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사랑하는 위스키 글렌모렌지와 누군가는 절대적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위스키 아드벡. 성격도 스타일도 확연히 다른 이 두 브랜드를 이끄는 캐스퍼 맥레이(Caspar MacRae) 글렌모렌지 컴퍼니 CEO가 한국 고객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한국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위스키 시장 중 하나다. 특히 2023년 한 해에만 싱글 몰트위스키 시장이 67%나 성장했다. 한국에는 고급 위스키를 알아봐주는 소비자가 있고, 이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글렌모렌지 컴퍼니 기준으로도 톱 10 안에 드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무엇보다 현재 전 세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만큼 한국에서 우리 위스키가 성장한다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 30년 가까이 위스키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 간을 꼽는다면.
“글렌모렌지와 아드벡의 마스터 블렌더인 빌 럼스덴 박사(Dr. Bill Lumsden)와 처음 만난 날이다. 당시 나는 다른 위스키 브랜드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럼스덴 박사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완전히 반해버렸다. 시간이 흘러 글렌모렌지 컴퍼니에서 이직 제안이 들어왔을 때 그와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고민하지 않고 수락했다.”
- 럼스덴 박사는 ‘위스키계 윌리 웡카’ 혹은 ‘미친 과학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괴짜 천재와 함께 일하는 게 녹록지만은 않을 것 같다.
“쉽지는 않다.(웃음) 우리처럼 논리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스키업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인물임이 틀림없다. 2018년 우리는 라이트하우스(Lighthouse)라는, 럼스덴 박사만을 위한 증류소이자 일종의 실험실을 만들었다. 이른바 ‘빌 럼스덴의 놀이터’로 불리는 곳이다. 당시 나는 그에게 ‘일하는 시간의 3분의 1은 우리의 코어 라인을 더 개선하는 데 할애하고 3분의 1은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위스키를 만드는 데 투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은 나한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아도 되니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라고 했다. 천재들에게는 이런 자유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시간에 아마 말도 안 되는 실험을 하고 있지 않을까.”
- 얼마 전 글렌모렌지는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중추를 이루는 ‘디 오리지널’ 연수를 10년에서 12년으로 끌어올렸다. 디 오리지널은 글렌모렌지의 코어 제품이자 가장 잘 팔리는 위스키 중 하나다. 굳이 이런 ‘모험’을 강행한 이유가 있나.
“글렌모렌지 디 오리지널의 연수를 10년에서 12년으로 바꾼 것은 내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이었다. 3000만 파운드(약 560억 원) 이상 비용이 드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했다. 그럼에도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은 것은 보다 완벽에 가까운 위스키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꽤 오래전부터 디 오리지널의 숙성 연수를 두고 수없이 실험했고, 시음 테스트를 거듭한 끝에 12년 숙성일 때 풍미가 훨씬 더 풍부해진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동일한 위스키 원액에 캐스크도 바뀐 것이 없지만 늘어난 숙성 과정으로 인해 꿀이나 바닐라, 과일 향 등의 풍미가 훨씬 더 풍부하고 복잡해졌다. 시장에서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다.”
“라산타의 경우 기존 12년에서 15년으로 리뉴얼했다. 단순히 숫자만 바뀐 것이 아니라 향과 질감, 보디감, 숙성 밸런스까지 전면적으로 손봤다. 기존에는 10년간 아메리칸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한 뒤 2년 동안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서 추가 숙성을 진행했다면, 이제는 12년 동안 버번 캐스크 숙성 후 3년의 추가 숙성 과정을 거친다. 더 풍부하고, 더 부드럽고,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올해 안에 만나볼 수 있다.”
- ‘위스키는 고루하다’ 혹은 ‘아저씨가 마시는 술’이라는 일부 시선도 있다.
“동의할 수 없지만, 만약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아마도 블렌디드 위스키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전 세계적으로 싱글 몰트위스키라는 카테고리가 성장한 건 고작 10여 년에 불과하다. 주 소비층도 블렌디드 위스키에 비해 훨씬 어리다. 무엇보다 글렌모렌지는 어 테일 오브 시리즈 등 혁신적 위스키를 꾸준히 선보이기에 젊은 고객의 유입이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 글렌모렌지 컴퍼니에는 글렌모렌지와 아드벡이 소속되어 있다. 굳이 말하자면 글렌모렌지는 ‘에겐남’, 아드벡은 ‘테토남’ 같은 이미지다.
“두 위스키는 성격도 스타일도 완전히 다르다. 글렌모렌지가 섬세하고 부드러운 풍미로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위스키라면, 아드벡은 아일라 위스키 중에서도 가장 높은 페놀 수치(약 55ppm)를 자랑할 만큼 스모키하다. 럼스덴 박사 역시 글렌모렌지는 ‘모두가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위스키’를 만드는 데 주력하는 반면, 아드벡을 만들 때는 ‘누군가는 절대적으로 사랑할 위스키’를 목표로 한다. 꼭 강조하고 싶은 점은 두 위스키 모두 정말 좋은 싱글 몰트위스키라는 것이다. 각각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와 아일라 지역에서 가장 많은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위스키 브랜드이기도 하다.”
- 그래서일까. 아드벡은 전 세계 위스키 브랜드 중 가장 열성적인 팬 커뮤 니티를 자랑한다.
“전 세계적으로 20만 명에 달하는 ‘아드벡 커미티(Ardbeg Committee)’는 단순한 팬 커뮤니티가 아니다. 특히 팬들의 순수한 애정을 바탕으로 형성된 자발적 팬덤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새로운 에디션을 출시할 때마다 의견을 구하고, 이를 제품에 적극 반영한다.”
- ‘아드벡 유레카’ 제작 과정은 더욱 특별했다고.
“올해는 아드벡 커미티가 창립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전 세계 커미티 멤버 100명을 증류소로 초청했다. 그리고 참가자들과 함께 여러 오크통에 담긴 위스키를 블라인드 테이스팅한 결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아드벡 유레카다. 팬들과 함께 만든 위스키인 셈이다. 참고로, 이 위스키는 공개한 지 10분 만에 완판됐다.”
“모든 위스키를 추천하지만 ‘글렌모렌지 디 인피니타 18년’은 꼭 한번 경험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글렌모렌지의 특징을 가장 완벽하게 담아낸 위스키다. 톡 쏘는 시트러스 향을 시작으로 복합적인 꽃 향과 대추야자, 무화과 등 과일 풍미, 나무 연기와 향신료 맛이 공존하는데 럼스덴 박사는 마실 때마다 새로운 풍미를 발견할 수 있는 위스키라고 말한다.”
- 글렌모렌지 컴퍼니를 이끄는 CEO로서 요즘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현재 스카치위스키업계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지속 가능성이다. 글렌모렌지 증류소는 지금까지 180여 년간 운영해왔는데, 앞으로 180년을 더 가동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도전 과제는 아시아 시장, 그중에서도 한국에서 글렌모렌지와 아드벡이 어떻게 하면 가장 사랑받는 싱글 몰트위스키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내가 한국을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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