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이 자산을 쌓은 비법은 시대를 막론하고 큰 인기를 얻는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20년대에 이르기까지 부자와 돈을 주제로 삼은 시대별 베스트셀러의 특징을 살펴본다.
[커버스토리] 2025 슈퍼 리치 보고서

2000년대 초반은 TV CF 속에서는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문구가 흘러나온 시기이기도 하다. 나라 경제에 불어닥친 역대급 한파가 채 가시지 않았던 시대, 부에 대한 갈망이 대중의 마음에 더욱 뿌리 깊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열광과 비판 사이, 부자 아빠 신드롬
열광과 비판 속에서 출판계를 들끓게 했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부자 책 신드롬의 대표 격이다. 이 책은 1997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 2000년 한국어로 번역된 초장기 베스트셀러다. 전 세계 109개국에서 출간돼 글로벌 판매량 4000만 부, 국내 판매량 350만 부를 기록한 밀리언셀러로 손꼽힌다. 출판계에서는 ‘부’와 ‘부자’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워 국내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상징적인 사례로 이 책을 꼽는다. 책의 저자인 로버트 기요사키는 1권의 흥행에 힘입어 여러 권의 ‘부자 아빠’ 시리즈를 펴냈고, 그의 아내도 <리치우먼>이라는 제목의 서적을 출간하기에 이른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이 책을 통해 가난한 사람이 가난해지는 이유는 단순히 돈을 벌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에 대해 금기시하고 금융 지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마인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가난한 자들은 돈을 위해 일하지만, 부자들은 돈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저축하는 사람은 패배자가 된다’, ‘부자들은 세금을 덜 낸다’ 등 당시 한국 사회의 통념을 벗어난 부자론을 강조했다.
‘부자 아빠 신드롬’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책과 저자를 향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과거 저자가 거듭된 사업 실패로 생활을 어렵게 유지하다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덕에 부자 반열에 오른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검소한 게 부자의 특징”…백만장자의 실전 사례
<이웃집 백만장자>는 부자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토머스 J. 스탠리가 1996년에 펴낸 부자학의 고전이다. 한국어 번역판은 2002년에 처음 나왔으나, 세계적으로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보다 앞서 출간됐다.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8개국 이상 언어로 번역된 이 책은 전 세계에서 5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이 책의 가장 큰 차별점은 실제 부자가 된 1000명의 부자를 20년에 걸쳐 추적 조사한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진짜 부자는 누구인지, 어떻게 하면 평범한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는지 미국 부자들의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파헤친 보고서다.

부자들은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효율적으로 할당한다는 특징도 있었다. 재산을 모으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효율성이기 때문이다. 또 부자들은 상류층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것보다 재정적 독립을 더 중요시했다. 부자들은 성인 자녀들도 경제적으로 자립하도록 유도했는데, 자신 또한 부모로부터 경제적 보조를 제공받지 않았다. 돈이 될 만한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데 능숙하고, 직업적으로는 자영업(사업)이나 전문직에 종사한다는 점도 미국 부자들의 공통점이었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아도 이처럼 ‘건실한 습관’과 ‘부를 모으는 행동 패턴’을 지속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건넸다는 평을 받는다.
“단계적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뤄라”
부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강력한 존재감을 떨치는 키워드 중 하나가 ‘경제적 자유’다. 이 키워드를 설파한 상징적 인물로 보도 섀퍼가 꼽힌다. 1998년 독일에서 출간된 이후 2000년대 들어 한국어판을 선보인 <보도 섀퍼의 돈(원제: 경제적 자유로 가는 길)>이 대표작이다. 독일 출신인 보도 섀퍼는 20대 초반 세일즈맨으로 일을 하며 벌어들인 수입을 분별 없이 소비하다가 파산에 이르렀다. 이후 그는 성공한 멘토들을 만나 부의 습관을 배우고 8개월 만에 빚을 청산했고, 30살에 경제적 자유를 달성했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드라마틱한 ‘부자 되는 스토리’를 발판 삼아 보도 섀퍼는 머니 코치, 경영 컨설턴트 활동을 펼쳐 왔다.
<보도 섀퍼의 돈>은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세 가지 단계를 소개한다. 1단계는 경제적 에어백(현금·저금)을 마련하라는 것.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거나 건강을 잃는 등의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자금을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2단계는 경제적 안정(투자 목표 수익률 12%)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워, 황금알만으로 생활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단계다. 근로소득 없이 투자소득만으로 일상을 영위하는 상태다. 3단계는 경제적 자유(투자 목표 수익률 20~30%)를 누리는 최종 목적지다. 소망하는 삶을 누릴 수 있는 단계다.
보도 섀퍼 또한 로버트 기요사키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미지를 부풀려 대중을 현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독일 경제평론가 귄터 오거 등은 섀퍼가 책을 펴낸 이후에도 빚을 갚지 못하는 상태였고, 강연과 머니 코치 관련 사업으로 막대한 재산을 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혹과 비판 속에서도 섀퍼가 쓴 저서들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보도 섀퍼의 돈> 외에도 <보도 섀퍼의 이기는 습관>, <멘탈의 연금술>,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 등을 통해 돈의 중요성과 경제적 자유에 대해 꾸준히 강조했다.

