 부자는 왜 ‘아트’와 ‘아트테크(예술품을 의미하는 ‘아트’와 ‘재테크’의 합성어)’에 주목하는 것일까. 향후 예술품에 투자하려는 이유 중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의견은 ‘현재 최선의 투자처라서’(32.4%)와 ‘절세가 가능해서’(29.4%)로 나타나, 변동성 장세 속 장기 투자를 계획 중인 부자가 부동산과 달리 보유세, 취득세가 없는 예술품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예술품에 투자하려는 이유는 부자가 보유한 총자산 규모별로 의견이 갈렸는데, 총자산으로 50억 원 미만을 보유한 부자는 ‘예술품을 통한 자신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구축’하고 ‘절세가 가능해서’ 예술품을 투자하려 했고, 좀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한 부자(총자산으로 50억 원 이상 보유)는 ‘현시점에서 최선의 투자처’와 ‘분산투자’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고 답해 예술품을 대체투자의 자산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더 컸다. 예술품 투자에 적극적인 부자들은 ‘좋아하는 작가의 예술작품을 소장하기 위해 작품 1점당 1억~2억 원 미만 정도의 작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예술품 투자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총자산 규모별로 차이를 보여, 총자산 50억 원 미만의 부자(38.3%)와 100억 원 이상의 부자(39.3%)는 예술품 투자 의향이 없는 가장 큰 이유로 ‘예술품 지식 부족’을 꼽은 반면, 총자산 50억~100억 원 미만의 부자는 ‘관심 부족’(30.5%)이 가장 많았고, ‘예술품 지식 부족’(29.1%)이 다음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앞서 한국 부자가 4위로 꼽은 ‘실물 관리의 어려움’은 ‘총자산 100억 원 이상’의 부자가 예술품 투자를 비선호하는 두 번째 이유였다(31.1%).
가상자산, ‘디지털 금’으로 미래 가능성 높아
가상자산 기술 플랫폼 애스펜디지털(Aspen Digital)과 홍콩패밀리오피스협회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가상자산(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아시아 패밀리오피스는 2022년 58%에서 2024년 10월 76%로 18%포인트 증가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코인 투자자 역시 2023년 하반기 645만 명에서 2024년 상반기 778만 명으로 21% 증가하며, 국내외에서 가상자산이 대체투자 수단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부자가 가상자산을 대체투자 자산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가상자산의 큰 변동성에 대한 우려 속 추이를 관망 중인 가운데, 총자산 100억 원 이상의 부자는 ‘보안 문제’와 ‘거래소 불신’을 지적했다. 가상자산에 투자할 의향이 없는 이유에 대해 질문한 결과, 가장 많은 의견은 ‘가상자산의 변동성이 너무 커서’(28.3%)로 나타났고, ‘기존 투자로 충분해서’(23.1%), ‘가상자산에 대해 잘 몰라서’(22.8%) 등의 순이었다.
총자산 규모별로 살펴보면 총자산 100억 원 미만의 부자는 ‘가상자산에 투자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서’(31%)가 가장 많아 지속된 가파른 상승장에서 추이를 관망하려는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 거래소 해킹 등 ‘금융 사고·보안 문제가 걱정돼서’(25.9%)와 ‘가상자산 거래소를 신뢰할 수 없어서’(20.7%)가 타 부자 그룹 대비 상대적으로 많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올해 초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향후 이와 같은 조치들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투자 심리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한편 미래 가상자산 투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부자가 꼽은 세 가지 이유는 ‘유망한 투자처라 생각돼서’(38.9%), ‘장기적 높은 수익률이 기대돼서’(38.9%), ‘가상자산의 장기적 비전에 공감해서’(36.1%)로, ‘디지털 금’으로서 가상자산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가상자산의 미래에 대해서는 부자의 35.1%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향후 가상자산 투자 의향이 없는 부자 중 31.6%도 가상자산이 향후 ‘광범위한 결제 수단’(14.8%)이나 ‘안정적 투자 자산’(16.8%)으로 인정받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데 비해 가상자산에 투자 의향이 있는 부자는 이의 2배에 달하는 69.5%가 가상자산이 ‘광범위한 결제 수단’(41.7%)이나 ‘안정적 투자 자산’(27.8%)으로 인정받을 것으로 보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부자의 가상자산에 대한 관망적 투자 태도를 짐작하게 하는 바였다.

장외주식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공모주 열풍이 분 지난 1분기 장외주식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전년 대비 각각 113.6%, 152.8% 증가했고, 올해 하반기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흥행하는 등 비상장기업 주식에 대한 투자 심리가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러나 아직 한국 부자는 비상장주식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다. 부자 중 비상장주식에 대한 투자 경험이 있는 경우가 5.5%, 미래 투자 의향도 5% 수준이었다. 이들이 비상장주식에 투자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이유로는 ‘큰 변동성’(26.8%)과 ‘원금 손실 위험’(26.6%)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한 ‘가치평가의 어려움’(23.9%), ‘기존 투자로 충분함’(22.9%), ‘기대수익률이 낮음’(22.6%), ‘비상장주식을 잘 모름’(21.6%)의 의견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비상장주식 투자 방법으로 벤처기업에 투자 시 투자 시점의 소득공제, 양도 시점의 양도소득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이 있다는 사실의 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한국 부자 10명 중 3명(29.3%)만이 ‘알고 있다’고 응답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보였다. 총자산 규모별로 살펴보면, 총자산 50억~100억 원 미만의 부자 중 30.7%가 세제 혜택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고, 총자산 50억 원 미만의 부자(29.3%), ‘총자산 100억 원 이상’의 부자(25.7%)의 순이었다. 비상장주식 투자 시 제공되는 세제 혜택에 대한 인지도는 응답자 연령이 낮을수록 높았다. ‘40대 이하’ 부자의 인지도가 34.9%로 가장 높았으며, 이는 ‘50대’(30.2%) 및 ‘60대 이상’(24.5%) 대비 각각 4.7%포인트, 10.4%포인트 더 높은 수치였다.
대체자산 다각화에도 관심 높아
앞서 한국 부자는 83.2%가 대체투자 경험을 가지고 있었으나, 대체자산 중 ‘금 투자’에 대한 쏠림 현상을 보인 바 있다. 금으로의 ‘투자 쏠림 현상’은 미래 투자 의향에서도 마찬가지 결과를 보여 선호도가 높은 대체자산 1위를 기록했다. 그 외 대체자산에 대해서는 금 투자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관심을 끄는 자산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예술품’ 역시 ‘현재 최선의 투자처’로 관심을 받고 있었고, 국내외 대체투자 수단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가상자산’도 매년 한국 부자의 관심이 높아지는 투자처였다. 또한 큰 변동성과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감과 함께 최근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의 제도권 편입에 따른 안정성 확보 가능성으로 총자산 100억 원 이상의 부자에게서 ‘비상장주식’ 투자 심리가 높아짐이 감지됐다.
한국 부자는 금 이외 대부분 대체자산 투자에 대해 아직 적극적 투자 행동을 취하기보다는 투자 환경을 점검하며 대체자산별 투자에 따른 불안 요소가 제거되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저금리·저성장과 지정학적 불안정성 등 투자 환경 속에서 투자 수익률을 높이려는 니즈는 커, 조심스럽지만 다양한 대체투자처 발굴을 통한 ‘투자처 다각화’에는 적극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투자 여력이 있는 고자산 부자일수록 수익률 확보를 위한 투자처 발굴에 더 적극적인 점을 고려해 향후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의 움직임과 한국 부자의 대체투자에 대한 니즈 및 투자 행동 변화를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황원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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