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상장한 종목들의 평균 첫날 수익률은 65%로,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는 대한조선, 더핑크퐁컴퍼니, 명인제약 등 시가총액 2조원 규모의 기업들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마켓 트렌드]
전문가들은 올해 IPO 시장은 시장이 ‘상저하고’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 상장한 기업들이 ‘양보다 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점에서다. 이 기간 동안 상장한 기업 수는 42개로, 최근 5년간 평균인 52개보다 적었다. 과거 상반기 평균인 47개와 비교해도 적다. 상장한 곳은 코스닥 시장이 37개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유가증권 시장은 LG씨엔에스, 씨케이솔루션, 서울보증보험, 달바글로벌 등 4개, 코넥스 시장은 오션스바이오 1개였다.
코스피 상승하며 IPO 시장도 빠른 회복세
유형별로는 신규 상장이 40개, 이전 상장이 지에프씨생명과학과 한국피아이엠 등 2개였다. 재상장 기업이 없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디엔솔루션즈와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은 공모를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스피 지수가 상승하며 IPO 시장이 빠르게 회복됐다.
올 상반기 IPO 공모금액은 2조2000억 원으로, 과거 평균(2조1000억 원)보다 많았다. 그러나 최근 5개년 평균(4조7000억 원)에는 크게 못 미쳤다. 공모금액은 유가증권 시장이 1조4000억 원, 코스닥이 8000억 원을 차지했다. 상장 시가총액은 14조 원으로, 과거 평균인 9조9000억 원을 상회했다. 시가총액의 대부분은 신규 상장(13조9000억 원)에서 나왔다. LG씨엔에스와 서울보증보험의 영향이다. 두 기업은 과거 상장을 추진하다 어려움을 겪었고 올 상반기 우여곡절 끝에 증시에 입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공모 과정에서 기업 가치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다. 상장 직후 주가도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최근 주가는 공모가를 뛰어넘었다. LG씨엔에스의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 6조 원이었으나 7월 들어 약 8조 원으로 불어났다. 서울보증보험도 상장 때 시가총액이 2조4000억 원이었지만, 7월 약 3조로 치솟았다.
올해 들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 비중은 급감하고 기술 성장 기업의 상장이 눈에 띄게 늘었다. 스팩 상장은 올 상반기 3개로, 전체 코스닥 상장 기업 중 8.1%에 그쳤다. 스팩 상장은 최근 3년간 평균 30%대 중반에 달했으나 최근 들어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반면 기술 성장 기업 비중은 37.8%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새내기 종목들의 성적을 살펴보면 절반 이상이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보다 높게 형성됐다. 38개 기업 중 23개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았던 종목은 38개 중 5개에 불과했다. 수익률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재상장, 리츠, 스팩을 제외한 IPO 기업 중 공모가 대비 시초가 평균 수익률은 65%로, 2023년(83.8%), 2024년(65.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상장 첫날 종가 수익률은 35%, 상반기 말 기준 수익률은 43%로 전반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저장용 탱크 제조 기업 한텍으로 228.2%에 달했다.
수익률이 높아진 배경에는 공모가 안정화가 있다. 과거 기관들의 수요 예측 경쟁이 과열되며 공모가를 밀어 올렸으나 최근엔 희망 공모 가격 범위 내에서 가격이 책정되고 있다. 올 상반기 희망 공모 가격을 넘어 가격이 결정된 IPO 기업의 비중은 76.3%로, 지난해 상반기(100%)보다 하락했다.
지난해엔 희망 공모가 범위의 상단을 초과한 비중이 93.1%, 상단 비중이 6.9%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는 희망 공모가 범위의 상단을 초과한 기업이 없었다.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으로 결정된 기업은 로킷헬스케어, 서울보증보험, 미트박스 등 3개였고, 하단 미만에 확정된 기업은 더즌, 대진첨단소재, 동국생명과학, 오름 테라퓨틱, 데이원컴퍼니, 와이즈넛 등 6개였다.
올 상반기 기관 수요 예측 경쟁률은 평균 896대1로 역대 평균(869대1)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기관 수요 예측 경쟁률은 2021년 상반기 1314대1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4년간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채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 때 기업의 밸류 및 유통 가능 물량 등의 변수들이 반영되면서 기관의 투자 심리가 공모가에 반영되고 있다”며 “IPO 기업에 대한 선별 작업이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IPO 제도 개선안 변곡점 될 듯”
개인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 열기도 다소 주춤했다. 올 상반기 일반청약 경쟁률은 912대1로, 역대 평균(985대1)보다 낮았다. 일반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상반기 1610대1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평균 수준으로 돌아왔다.
올 하반기에도 대한조선, 더핑크퐁컴퍼니, 명인제약 등 대어들의 상장이 이어진다. 대한조선은 공모금액이 약 4200억 원에 달한다. 예상 시가총액은 1조6000억~1조9000억 원 수준이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이달7월 IPO 예상 기업 수는 10여 개로 전 분기 대비 증가할 전망이다. 공모금액은 3800억~4500억 원으로 역대 평균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IPO 기업들의 예상 시가총액은 1조7000억 원에서 2조 원 수준으로, 역대 평균인 2조3000억 원에 비해선 낮은 수준으로 예상된다. 다만 7월에 이어 8월에도 10여 개 기업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기관 수요 예측이 활발히 진행되며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우려 및 글로벌 국지전 등으로 당분간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국내의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긍정적인 증시 부양 정책이 지속되고 있어 IPO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7월부터 기관투자가 의무 보유 확약 강화, 공모주 배정 방식 개선, 수요 예측 참여 자격 및 방식 강화, 주관사 책임 확대 등이 시행되면서 제도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박 연구원은 “7월부터 시행되는 제도 개선안은 IPO 시장의 중장기적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초기에는 혼선이 있을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도가 정착되며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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