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다니엘스는 가장 유명한 위스키 브랜드 중 하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미국 위스키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잭 다니엘스에 대해 잘 몰랐던 몇 가지 사실.

[위스키 이야기]
한국브라운포맨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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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노예의 레시피로 만든 술이다

잭 다니엘스(Jack Daniel’s)의 역사는 160여 년 전인 1866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미국 테네시주 린츠버그에 재스퍼 뉴튼 잭 다니엘(Jasper Newton Jack Daniel·1846~1911년)이 증류소를 세우며 위대한 역사의 서막을 열었다. 미국 최초로 공식 등록된 증류소였다. 잭은 훗날 엄청난 거부가 됐지만, 그의 유년 시절은 몹시 불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후견인이었던 아일랜드 출신의 목사 댄 콜(Dan Call)의 집에서 허드렛일을 도우며 유년 시절을 보낸 것이다. 콜은 농장을 운영하며 남은 곡물로 위스키를 제조했는데, 이곳에서 잭은 위스키 증류에 처음 눈을 뜬다.

당시 잭에게 위스키 제조법을 알려준 이는 농장의 흑인 노예였던 나단 니어리스트 그린(Nathan Nearest Green)이었다. 그린은 자신의 고향인 서아프리카에서 하던 방식대로 탄 나무로 만든 숯을 사용해 술을 부드럽게 만드는 주조법을 잭에게 전수했다. 지금도 잭 다니엘스를 상징하는 숯 필터 여과 방식의 ‘비밀’이 서아프리카의 주조법에서 유래했던 것. 이후 1865년 미국 남북전쟁의 종식과 함께 노예제도가 폐지되면서 잭은 콜의 증류소를 인수하고, 그린을 위스키 제조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첫 번째 마스터 디스틸러로 임명한다. 노예제가 폐지되기는 했지만, 꽤 오랫동안 차별이 존재했던 미국, 그것도 노예제를 옹호한 미국 남부 테네시에서는 매우 파격적 인사였다.
2016년 <뉴욕타임즈>에 공개된 사진. 흰색 중절모를 쓴 잭 다니엘 옆에 있는 흑인은 니어리스트 그린의 아들로, 이는 흑인과 나란히 사진을 찍지 않던 당시 상황과 분명히 대비된다.
2016년 <뉴욕타임즈>에 공개된 사진. 흰색 중절모를 쓴 잭 다니엘 옆에 있는 흑인은 니어리스트 그린의 아들로, 이는 흑인과 나란히 사진을 찍지 않던 당시 상황과 분명히 대비된다.
하지만 이 사실은 100년 넘게 비밀에 부쳐졌다. 백인이 주류인 위스키 시장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위스키가 흑인 노예의 레시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한 것이다. 이 이야기가 알려진 것은 고작 10여 년 전의 일. 지난 2016년 잭 다니엘스는 창사 150주년을 기념하며 처음 그린을 제1대 마스터 디스틸러로 추대했다(이후 잭 다니엘은 두 번째 마스터 디스틸러로 등재됐다). 당시 잭 다니엘스의 역사가 넬슨 에디는 “콜은 최고의 위스키 메이커인 그린이 잭에게 모든 것을 가르쳤다고 기술했다”며 “잭 다니엘의 신화는 이렇게 시작됐으나 그린 가족의 업적은 너무나 쉽게 잊혔다”고 말했다. 그린의 가족은 지금까지 7대에 걸쳐 잭 다니엘스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버번위스키가 아니다

