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디지털 화폐와 스테이블 코인 논의가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금융 환경과 정책적 대응을 점검했다. 참석자들은 기술 혁신, 금융 안정성, 규제 준비가 동시에 고려돼야 하며,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가상자산을 넘어 국제 결제와 통화 주권 확보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켓] 머니토크
(왼쪽부터)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왼쪽부터)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전 세계 금융 질서가 블록체인과 디지털 화폐의 도입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스테이블코인 확산, 각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논의는 기존 은행 중심의 금융 시스템을 흔들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가나다 순) 등 블록체인과 디지털 화폐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비트코인의 투자 전략과 CBDC,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 가능성과 사회적 파급력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들은 기술적 혁신과 금융 안정성, 규제 준비가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근 스테이블코인이 화제다. 코인이 변방에서 중심으로 오기까지, 느낀 점을 간단히 말씀해 달라.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이하 정 교수) “‘금융의 역사’ 과목을 가르치면서, 기술 발전과 인프라 변화를 역사적 관점에서 보게 됐다. 현재는 은행 중심의 금융 시스템이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한 것도 디지털라이제이션과 CBDC의 등장으로 달러 패권이 위협받는 상황과 연관돼 있다. 러·우 전쟁 때, 러시아 은행을 국가 간 결제망(SWIFT)에서 배제했으나 은행 없이도 러시아 경제가 움직였다. 이를 계기로 미국이 디지털 달러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제가 보는 유동성 단계는 M0(중앙은행)에서 M5(디지털 자산)까지다. M3(자본시장)까지는 은행 시스템으로 통제 가능하지만, M4(파생·유동화 자산)부터는 은행만으로 한계가 있고, M5는 블록체인·온체인 시스템이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금융 인프라는 은행과 블록체인을 함께 포함해야 한다.”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이하 김 대표) “트럼프 행정부 전후로 미국의 디지털 자산 정책은 크게 변화했다. 그 배경에는 달러 시스템에 대한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다고 본다. 기축통화 체제는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시작됐다. 당시 일부는 초국가 통화인 ‘방쿠르’를 제안했고, 다른 일부는 금에 연동된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안을 지지했다. 이후 80여 년간 달러 중심 체제가 유지됐으나, 미국은 전 세계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재정 적자와 무역수지 악화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1960년대 로버트 트리핀 예일대 교수가 ‘트리핀 딜레마’를 지적했으나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최근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작성한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은 이 모순을 돌파하기 위해 관세 카드를 제시했다. 하지만 관세는 국가 간 불협화음을 낳는다. 궁극적 해결책이 아니다. 그래서 미국은 이 한계를 극복할 방안으로 디지털 자산 논의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게 중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비트코인 회복력·수익성 입증 …1년 내 30만 달러 간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하 김 위원) “스테이블코인 기업이 원화를 보유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분석 중이다. 현재 한국에는 단기 국채가 부족하다. 1년물 국채는 없고, 2021년부터 2년물 발행이 시작됐다. 기획재정부에서 1년물 발행 도입을 검토 중이나, 3개월물 발행은 국가재정법상 발행 규모 확대 제약이 있어 어려움이 있다. 연구원 세미나에서 비트코인 가격과 주가를 비교한 결과, 세대별 투자 패턴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0년 이전에는 주가와 비트코인 가격이 서로 다른 흐름인데, 2021년부터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는 비트코인이 제도권으로 편입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ETF 출시 등 제도권 금융과의 접점이 확대되면서 투자자 관심도 급증했다. 이런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과 CBDC 같은 결제 수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비트코인 같은 암호자산은 금융투자 상품, 스테이블코인·CBDC는 결제를 지원하는 통화 성격을 갖고 있다고 구분한다.”