오로지 ‘투자’를 통해 부자의 반열에 오른 고전 베스트셀러 저자도 있다.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를 집필한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1906년 헝가리에서 출생했으며, 증권 투자의 대부로 불리는 전설적인 투자자다. 이 책은 2001년 국내 출간된 고전서로, 2020년대 들어서까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역주행 스테디셀러’다. 그는 93세의 나이로 이 책을 집필하던 중 서문을 완성하지 못한 채 영면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 증권계에서는 이 책을 ‘최후의 역작’으로 부른다.
그는 이 책에서 단기간에 백만장자가 되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소개했다. 부자와 결혼하는 것, 유망한 사업 아이템과 아이디어를 갖는 것, 마지막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다. 똑똑한 사업 아이디어로 부를 쌓은 수많은 백만장자가 존재하지만, 자신은 그 분야에 대해서는 전할 말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 오로지 투자를 통해 부를 쌓는 것이 자신의 전문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책은 돈에 대한 코스톨라니의 철학을 담고 있으면서도, 투자서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몇몇 부자학 전문가들이 부자의 특성을 ‘자린고비’라고 규정했으나 그는 “백만장자가 된다는 것은 ‘독립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지독한 자린고비는 절대 독립적일 수 없다. 왜냐하면 무엇이든 아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다. 동시에 낭비벽이 심한 것 또한 독립적이진 않다. 소비에 관대한 태도는 결국 돈의 출처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는다. 돈에 대한 올바른 방향은 이 양극단의 사이에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부자 돼야”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스테디셀러가 다수 탄생했던 2000년대를 지나, 2010년대에는 젊은 나이에 폭발적인 부를 이루는 비법에 관한 책이 인기를 끈다. 그중에서도 <부의 추월차선>을 빼놓을 수 없다. 엠제이 드마코는 근로소득과 절약, 투자 등을 통해 돈을 차곡차곡 불리고 천천히 부자가 되는 방법에 더 이상 속지 말라고 주장한다.
드마코는 젊은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추월차선’이 존재하며, 기존의 성공 공식이었던 ‘서행차선’은 사람의 시간을 소모시켜 실패하게 만드는 게임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나는 일생의 40년 정도를 일하고 아껴 쓰는 데 바쳐 백만장자가 된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나는 늙은 부자가 아니라 젊은 부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했다. 이런 생각대로 그는 31세에 백만장자가 되고 37세에 은퇴해 자유로운 인생을 보내고 있다.
그가 부자가 된 비법을 단순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쳇바퀴 안에 갇힌 생쥐처럼 근로소득에 의존하는 삶에서 탈출해 창업을 하고, 온라인 기반의 사업 시스템을 구축해 돈을 기하급수적으로 벌었다. 시스템과 영향력을 갖추면 시간과 몸이 묶여 있지 않은 상태로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다는 전략이다. 특히 2018년 즈음부터 유행하던 ‘파이어족(조기퇴직자)’ 흐름과 맞물리며 MZ(밀레니얼+Z) 세대의 열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저자가 특정한 때와 운을 만나 성공한 자신만의 케이스를 ‘부자가 되는 보편적 비법’으로 포장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저자는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이 극에 달하던 시기에 잘 만든 온라인 사업 아이템으로 성공을 거머쥘 수 있었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저자와 같은 공식을 적용한다고 해서 동일하게 성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주5일의 시간을 보내는 근로소득자를 노예에 비유한다거나, 늦은 나이에 부자가 되는 것을 진부한 옛 공식으로 여기는 저자의 화법을 문제 삼는 독자들도 존재했다. 물론 이처럼 자극적인 서술이 책의 인기 비결이기도 했다.
2017년 국내 출간한 <레버리지>도 젊은 나이에 부를 이루는 법을 소개한 책이다. 책의 저자는 30세에 백만장자에 오른 미국 사업가 롭 무어다. <레버리지>는 성공의 기본 법칙이 깨졌다고 주장한다. 그는 “당신이 만약 16년 동안 공부하는 교육 시스템을 통과하고, 그 과정에서 수천만 원의 빚을 지고, 직업 피라미드에서 가장 밑바닥인 저임금의 일자리를 구한 다음 40년 동안 천천히 고통스럽게 일하는 삶을 원한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책이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무어가 말하는 새로운 부의 공식 중 하나는 ‘노력을 위임하라’는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이나 자신에게 가치 없는 일, 잘하지 못하는 일은 다른 이에게 아웃소싱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에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레버리지를 통해 시간과 일, 부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인간은 레버리지를 하거나, 레버리지를 당해야 하는 선택지 앞에 서야 하는데, 돈과 시스템이 나를 위해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목소리를 높인다.

