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누적된 주택 수요가 올해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3년 간 주택 거래량이 줄었으니 이제는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시점이 다가왔다.

[부동산 정석]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모습. 사진=한국경제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모습. 사진=한국경제
부동산 시장에서 2~3년간 지속됐던 역대 최악의 거래 마비 상태가 올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이 줄어들고 금리 또한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으로 자산 시장을 억누르던 불확실성도 해소되면서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량이 예전 평균 수준으로 돌아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4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매매량은 2만567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 1만4501건과 비교한다면 대폭 늘어난 수준이다. 월평균 거래량도 지난해에는 3625건에 그쳤지만, 올해는 6418건으로 1.77배 늘어나면서 정상적인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서울 적정 수요 연간 4만8000가구
1~2건의 신고가로 가격이 결정된 2021년 부동산 시장을 정상이라 볼 수 없듯, 하락가 1~2건으로 가격이 정해진 지난 2~3년 동안의 부동산 시장도 정상이 아니었다. 가격이 정상적으로 내리려면 거래량이 늘어야 한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이란 단어가 유행하던 2021년의 주택 수요는 어디로 갔을까.
공급이 누적돼 주택 시장에 영향을 주듯, 수요 또한 누적돼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도록 만든다. 서울의 적정 아파트 수요는 연간 4만8000가구라고 한다. 연간 5만~6만 건인 서울 내 결혼과 이혼 건수가 신규 수요에 반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어 더해 연립이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에 거주하는 분들이 아파트로 이전하고 싶어 하는 ‘상품의 대체 수요’, 경기·지방·해외 등 ‘외부 지역의 대체 수요’를 포함하면 더 늘어날 것이다.
이 많은 주택 수요가 수년째 누적되는 중이다. 누적된 주택 수요를 파악하려면 지난 3년간 아파트 거래량을 비교해야 한다. 3년간 거래가 눌려 있으면 그다음 해에는 규제나 경제 상황과 관련 없이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21년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주택 거래 또한 그 이전 3년간 거래절벽으로 인한 결과물이다. 이후 3년 동안 거래량이 줄었으니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시점이 다가왔다.

누적된 주택 수요, 대기 수요에 가까워
2019~2021년 3년 동안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397만 가구였다. 2022~2024년 등 최근 3년 동안은 전국에서 222만 가구만 거래되며 반 토막 났다. 수도권을 보더라도 2019~2021년 3년 동안 거래된 아파트는 189만 가구였지만, 2022~2024년 3년 동안은 98만 가구에 그쳤다. 현재 수도권에는 90만 가구 넘는 주택 수요가 누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3년간 억눌린 아파트 수요…더 이상 정상화 미룰 수없다
사진=한국경제
사진=한국경제
2022년부터 3년간 누적된 주택 수요는 올해부터 폭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인 경우 우리는 이를 관망 수요라고 판단하지만, 현재 누적된 주택 수요는 대기 수요에 더 가깝다. 이미 매입할 단지를 결정했고 대출과 실거주 등 여건만 된다면 언제든지 부동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수요다.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되고 다시 확대 재지정될 때 이미 이런 주택 수요가 시장에는 많다는 것이 증명됐다. 단 한 달 만에 1만 건이 넘는 주택 매입 수요가 즉시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누적된 주택 수요가 다시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기 전에 매수 수요를 조금씩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매수 수요를 정상화하는 과제는 어렵고 힘든 일이다. 가격 상승 부담이 증가하면서 모처럼 안정된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수 수요 정상화를 미룬다면 부동산 시장의 왜곡은 그만큼 더 커져 향후 주택 가격이 더욱 많이 상승할 수 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 IAU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