- 최근 미국에서 통과된 '지니어스법(Genius Act)'이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정 교수
“디지털 자산, 즉 가상자산 생태계를 만드는 데 핵심은 스테이블코인이다. 비트코인은 처음에는 화폐로 시작했지만 가격 변동성이 심해 자산으로 분류됐고,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면서 교환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됐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영역에서 시작했지만 기술과 인프라 발달로 송금, 결제 등 금융 영역 전반으로 확산됐다. 특히 국제송금 사례 등을 통해 화폐로서 기능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단순한 교환 수단이 아닌 결제, 송금 등 다양한 금융 거래에 활용 가능한 통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마련한 것이다.”

김 위원 "지금까지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코인 거래에서 사용되며, 전체 거래의 약 90%를 차지했다. 범용성 측면에서는 아직 광범위하게 활용됐다고 보긴 어렵다. 스테이블코인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법정화폐 연동형, 둘째 가상자산 담보형, 셋째 알고리즘형이다. 지니어스법은 주로 법정화폐 담보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인들은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상거래를 백업하는 등 점차 범용성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라면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히 코인 거래용으로만 보았겠지만, 최근에는 활용 범위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국민 생활 속에서도 점차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있다.“

김 대표 "미 재무장관이 여러 차례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보면, 미국은 채권 시장과 금리 안정을 위해 이를 주목하고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준비 자산으로 미국 국채, 달러 현금, 단기 국채를 포커스로 하고 있다. 정부가 발행하는 머니마켓펀드(MMF)도 포함되지만 대부분은 국채다. 흥미로운 점은 스테이블코인이 채권 금리 인하에 효과가 있고, 이는 재정적자 완화에도 기여한다는 것이다. 만약 관세 정책과 결합하면, 미국이 전 세계에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무역수지를 개선할 수 있다. 기존 3일 결제가 1시간 이내로 가능해지는 등 스테이블코인은 유동성 창출 효과도 가지고 있다. 결국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관세 정책과 결합해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과 달러 패권 유지라는 전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다만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트리핀 딜레마와 같은 구조적 모순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향후 준비 자산의 다변화가 필요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비트코인도 대표적인 대안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다양한 담보 가치와 관련해 신뢰가 보장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정 교수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수급 구조 안에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관세 정책과 결합해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 예를 들어 국채 이자 부담과 재정 적자 문제 등을 완화할 수 있으며, 전보다 미국 국채 담보 가치를 의미 있게 해줄 수 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달러 환율 관리로 달러 강세로 인한 불필요한 변동을 즉각 조정할 수 있고, 무역수지와 자본수지 측면에서 필요한 달러를 보완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가상자산 거래가 아니라 금융·무역 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 관세 장벽과 연계된 달러 수요 위축을 효과적으로 커버할 수 있다. 중국은 금융 취약성 때문에 온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바로 따라할 수 없어 당분간 미국의 정책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미국도 새로운 제도적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재 시행 중인 정책은 매우 현명하게 설계돠 있다고 생각한다."

김 위원 "트럼프 이전부터 미국이 직면했던 핵심 문제 중 하나는 국채 투자자들의 구성이다. 일본이나 중국 같은 국가들이 많은 국채를 보유하고 있어, 국채 수요를 다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서 준비 자산으로서 상당 부분의 국채 수요를 흡수하게 되는데, 지난해 미국의 단기 국채(T-bill) 발행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존재가 이런 국채 수요를 보완하고, 증여세법 등 관련 정책과 결합해 미국이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회복력·수익성 입증 …1년 내 30만 달러 간다”
- 향후 스테이블코인 시대에서 달러 가치는 어떻게 될까.

