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뜨거움을 잊게 해줄 이런 전시·공연 어때요?

[가볼만한 전시]

몸·조각·공간의 감각을 연결하는 장
<드로잉 온 스페이스>
TO SEE, TO FEEL
조각, 드로잉 및 판화, 설치작품 등 총 48점을 선보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개인전을 개최한다. 영국을 대표하는 조각가 안토니 곰리는 인간의 몸을 중심에 둔 조각 실천을 통해 조형 언어의 전통적 개념을 재정의해 온 작가다. 전시 제목인 <드로잉 온 스페이스: Drawing On Space>는 곰리가 수십 년간 천착해 온 조각과 공간, 신체 간 관계를 드러낸다. 그는 “물리적 공간과 상상적 공간을 함께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 이 전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공간을 점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자가 자신의 몸과 감각을 통해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이끈다.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안토니 곰리와 세계적 건축가 안도 타다오(Ando Tadao)가 협업한 뮤지엄 산(SAN)의 새로운 공간 ‘그라운드(GROUND)’의 첫 공개라는 점이다. 건축, 조각, 자연이 하나로 호흡하는 그라운드는 작품인 동시에 장소로 기능하며, 뮤지엄 산이 설립 이래 지속해 온 ‘예술, 자연, 건축’의 조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실험적 공간이다. 지름 25m, 높이 7.2m의 원형 천창을 갖춘 돔 형태의 공간으로, 자연광이 조각을 가로지르며 이탈리아 로마 판테온의 약 4분의 3 규모에 해당하는 웅장함을 자랑한다. 공간 전체에 분산 배치된 곰리의 조각 <Block Works> 7점은 건축과 조각, 자연의 유기적 합일을 드러낸다.
기간 | 2025년 6월 20일~11월 30일
장소 | 뮤지엄 산,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공간을 완성하는 색의 율동감
<한 송이 꽃 속에 우주가 피어나다>
좌측부터 | 저우 리, <一花一世界: 躺着的花朵(The world in a flower: A flower lying low)>, 2025년 © the artist, 저우 리, <一花一世界: 蜕变之二(The world in a flower: Metamorphosis No. 2)>, 2025년 © the artist
좌측부터 | 저우 리, <一花一世界: 躺着的花朵(The world in a flower: A flower lying low)>, 2025년 © the artist, 저우 리, <一花一世界: 蜕变之二(The world in a flower: Metamorphosis No. 2)>, 2025년 © the artist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동양의 정신세계와 자아를 탐구하는 중국 작가, 저우 리(Zhou Li)가 한국에서 첫 개인전 <한 송이 꽃 속에 우주가 피어나다: Seeing the world in one flower, a universe unfolds>를 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최근 1년간 새롭게 작업한 대형 회화 신작 10여점을 선보인다. 저우 리는 감정, 인간관계, 삶의 순간들에 대한 명상적 성찰을 회화적 언어로 풀어내며, 내밀하고 유동적인 과정을 통해 이를 추상 회화로 풀어낸다. 환영적이고 반복되는 선의 흐름, 그리고 색면을 통해 감각적으로 열려 있고 변화 무쌍한 회화 공간을 구성한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동시대 서구 회화, 특히 마크 로스코나 사이 톰블리의 작품들과 긴밀한 대화를 이루는 동시에, 중국 고대 서화의 전통과도 맞닿아 있다. 여름의 공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생동감 있는 색채와 리듬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번 전시를 놓치지 말자.
기간 | 2025년 6월 26일~8월 9일
장소 | 화이트 큐브 서울,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6


기록을 전시하는 사진미술관
<광채(光彩): 시작의 순간들> & <스토리지 스토리>
TO SEE, TO FEEL
약 2만 점의 사진과 관련 자료를 소장한 국내 최초 사진 특화 공립미술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지난 5월 29일 문을 열었다.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이다. 10여 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개관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전시와 교육, 아카이브 기능이 입체적으로 결합된 ‘오직 사진을 위한’ 공간이다. 개관을 기념하며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광(光)적인, 시선’이라는 주제 아래 두 개의 개관특별전을 준비했다. 2층 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스토리지 스토리>는 6인의 동시대 작가들이 참여해 각기 다른 시선으로 미술관의 건립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미술관의 의미와 존재 이유를 다각적으로 탐구한다. 3층에서 열리는 또 다른 개관 특별전 <광채(光彩): 시작의 순간들>은 건립 준비 기간 동안 진행한 수집과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로 마련된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국 예술 사진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정해창·임석제·이형록·조현두·박영숙 작가의 작품을 조명한다. 이와 함께 미술관 소장품과 건립 과정에 관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이 5월부터 8월까지 매주 주말 및 공휴일에 열린다.
기간 | 2025년 10월 12일까지
장소 |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서울 도봉구 마들로13길 68


시대를 감각하는 유효한 언어
<형상은 예외가 아닌 규칙>
<형상은 예외가 아닌 규칙> 전시 전경
<형상은 예외가 아닌 규칙> 전시 전경
곤도 유카코, <정지된 방>, 2021년 © the artist
곤도 유카코, <정지된 방>, 2021년 © the artist
고등어, 곤도 유카코, 써니킴, 박종호, 임노식 등 총 11인의 동시대 화가들이 참여한 <형상은 예외가 아닌 규칙>은 21세기 회화 담론 속에서도 여전히 형상을 재현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 질문을 던지며, 형상은 재현의 잔재가 아니라 감각의 생성 조건이자 회화가 감각을 작동시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임을 주장한다. 참여 작가들은 형상을 단지 인물이나 사물의 외형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분열된 기억의 단서, 내면 심리의 투영, 언어와 신체가 교차하는 경계, 사물화된 감정의 기호로 작용한다. 작품 속의 형상은 서사를 완성하기보다는 감각을 구성하고 불안을 호출하는 하나의 구조이자 사건이다. 이 전시는 ‘무엇을 그렸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그리는가’에 주목해 회화의 형상이 세계를 재현하기보다는 언어적 의미나 기호로 환원되지 않는 감각의 리듬을 전달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작가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형상을 탐색하며, 때로는 정신분석학적 차원의 강박에서, 때로는 인식과 사고를 시각화하기 위한 구조로 활용해 회화가 여전히 시대를 감각하는 유효한 언어임을 조명한다.
기간│2025년 7월 26일까지
장소│하이트컬렉션,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714

양정원 기자 ne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