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인들에게는 주로 ‘필리핀 여행의 경유지’로 여겨지던 마닐라가, 이제는 ‘올 인클루시브’ 럭셔리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노을과 미식, 예술과 휴식이 어우러진 무대 위에서, 도시의 새로운 매력을 증명하는 곳. 그 중심에는 필리핀의 얼굴로 자리 잡은 솔레어 리조트가 있다.

[여행]마닐라 솔레어 리조트
솔레어 리조트의 일몰 전경.
솔레어 리조트의 일몰 전경.
필리핀 여행의 대세는 오랫동안 세부와 보라카이 같은 휴양지, 혹은 클락의 골프 투어였다. 수도 마닐라는 늘 주변부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들어 흐름이 바뀌고 있다. 여행자들이 마닐라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올해 여행 업계의 핵심 키워드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가 있다. 숙박, 식사, 레저, 부대시설을 모두 아우르는 이 패키지는 선택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머무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여행을 가능케 한다. 올 인클루시브가 주목받는 이유는 한마디로 ‘편의성’과 ‘럭셔리’다.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일일이 식당을 찾아다니거나 빡빡한 일정을 짤 필요 없이, 리조트 안에서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제공되는 서비스와 시설은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마닐라 역시 이러한 흐름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그 선두에 선 곳이 바로 솔레어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시티(Solaire Resort Entertainment City)다. 2013년 3월, 엔터테인먼트 시티라는 거대한 복합 위락 단지의 첫 주자로 문을 연 솔레어 리조트는 올해로 12주년을 맞았다. 개장 당시만 해도 필리핀에는 라스베이거스식 복합 리조트의 개념이 생소했다. 그러나 솔레어 리조트는 그 낯선 모델을 자신 있게 들여와 필리핀 관광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그 결과는 눈부셨다.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Forbes Travel Guide)는 9년 연속 솔레어 리조트를 5성급 호텔로 선정했다. 이 기록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세계적으로 까다로운 평가 기준 속에서도 매년 변함없는 ‘최고’를 입증했다는 사실은, 솔레어 리조트가 ‘올 인클루시브의 표준’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솔레어 리조트는 베이 타워와 스카이 타워 두 건물로 구성돼 있으며, 총 793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디럭스룸부터 스위트까지 다양한 유형의 객실은 ‘머무름’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다. 기본형인 디럭스룸조차 43㎡의 넉넉한 크기에 고급 침대, 초고속 인터넷, 여유로운 업무 공간을 제공하며, 샤워부스와 욕조가 분리된 욕실은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작은 스파 같다.
한 단계 위의 스위트룸은 ‘호사의 완성’이라 불릴 만하다. 별도의 거실과 미니 바, 55인치 대형 TV와 시어터 시스템, 워크 인 클로짓, 욕실 내 평면 스크린까지 갖췄다. 특히 스카이 타워 스위트룸에서는 벽을 가득 채운 창 너머로 마닐라 베이의 석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오렌지빛 하늘이 바다에 내려앉는 장면은 한 폭의 그림 같고, 여기에 인룸 다이닝이 더해지면 객실은 또 하나의 레스토랑이 된다. 창가에서 와인 한 잔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는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마닐라 여행의 정점을 선사한다.

호텔 내부에는 객실 외에도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야외 수영장과 라운지 바, 다양한 게임 시설이 마련돼 있어 낮과 밤을 다채롭게 채울 수 있다. 연회장은 최신식 시설을 갖춰 웨딩,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를 소화할 수 있으며, 스파와 살롱에서는 마사지와 뷰티 케어 서비스로 진정한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

