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의 주주 환원 정책이 시장의 밸류업 교과서로 자리 잡고 있다. 확실한 실적과 주주친화적 행보, 주가 상승이라는 삼박자를 고루 갖춘 메리츠식 밸류업 정책은 국내 금융 시장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다.
[커버스토리] 2025 밸류업 CEO 50 -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금융 1위)
메리츠금융의 밸류업 행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근거는 총주주수익률(TSR)이다. 한경머니는 연결매출액 기준 3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재임 기간이 1년 이상인 CEO를 대상으로 TSR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김 부회장이 CEO로 재임하는 동안 메리츠금융의 TSR은 지난 6월 20일 기준으로 1036%를 기록했다. TSR은 투자자가 기업에 투자했을 때 얻게 되는 실제 수익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주가수익률과 배당소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산한다. 이번 조사 중 금융 업종에서 1000%대 TSR을 기록한 것은 김 부회장의 사례가 유일하다. 고공행진하는 주가 속에서 메리츠금융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 또한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김 부회장은 메리츠종금증권(현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의 경영을 맡으며 특유의 ‘실용 리더십’으로 성과를 증명해 왔다. 금융 업계의 대표적인 ‘실용주의자’이자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꼽히는 그는 보수적인 금융 업계에서 변화와 혁신을 시도해 온 인물로도 유명하다. 특히 중소형사였던 메리츠종금증권을 최상위권 회사로 성장시킨 실력을 인정받아 2013년 9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2015년부터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메리츠금융을 대표하는 전문경영인으로 거듭났다.
결과로 증명하는 그의 리더십 성향은 메리츠화재를 경영할 당시 보여줬던 성과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한때 손해보험 업계 만년 5위에 머물렀던 메리츠화재는 김 부회장이 CEO로 경영을 이끌게 되면서 업계 2위권으로 도약했다. 달라진 메리츠화재의 DNA는 꾸준한 성장세로 이어졌고, 김 부회장이 회사를 진두지휘했던 2015~2023년을 지나 현재까지도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메리츠화재의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7105억 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9.2% 늘어난 수치로, 2020년 이후 5년 연속 최대 이익을 올렸다.
김 부회장이 바꾼 것은 실적만이 아니다. 불필요한 격식과 권위를 벗고 직원들이 필요한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까지 뿌리째 바꿨다. 대면 결재 최소화, 회의 시간 30분 내로 단축, 문서 작성 80% 축소 등의 지침이 대표적이다. 업무 효율성은 높이되, 직원 간 자유로운 소통 기회를 늘리고 주도적으로 업무하는 것을 강조했다. 직원 개인의 권한이 커지는 만큼 책임도 늘었다. 메리츠가 긴 시간 성장을 멈추지 않는 ‘강한 조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시장 금리 인하와 내수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한 수익 극대화, 주요 계열사의 본업 경쟁력 강화 노력으로 2년 연속 2조 원 이상의 안정적인 이익 체력을 입증했다”고 했다.
2023년 ‘원 메리츠’ 체계 본격화
메리츠금융이 이처럼 수년간 성장을 거듭하며 밸류업 교과서로 두드러질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은 무엇일까. 대표적으로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원 메리츠’로의 전환을 예로 들 수 있다. 메리츠금융은 2023년 4월 25일 화재와 증권을 지주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원 메리츠’ 체계를 본격화했다.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등 3개 상장사를 하나로 합치는 지배구조 개편 방식은 국내 주식 시장의 저평가 원인으로 지목된 대기업들의 계열사 물적분할, 이른바 ‘쪼개기 상장’과는 상반되는 행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배구조 개편 이후 메리츠금융은 의사결정 구조를 간소화하고 효율 경영을 중시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그룹 내 3개 상장사가 있었던 기존 체제에서는 계열사 간의 소통에 한계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 후에는 의사결정 적체 문제가 해소되면서 효율적인 자본 배분이 가능해졌다. 증권의 딜 소싱(투자처 발굴) 이후 지주의 발 빠른 투자 결정, 화재와 캐피털 등 다른 계열사의 든든한 자금 지원이 이뤄지는 유기적인 체제 아래 그룹 전반의 재무 유연성이 한층 강화됐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게 된 것이다.
결국 대주주인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의 결단과 더불어, 이를 뒷받침하는 김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결합되면서 메리츠금융의 도약이 가능했다는 게 내부 평가다. 실제로 조 회장은 대주주 개인의 이익보다는 기업 가치 제고를 우선시하는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자신의 지분 감소를 감수했다. 조 회장은 “지분율이 내려가도 좋다. 기업을 승계할 생각이 없으니 경영 효율을 높이고 그룹 전체의 파이를 키워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보자”라며 경영진에게 먼저 ‘원 메리츠’ 계획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하고 나면 조 회장의 지분율이 79%에서 47%(당시 기준)로 낮아지는 상황이었다. 조 회장은 평소 국내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서 대주주 자녀가 적성이나 본인 희망과 무관하게 기업을 승계받는 것은 자녀는 물론이고 기업의 미래에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대주주의 1주와 일반주주의 1주는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라는 평소 철학에서 비롯됐다. ‘원 메리츠’로의 전환은 대주주와 개인투자자 모두 한 주의 주식에서 동일한 이익을 가져가야 한다는 철학을 실천한 결과다.
자사주 매입·소각 중심의 주주 환원 정책도 활발하다. 자사주 매입은 신탁 계약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3월과 9월 각각 5000억 원씩 매입했던 자기주식 1조 원을 올해 1분기 전량 소각하고 5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가 공시했다. 메리츠금융은 매입한 자사주를 100%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자사주는 단순 매입과 달리 소각까지 완료해야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감소해 주당순이익(EPS)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자본금을 줄여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끌어올린다는 설명이다.
주주와 투자자를 최우선시하면서 지속적인 소통 확대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모든 투자자에게 동등하게 정보를 공유한다는 목표 아래 그룹 홈페이지에 실적 등 주요 지표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또 2023년 1분기부터는 주주와의 소통을 위해 분기별 실적 발표 후 각 계열사 주요 경영진이 직접 투자자 질문에 답변하는 콘퍼런스콜을 개최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 2월 19일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메리츠는 장기간 높은 수익률과 경영진에 대한 신뢰로 장기 투자자 비중이 월등히 높은 벅셔해서웨이 같은 기업이 되고자 한다”는 뜻을 다시 한번 확고히 밝혔다.
향후 목표로 하는 기업의 모습이 있는지 묻자 어김없이 벅셔해서웨이를 꼽은 것이다. 벅셔해서웨이는 주주 환원과 자본 활용의 바이블로 거론되는 기업이다. 메리츠금융의 지향점이 ‘한국판 벅셔’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두 기업은 지주사이자 보험업 중심으로 성장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 자리에서 김 부회장은 2026년 이후에도 연결 당기순이익 50% 이상의 주주 환원을 검토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주주 환원은 자본 배치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주주를 위한 독자적인 의미도 가진다”며 “50% 이상 주주 환원이 수익성 높은 투자 기회나 대규모 인수합병(M&A) 기회를 저해하지 않는다면 향후에도 지속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돌턴은 “메리츠는 주주 친화 정책과 대규모 자산 배분 측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대주주든 소액주주든 1주의 가치는 동등하다는 경영진의 기본 원칙도 신선하다. 메리츠 경영진이 한국에서는 드물게 모든 주주 가치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에 매우 감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메리츠금융은 밸류업 문화 확산에 기여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5월 27일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1주년을 기념해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 등의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금융위원장상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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