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가 'AI 2막’에 본격 올라탔다.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는 반도체, 클라우드, 핀테크 등 차세대 성장 섹터에 무게를 실으며 전략적 리밸런싱에 나섰다.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반도체·AI 종목 대거 편입
소로스가 설립한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 보고서에 따르면 소로스는 반도체 및 AI 관련 종목에서 베팅을 이어갔다. 지난해 4분기 가장 눈에 띈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의 신규 편입 종목은 ‘바네크 반도체 ETF(SMH)’다. 소로스는 바네크 반도체 ETF를 3900만 달러어치 사들이며 포트폴리오 비중 1위 종목으로 올려놨다.
엔비디아(NVDA), 브로드컴(AVGO)도 각각 2800만 달러, 1300만 달러 규모로 신규 매수했다. H100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용 냉각 설비를 공급하며 ‘데이터센터 수혜주’로 떠오른 컴포트 시스템즈 USA(FIX)도 1700만 달러어치 사들였다. AI 하드웨어 투자 확대의 일환인데, 소로스가 AI 하드웨어와 앱 섹터에 대한 높은 신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네비우스(NBIS) 역시 눈에 띄는 신규 매수 종목 중 하나다. 네비우스는 러시아의 인터넷 대기업인 얀덱스에서 분리된 기업으로, 2023년 10월에 상장한 신생 기업이다. 이 회사는 GPU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클라우드 플랫폼 업체로, 현재 미국 캔자스시티에 대규모 GPU 클러스터를 짓는 등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로스는 네비우스 그룹을 1800만 달러어치 편입했다. 빠른 속도로 미국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최근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소로스의 투자 결정으로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게 됐다.
게임 섹터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지난 4분기에 소로스는 일렉트로닉 아츠(EA), 로블록스(RBLX), 테이크투 인터랙티브(TTWO)를 신규 매수했다. 이 기업들은 온라인 게임 시장과 메타버스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이 향후 AI와 가상현실(VR)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성장할 것을 예상했다고 볼 수 있다
소로스는 금융 섹터에서도 신규 매수를 단행했다. JP모건체이스(JPM)를 포함해 소파이(SOFI), 뱅킹 ETF(XYZ), 코인베이스(COIN) 등을 신규 편입·비중 확대 상위 목록에 올렸다. 이 같은 투자 결정은 소로스가 전통 금융과 핀테크, 디지털 금융의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코인베이스의 경우 디지털 자산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소로스의 전망을 엿볼 수 있다.

대신 마이크로소프트(MSFT)와 알리바바(BABA)는 전량 매도했다. 풍부한 AI 모멘텀으로 ‘1단계 랠리’를 견인했던 대표주에서 수익을 실현하고, 차세대 성장축으로 자금을 돌린 셈이다. AI와 관련한 대형 기술주들에 대한 관심이 2023년에 비해 사그라들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소로스가 AI 1세대 기업들보다는 AI 2세대 기업들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로스는 통상 빅테크들이 급락할 때 사들이고, 치솟을 때 대거 내다파는 전략을 보여 오기도 했다. 실제로 빅테크 주가가 떨어지던 2022년에는 아마존, 알파벳 주식을 저가에 사들였다. 테슬라 주식을 새로 매수하기도 했다.
이 밖에 아메리칸이글(AEO), 울타뷰티(ULTA), 타깃(TGT) 등 소비재주와 디알 호튼(DR), 인튜이티브서지컬(ISRG) 등을 매도했다. 로봇 수술 시스템을 개발하는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경우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소로스의 포트폴리오에서는 제외됐다. 현물 금 시세를 반영하는 펀드인 스프로트 피지컬 골드 트러스트(PHYS)도 대거 처분했다.
시장에선 소로스의 행보를 두고 1세대 빅테크 대신 AI 인프라(반도체·데이터센터)와 앱(클라우드·플랫폼)으로 축이 넘어가는 흐름을 반영한 전략적 리밸런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SMH, 엔비디아, 컴포트 시스템즈 같은 하드웨어 수혜주와 네비우스, 세일즈포스, 레딧 등 서비스형 AI 기업을 동시에 담으며 ‘AI 2막’의 수혜 폭을 최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AI와 반도체 섹터에 대한 신뢰를 이어가면서도 기존 대형 기술주의 비중은 줄이고 있다. 또한 금융 및 핀테크 관련 투자를 확장하며 전통 금융과 디지털 금융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편 소매, 부동산 등에서는 투자 비중을 축소하면서 단기적인 경기 변동성을 고려해 전략적 조정을 단행했다. 소로스의 이러한 투자 전략은 그의 오랜 투자 철학을 반영한다. 과대 평가된 자산에서 빠르게 탈출하고, 성장성이 높은 새로운 시장에 베팅하는 '역발상 투자'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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