잭 다니엘스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잭 다니엘스는 버번위스키다’라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잭 다니엘스는 버번위스키와 법적으로 구별되는 ‘테네시위스키’라는 독립 분류에 속한다. 미국에는 버번위스키의 제조법을 정한 법률이 있다. 이에 따르면 버번위스키는 반드시 미국에서 증류해야 하고, 옥수수의 비율이 51%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안쪽을 불에 태운 새 화이트 오크통에서 숙성해야 하고, 증류할 때 알코올 도수는 80도 이하, 병입 시에는 40도 이상으로 해야 한다. 잭 다니엘스도 모두 해당되는 내용이다. 버번위스키와 테네시위스키는 구별 짓는 결정적 차이는 앞서 말한 숯 필터 여과 방식에서 비롯된다.
잭 다니엘스는  ‘차콜 멜로잉’ 과정을 통해 특유의 스모키한 풍미를 완성한다(한국브라운포맨 사진 제공).
잭 다니엘스는 ‘차콜 멜로잉’ 과정을 통해 특유의 스모키한 풍미를 완성한다(한국브라운포맨 사진 제공).
잭 다니엘스는 위스키 원액을 오크통에 숙성하기 전, 사탕단풍나무로 만든 숯에 여과시키는 목탄 숙성 과정을 거친다. 이른바 ‘차콜 멜로잉(Charcoal Mellowing)’ 공법이다. 사탕단풍나무 숯으로 가득 찬 3m 높이의 여과기에 3~5일간 위스키를 한 방울씩 천천히 떨어뜨려 정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이를 통해 불순물은 걸러지고 잭 다니엘스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과 스모키한 풍미가 완성된다. 국내에서 대나무 숯 여과 공법을 거친 소주가 깨끗한 맛을 강조하듯, 이 과정을 거치면 숯의 살균 효과로 인해 잡미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진다.

고숙성 라인업이 있다?

잭 다니엘스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제품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의 ‘잭 다니엘스 올드 넘버 7’이지만 ‘젠틀맨 잭’이나 ‘잭 다니엘스 싱글 베럴’ 등 프리미엄 라인업도 탄탄하다. 특히 9대 마스터 디스틸러로 크리스 플렛처(Chris Fletcher)가 부임하며 공격적으로 슈퍼 프리미엄 라인업을 확장 중이다. 플렛처는 창립자 잭 다니엘이 활동하던 당시의 위스키를 재현하는 데 집중한다. 1920~1933년까지 시행된 미국 금주법 시대 이전 잭 다니엘스에 존재하던 10년과 12년, 14년, 18년, 21년 등 고숙성 위스키 복각에 나선 것이다. 사실 스코틀랜드와 달리 미국에서는 5년 숙성도 쉽지 않다. 미국 테네시의 평균 기온이 스코틀랜드보다 훨씬 높은 탓이다.10년 숙성할 경우 ‘엔젤스 셰어(Angel’s Share)’라고 부르는 증발률이 50%에 달할 정도다. 그럼에도 플렛처가 고숙성 위스키를 선보인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고숙성 위스키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 이에 지난 2021년 출시한 ‘잭 다니엘스 10년’을 시작으로 12년과 14년을 차례로 미국 시장에 선보였다. 그중 가장 최근 선보인 ‘잭 다니엘스 14년’은 미국에서도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 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반기 국내 출시를 알린 ‘잭 다니엘스 10년’. 진한 초콜릿 향과 스파이시한 풍미가 특징이다(한국브라운포맨 사진 제공).
하반기 국내 출시를 알린 ‘잭 다니엘스 10년’. 진한 초콜릿 향과 스파이시한 풍미가 특징이다(한국브라운포맨 사진 제공).
반가운 소식을 전하자면, 올 하반기 국내에서도 ‘잭 다니엘스 10년’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고숙성 잭 다니엘스 위스키가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출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플렛처는 “오크통 위쪽에서 숙성을 시작해 천천히 아래층으로 이동시키는 숙성 과정을 거쳤다”며 “수제 화이트 오크통과 차콜 멜로잉, 10년 숙성이 만나 더 강렬하고 독창적인 테네시위스키 캐릭터를 완성시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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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아메리칸 테네시 라이 위스키 ‘잭 다니엘스 본디드 라이’(한국브라운포맨 사진 제공).
프리미엄 아메리칸 테네시 라이 위스키 ‘잭 다니엘스 본디드 라이’(한국브라운포맨 사진 제공).
5월 새롭게 출시한 ‘잭 다니엘스 본디드 테네시 라이 위스키’는 잭 다니엘스의 슈퍼 프리미엄 라인업인 본디드 위스키 중 하나로, 높은 호밀 함량에서 비롯한 스파이시한 향이 압권. 호밀 70%, 옥수수 18%, 보리 12%의 곡물 배합으로 제작하는데, 엄선된 배럴에서 약 7년에서 8년간 숙성된 원액만을 사용해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말린 과일 향으로 시작해, 달콤한 토피의 여운이 이어지며 복합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맛을 선사한다. 마무리에는 은은한 후추 향이 입안을 감돌며 라이 위스키 특유의 톡 쏘는 듯한 피니시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