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 기술 산업 변화 등 복합 변수 속에 금융시장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 자금 유입과 새 정부 정책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보이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윤석모 삼성증권 센터장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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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금융 시장이 다시 한번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국내 증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상승 흐름을 이어오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시장 심리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유입되며 기대감을 키우는 한편, 글로벌 유동성의 향방과 지정학적 변수는 여전히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로 꼽힌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 중국과 인도의 경기 모멘텀,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은 투자자들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든다.

또한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기술 산업의 변화는 단기적 테마를 넘어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쇼어링, 공급망 재편 등 비재무적 요인도 투자 결정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명확한 방향성과 통찰력을 제공해줄 수 있는 분석과 조언을 갈망하고 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만나 그의 시장 진단과 접근 전략을 들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강한데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구조적인 흐름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변수는 존재합니다. 관세 문제, 특히 미국이 어떤 관세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우리 반도체나 자동차 같은 수출 업종의 운명이 크게 달라질 수 있죠. 또 미국의 유동성 정책, 외국인 자금의 흐름도 중요한데, 최근 글로벌 주식형 펀드 내 한국 비중이 늘어나고 있고 외국인 매수세도 뚜렷이 확대되고 있어요. 지정학 이슈도 생각보다 길게 가지는 않을 거라고 판단합니다.”

하반기 증시 방향을 결정지을 핵심적인 변수는 뭔가요.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첫째는 미국 정부가 부과할 상호 및 품목별 관세율입니다. 이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자동차 업종의 경우 관세 부과 이후 수출이 5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습니다. 반도체 역시 품목별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 이익 전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둘째는 글로벌 유동성입니다.

미 금융당국의 보충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 개혁 등의 변화에 따라 외국인의 한국 증시 순매수가 지속될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외국인은 올해 6월 들어 한국 비중을 확대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장기 평균에 비하면 낮은 수준입니다. 추가적인 자금 유입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셋째는 지정학적 리스크입니다. 특히 중동이나 동유럽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유가의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전반적인 투자 심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하게 지켜보는 시장 지표는 무엇인가요.
“미국의 장기 금리입니다. 장기 금리가 상승하면 주식의 채권 대비 매력도가 낮아지게 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21.5배, 10년 미 국채 금리가 4.4%일 경우, 주식의 이익수익률은 4.65%입니다. 이 정도면 채권과 비슷하거나 약간 우위에 있는 수준이지만, 장기 금리가 더 오른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업종별로는 어떤 섹터가 유망하다고 보십니까.
“구조적 테마와 연결된 업종에 주목해야 합니다. 크게 네 가지 축을 기준으로 보자면, 첫째는 AI·로봇·자율주행과 같은 기술 기반의 생산성 개선, 둘째는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확대, 셋째는 내수 회복, 넷째는 기업 가치 제고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조방원(조선·방산·원전)은 이미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펀더멘털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기본 포트폴리오에 가져갈 만한 섹터죠.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부각이 덜 됐고, SK하이닉스는 전고점을 회복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갈 길이 남았습니다. 금융주, 특히 증권사들도 실적이 좋고, 지주사 역시 괜찮습니다. 여기에 더해 K-콘텐츠와 화장품, 유틸리티 섹터도 저평가 상태에서 모멘텀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사진 김기남 기자
사진 김기남 기자
최근 다시 AI와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게 또 다른 거품인가요, 아니면 구조적 변화의 신호인가요.
“기본적으로 AI는 거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AI 중에서도 인프라 투자 단계라고 생각하는데,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인프라의 과잉 투자는 AI 확산을 위해 필연적입니다. 현재가 인프라 투자 단계라는 것은 현시점의 AI 테마가 구조적 변화의 초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24년 하반기 이후 반도체 주가의 정체는 투자의 피크아웃(peak-out)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AI와 반도체 투자가 다시 돌아온 이유는 투자 사이클이 내년 이후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 때문입니다. 사이클의 지속성에 대한 믿음이 생겨난 이유는 수요 측면에서 하드웨어 최적화의 병목 현상이, 공급 측면에서 기술과 캐파(CAPA·생산능력)의 병목 현상이 발견되기 때문이며, 소버린 AI도 변수가 됐습니다. 다만 현재의 반도체 테마는 기본적으로 인프라 콘셉트이고, 피크아웃의 우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AI는 앞으로 모든 산업에서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키겠지만, 항상 같은 모습으로 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금 투자도 여전히 유효할까요.
“금은 단순한 안전자산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미국 국채 가격과 금 가격의 움직임을 보면, 미국의 예외주의가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예요. 예전 같으면 지정학 위기에는 채권이 급등하고 금리가 떨어졌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금리가 오르고 달러는 약세입니다.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의미죠. 이 상황에서 금은 분산투자 차원에서도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M7에 주목할 때…외국인 매수세는 구조적 변화”
한국과 미국 금리 정책의 디커플링 가능성은요.
“디커플링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저희는 미국이 9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해 분기마다 총 4회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요. 한국도 1회 인하가 있었고, 추가로 2회 정도 더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방향성은 같다고 봐야죠.”