김 대표
"달러 가치는 미국이 의도적으로 계속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마라라고 합의’에서 언급된 내용을 보면, 과거처럼 각국이 직접 환율 협상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더라도, 그와 유사한 시도들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강달러 기조가 유지될 경우 미국은 그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간접적으로라도 약달러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관계없이, 미국은 이 기조 전환을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란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맥락이 여러 차례 언급됐다. 개인적으론 올해 초까지 나타났던 환율 급등 현상은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김 위원 "스테이블코인을 너무 협소하게 보면 안 된다.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고 준비 자산과 연동되면서 무한정 발행되는 화폐와 달리, 분산화돼 관리된다. 과거에는 중앙은행이 통화를 전부 관장했지만, 이제는 이용자 수와 수요에 따라 화폐와 유사한 유형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화폐 공급이 증가하면 달러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지만, 연관성은 크지 않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 달러를 약세로 가져가려는 의도가 있으며, 스테이블코인이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 교수 "본질적으로 보면, 미국은 구조상 무역적자를 심화시키면서 달러가 약세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 메커니즘 상 달러 약세는 적자를 해소하는 데 필요하지만, 미국은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잃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따라서 달러의 가치를 갑작스럽게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균형을 잡아야 하고, 이를 위해 가격 메커니즘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조절해야 한다. 즉, 관세 협력이나 협상을 통해 달러 가치를 유지하고, 무역 적자는 비가격적인 요소를 통해 해소하려는 전략이다. 동시에, 달러 수요를 전 세계적으로 유지하고 재정 적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이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장기적으로 달러는 약세로 갈 가능성이 있지만, 급격한 약세는 스테이블코인이 방어하고 있다. 유동성 측면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 공급이 보다 유연하고 신속하게 제공될 수 있다. 이는 외환 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가능하며, 일정 기간 동안 달러는 강세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 달러 수요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장기적으로는 유동성을 가지면서도 약세로 이동하는 구조이므로 과도한 우려는 필요 없다.“

- 미국의 경우 민간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화폐 기능까지 도입하게 되면 중앙은행의 위상이 약화될 수 있다.

김 위원
"어느 나라 중앙은행이든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기존에 중앙화된 화폐 공급에 대한 집착이 강하기 때문이다. 제가 스테이블코인을 공부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과거 프리뱅킹(민간은행이 자유롭게 화폐 발행) 시절과 유사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화폐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홍콩 같은 사례를 보면, 규제를 받으면서 화폐를 발행하는 구조가 여전히 존재한다. CBDC는 줄이고,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규제를 포함해 활용하려는 것이 지니어스법의 기본 정신으로 보인다. 다만,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관할하지 않는 새로운 통화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 트럼프 정부가 스테이블코인을 추진할 때, 미국은 CBDC 문제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문제도 함께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 대표
"미국이 CBDC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중국과 유럽의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측면이 훨씬 크다고 본다. 국제결제은행(BIS) 주도의 CBDC 프로젝트가 결국 유럽과 중국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이를 견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 참여한 ‘아고라 프로젝트’에는 한국을 포함한 7개국이 참여하며, 국제금융협회(IIF)가 민간 금융기관의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단순히 CBDC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유럽과 중국을 견제하면서 CBDC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CBDC가 어떤 형태로 병합될 것인지 궁금하다.

정 교수
"최근 JP모건에서 출시한 ‘예금 토큰(JPMD)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와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차이는 명확하다. 먼저, 예금 토큰은 예금자 보호법의 적용을 받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적용되지 않는다. 준비 자산 측면에서도 예금 토큰은 스테이블코인을 100% 보유하게 된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보면, JP모건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입을 계속 탐색하면서도,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예금 토큰 발행을 시도하고 있다. 예금 토큰 발행 시, 각 금융기관 간 정산을 위해 홀세일 CBDC가 활용된다. 따라서 미국은 리테일 CBDC보다는 홀세일 CBDC에 가능성이 높고, 관련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 1년 후 비트코인 가격이 얼마나 될 것이라고 보는지, 지금 투자해야 하는지 의견을 달라.

정 교수
"1년 기준으로 보면 30만 달러 정도 예상된다."