2020년대는 팬데믹을 거치며 국내외 자산 시장이 요동을 쳤던 시기다. 재테크를 향한 2030세대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워지면서 출판계 베스트셀러 상위권 다수를 경제·경영서가 차지했다. 각종 주식, 부동산 투자서는 물론이고 부자와 돈과 관련한 마인드, 비법을 담은 신간들이 잇따라 화제에 올랐다.
2020년 초판을 발행한 김승호 짐킴홀딩스 회장의 <돈의 속성>은 400쇄 이상을 찍은 메가히트작이 됐다. ‘젊은 부자’를 향한 열망을 담았던 2010년대 베스트셀러들과 결이 다소 다르다. 김 회장은 이 책에서 “부자가 되기에 가장 좋은 나이는 50세 이후”라고 강조한다. 그는 “젊은 시절에 부자가 되면 부를 다루는 기술이 부족하고, 투자로 얻는 이익이나 사업으로 얻는 이익이 더 눈에 보여서 모으고 유지하는 능력이 가진 재산에 비해 약해진다. 결국 다시 가난해질 확률이 높다”고 했다. 빠르게 부를 이루려는 생각이 오히려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도록 발목을 잡는다는 이야기다.
그는 운으로 만든 반짝 성공이나 일확천금을 추구하기보다는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집을 짓는 것처럼 부를 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돈은 인격체’라는 철학을 통해 돈을 함부로 대한다면 돈이 모이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거듭 전한다. 돈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 공부해야 할 능력, 절대 손대서는 안 될 투자 영역, 경제를 해석하는 마인드 등을 기본서처럼 설명하는 책이다.

특히 복리의 잠재력을 똑똑한 사람들조차 간과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워런 버핏의 성공 요인을 해부한 2000권의 책 중에 ‘복리’를 메인 타이틀로 내세운 책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경기 순환이나 주식 거래 전략, 부문 투자에 대한 책이 무수하지만,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주제는 시간의 힘, 복리의 힘이라는 것이다.
또 현대 자본주의는 ‘성공을 흉내내는 것’이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어졌는데, 사실 부는 쓰지 않고 쌓아 두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돈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려고 돈을 쓰는 것이야말로 돈이 줄어드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조언한다. 소비하지 않는 것이 부의 진실이라면 우리는 왜 부자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책이다.
2023년 정식 출간한 <세이노의 가르침>은 돈 버는 법을 직관적이며 현실적으로 설명한 베스트셀러다. 최근 들어 정식 출간 도서가 되며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지만, 사실 이 책의 내용은 20여 년 전 여러 언론매체와 온라인 팬카페(카페명 ‘세이노의 가르침’)에 칼럼 형식으로 연재하던 시절부터 마니아의 지지를 받았다.
세이노는 1955년생, 순자산 1000억 원대 자산가라는 점을 제외하면 아무런 신상이 알려지지 않은 익명의 칼럼니스트다. 자신의 지식을 나누는 데 일체의 비용을 받지 않는다는 저자의 원칙 아래 책의 가격도 736페이지에 정가 7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됐다. 전자책은 누구나 다운로드 받아 참고할 수 있도록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전문 투자자, 재테크 서적 작가 중에서도 이 책을 삶의 멘토로 삼았다는 이들이 다수 존재한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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