중국과 인도 증시 투자는 어떻게 보시나요.
“누누이 말씀드렸듯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의 10년물 장기 금리입니다. 4.5% 수준의 미국 국채 수익률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신흥국보다는 선진국 중심의 투자 전략이 유효하다고 봅니다. 미국 내에서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종목, M7 같은 그룹에 주목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개인투자자가 하반기 투자 전략을 짠다면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하반기 투자 전략 중 가장 먼저 고려해야 될 사항은 보유 종목의 비중 조절입니다. 글로벌 증시 강세가 전망되는 가운데, 업종별·종목별 수익률 편차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증시는 주도주(조선·방산·원전) 중심으로 해외는 빅테크 위주의 주식 선별이 필요합니다. 하반기 주식 포트폴리오는 국내 6, 해외 4의 비중으로 가져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ESG 이슈가 점점 사라지는 듯한 분위기인데, 기관투자가들은 아직 중요하게 보고 있나요.
“ESG 이슈가 예전만큼 대중적인 화제는 아니지만, 기관투자가들에게는 여전히 핵심적인 투자 기준 중 하나입니다. 특히 장기적인 가치 창출 관점에서 ESG는 투자 리스크이자 기회 요소로 인식되고 있으며, 전 세계 주요 기관들이 지속가능성 투자 전략을 계속해서 강화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는 2025년 기후 행동 계획을 수립해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자산 배분을 확대하고,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2024년 한 해에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기업, 석탄 기반 사업, 생물 다양성 훼손 등의 이유로 총 8건의 기업 투자를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연금투자기금(GPIF) 역시 지속가능성 관련 정책을 공식화하며, 자본시장에 미치는 ESG 이슈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행보도 주목할 만합니다. 영국의 사라신앤파트너스는 기후 목표 약화를 이유로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 주식을 매각했고, 독일의 유니온 인베스트먼트는 엑손모빌, EOG 리소시스 등 탈탄소 전략이 부족한 기업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습니다. ESG가 ‘사라지고 있다’기보다는, 전략의 무게중심이 과거의 ‘네거티브 스크리닝(투자 배제)’에서 ‘적극적 관여(engagement)’나 ‘전환 촉진’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최근 다시 M7에 서학개미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는데 투자 매력은 여전한가요.
“최근 흐름을 보면 M7, 즉 마그니피센트 7 기업들에 대한 투자 심리가 다시 회복되는 조짐이 뚜렷합니다. S&P500 지수의 경우 올해 들어 상승 전환에 성공했지만, M7의 주가는 여전히 연초 대비 마이너스권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익 추정치는 오히려 M7이 압도적 우위에 있습니다. 이는 주가가 이익 전망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펀더멘털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저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는 여지도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실적을 발표한 오라클은 AI 및 클라우드 수요에 따른 초과 수요를 강조하며 긍정적 실적 전망을 내놓았고, 델,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같은 서버 업체도 AI 서버 수요 호조로 인해 낙관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했습니다.

M7은 여전히 높은 마진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영업이익률 측면에서 S&P500 평균 대비 확실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높은 밸류에이션 멀티플에 대한 우려는 존재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현재 수준은 지난 10년 평균과 유사하거나 약간 낮은 정도입니다. 특히 S&P500의 PER 멀티플은 직전 고점과 유사한 반면, M7은 전고점 대비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아직 상승 여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결론적으로 최근의 수급 개선, 탄탄한 이익 전망, 기술 섹터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수요 등을 종합하면, M7의 투자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됩니다.”
“다시 M7에 주목할 때…외국인 매수세는 구조적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