김 대표 "과거 10여 년 데이터를 보면, 사상 최고가(all time high)에서 매수해도 4년 이내에는 항상 회복했다. 2~3년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익률조차 16% 이상이었다. 즉, 언제 매수하더라도 가격이 일시적으로 떨어져도 회복 가능성이 높고, 수익률 측면에서 다른 금융 상품보다 안정적이라는 의미다. 올해 5월 10일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을 분석하면, 투자자가 산 가격을 회복하는 데 가장 오래 걸린 사례가 3년 3개월, 즉 1188일이었다. 또한 5년 동안 보유했을 때, 최저 수익률은 16.89%였고, 최고 수익률은 1만4038%에 달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상당한 회복력과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 위원 "예전에는 비트코인이 주식 시장과 완전히 분리된 시장에서 자유롭게 움직였지만, 최근에는 관련 금융투자 상품들이 생기고 ETF까지 등장하면서 주식과의 상관관계가 크게 높아졌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주는가다. 비트코인이 주식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가, 아니면 주식 시장이 비트코인을 끌어올리는가 하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최근 주가 수익률보다 비트코인으로부터의 기대 수익을 더 크게 보는 것 같다.”

정 교수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이 기존 금융 인프라와 어떻게 결합될지 봐야 한다. 현재는 전체 금융 거래 중 아주 작은 비중, 2~3% 정도만 블록체인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내년 정도까지는 약 5%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작동하면서 다양한 거래가 일어나고, 비트코인이 중심 역할을 하게 된다. 부동산처럼 일정 기간, 특정 지역에서 총 밸류가 분산되는 구조와 유사하게, 블록체인 인프라도 점차 확장될 것이다. 방향성은 명확하지만, 실제 도달 시점과 속도는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

- 비트코인 투자로 근로 의욕이 약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정 교수
“금융과 실물이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과 실물이 만나야 버블이나 단순한 머니 게임이 아닌 생산적 기능으로 돈이 흘러갈 수 있다. 프라이머리 시장(발행 시장)과 세컨더리 시장(유통 시장)이 있는데, 세컨더리 시장에만 머물면 버블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코인을 발행 시장과 연결시켜 생산적 자금 조달 툴로 활용해야 한다. 지금 코인은 회사의 대표성을 가진 자산이 아니라 자산 자체이지만, 이를 자금 조달 수단으로 연결할 수 있다. 기존 주식회사 제도와 코인의 융합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김 위원 “스테이블 코인을 국제 코인 형태로 도입해 실물과 연계하고, 프라이머리 시장의 생산적 부분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채를 토큰화하면 투자자 다변화와 활발한 거래가 가능해진다. 주식 시장과 코인의 상관관계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생산적 활용이나 근로와 연계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정 교수 “자금 조달 측면에서는 이미 토큰 증권과 실물자산을 활용한 자금 조달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 블록체인상에서 온체인 토큰화(tokenization)로 유동성이 없는 자산에 가치를 부여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관점에서도 세컨더리 시장을 단순한 머니 게임이 아니라 생산적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즉, 코인을 통한 생산적 자금 조달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 현시점에서 원화 스테일블코인 도입이 적절한지,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 의견 부탁한다.

정 교수
“무조건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니어스법이 이미 나왔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코인이 아니다. 디지털 달러가 존재한다면 디지털 원화도 필요하며, 이는 은행 시스템이 아닌 온체인상에서 움직여야 한다. 사용 여부는 우리가 유도하면 되고, 이를 통해 통화 주권 문제와 환율 문제도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고객확인의무(KYC) 같은 규제 문제도 이더리움 등 기존 블록체인에서 충분히 대응 가능하며, 국제적으로 정책당국과 금융당국이 공조하면 문제없이 구현할 수 있다. 디지털 원화를 활용하면 대기업이나 국제 거래에서도 투명하고 즉시 거래가 가능해지고, 환율 변동에 따른 시간 지연이나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국제 자본시장에서도 전략적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김 대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정책과 외환 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토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도입 논의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과 외환 정책에 미치는 영향, 금융 시장에서의 혼란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성급히 추진하는 것은 부정적이다.”

김 위원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글로벌 디지털 경쟁에서 원화 활용도를 높이고 통화 주권 약화를 완화하며 원화 기반 코인 거래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강조된다. 하지만 제대로 규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될 경우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법안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철저한 규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규제나 법적 프레임워크가 없는 상태에서 바로 도입해 시장을 혼란시키는 것보다는, 관련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 정리 이현주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