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이 초래한 전력 수요 급증은 전 세계 인프라 전략과 기후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에너지 자립 여부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으며, 북극해 개방과 유럽의 재무장은 새로운 지정학적 질서와 투자 기회를 예고한다
[마켓 리더의 시각]
전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화석연료를 주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는 선택이 아닌 적응의 문제이며, 투자자로서 새로운 기후가 제공하는 투자 기회를 기민하게 파악해야만 한다.
AI가 초래한 막대한 전력 수요
2025년 4월 국제에너지기구(IEA) 리포트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에 의한 전력 수요는 매년 15%씩 성장해 2030년까지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데이터센터의 냉각 방식을 수냉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에너지 효율성을 소폭 증가시키기는 하지만, 전력 효율성은 사실상 2013년 이후로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AI 발전을 선택한 국가들이 직면한 문제는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다.
미국 에너지 관리청(EIA)이 공표한 국가별 데이터센터의 연간 비용에 따르면 일본, 유럽, 싱가포르 등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는 기가와트시당 평균 18만 달러, 에너지를 데이터센터에 직접 공급할 수 있는 국가의 경우, 기가와트시당 평균 7만 달러가 소요된다. 즉, 에너지 자립이 AI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된다는 의미다.
이를 막기 위해 출력 제어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외에도, 근본적으로는 재생에너지의 지역별 불균형 발전량을 조정하기 위한 대규모 전력 전송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한다. 유럽 전력 전송 시스템 사업자(TSO)는 시설에 대한 향후 5개년 투자를 기존의 3배 규모인 3450억 유로로 상승시켰다. 그러나 7월 10일 BCG는 2500억 유로가 추가로 집행돼야 한다고 조사했다. 한국은 전력망 구축에 대한 사회적 합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에너지 자립 기조를 전제로, 전력 인프라 투자 산업의 지속적인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북쪽으로 옮겨 간 지구의 중심
미국과 중국이 AI가 초래할 막대한 전력 수요를 화석 에너지로 감당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기존 파리기후협정 탄소배출량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후변화가 초래할 가장 큰 변화는 지구의 중심(인간 기준)이 적도의 북쪽으로 변경된다는 것이다. 중심점이 상승하는 이유는 다음 두 가지다. 첫째, 중국 대비 북쪽 위도의 지역들의 기후는 보다 온난해지고 거주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2030년 여름부터 북극해의 ‘아이스 프리 데이(ice-free day)’가 예상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로 국내총생산(GDP) 기준 가장 수혜를 입을 국가는 러시아, 미국, 유럽이다. 특히 북극해의 개방을 통해 중국을 글로벌 무역의 거점으로부터 배제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2024년 8월 중국 내에서 최초로 건조된 3척의 쇄빙선은 중국의 불안감을 반영하는 결과물이다. 쇄빙선 건조 능력은 핀란드, 캐나다, 러시아가 지니고 있으며, 한국 선박 제조 업체도 글로벌 선박 업체 대비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 7월 8일 유럽연합(EU)은 15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GDP의 1.5%까지의 금액을 부채로 방위 지출이 가능하도록 결의했다. 유럽의 빠른 재무장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방산산업에 추가적인 수주 모멘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김규진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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