브루노 마스도 반한 초호화 객실
브루노마스가 묶고 간 체어맨스 빌라.
브루노마스가 묶고 간 체어맨스 빌라.
무엇보다 이 호텔에는 브루노 마스 등 세계적인 유명인사들이 머물렀던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체어맨스 빌라(936㎡)다. 하루 숙박료만 약 1500만 원에 달하는 이 초호화 객실은 단순히 크기만 자랑하지 않는다. 별도의 다이닝룸과 전용 거실, 프라이빗 라운지, 마닐라 베이의 석양을 전면으로 담아내는 전망까지 갖춘, ‘궁극의 프라이버시와 럭셔리’를 보장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 방은 누구나 예약할 수 있는 객실이 아니다. 솔레어 리조트 관계자는 “체어맨스 빌라는 VIP와 셀럽에게만 제공되는 특화 서비스”라며, “브루노 마스 역시 필리핀 공연을 위해 마닐라를 찾을 때마다 이곳을 고정적으로 이용한다”고 귀띔했다.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안식처처럼 선택하는 그 공간은 솔레어 리조트가 가진 브랜드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솔레어 리조트는 브루노 마스와 협업해 그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Your Play, Your Way(당신의 플레이, 당신의 스타일)’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24K Magic’은 골든 버거와 칵테일로, ‘Just the Way You Are’는 타코와 환대의 미소로 재탄생해 리조트 전역을 물들이고 있다. 오는 10월 31일까지 이어지는 이 프로모션은 체어맨스 빌라에 머물렀던 브루노 마스의 존재감을 리조트 전체에 확장시키는 장치이자, 고객에게는 ‘스타와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특별한 기획이다.

미식으로 즐기는 마닐라의 휴식

또한 내년부터 미쉐린 가이드 마닐라–세부 에디션의 발간이 확정되면서, 마닐라는 어느새 ‘글로벌 미식 여행의 신흥 수도’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솔레어 리조트가 있다. 솔레어는 더 이상 단순히 ‘잘 쉬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곳은 미식의 전당이기도 하다.
총 17개의 레스토랑과 바가 각자의 개성을 발휘하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수준의 요리를 선보인다. 한식, 일식, 중식, 이탈리안, 그리고 필리핀 전통 요리까지 아우르는 스펙트럼은 마닐라 미식 지형의 새로운 중심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현장에서 증명한다. 그중 피네스트라, 레드 랜턴, 야쿠미는 솔레어 미식의 진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레스토랑들이다.

피네스트라, 이탈리안 파인다이닝의 정수
‘어른들의 완벽한 놀이터’…마닐라 솔레어 리조트
솔레어의 보석 같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네스트라(Finestra)는 단순한 ‘호텔 이탈리안’이 아니다.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기반으로 하되, 현대적 감각과 현지 식재료를 섬세하게 녹여낸다. 최근에는 미쉐린 3스타 셰프 하인즈 벡(Heinz Beck)을 초청해 선보인 6코스 런치가 화제를 모았다. 절인 방어와 산화 초콜릿, 스캄포와 그린 가스파초, 호박 리조토와 송아지 스테이크로 이어지는 메뉴는 한 끼의 식사가 아니라 ‘미각의 오페라’에 가까웠다.

이 레스토랑의 또 다른 자랑은 바로 와인 리스트다. 약 660종에 달하는 와인 컬렉션은 유럽, 미국, 남미 주요 산지를 망라하며, 희소성과 깊이를 모두 갖췄다. 그 결과 피네스트라는 2024년과 2025년 연속으로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베스트 오브 어워드 오브 엑설런스(Best of Award of Excellence)’를 수상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성취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세련된 인테리어, 창 너머로 보이는 마닐라 베이의 석양이 어우러지면, 식사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공연’으로 완성된다.

레드 랜턴, 정통 중식의 품격
‘어른들의 완벽한 놀이터’…마닐라 솔레어 리조트
레드 랜턴(Red Lantern)은 마닐라 미쉐린 후보로 거론되는 중식 레스토랑으로, 전통과 현대를 절묘하게 조율한다. 실내는 붉은 등불과 짙은 원목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어, 들어서는 순간부터 ‘중국의 미식 공간’에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준다.

메뉴는 정통 광둥 요리에서 출발한다. 점심에는 인기 있는 딤섬 플래터로 시작해, 저녁에는 게살 수프, 능성어찜,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베이징덕으로 이어진다. 바삭하게 구워낸 오리 껍질을 밀전병에 싸서 한입 베어 물면, 고소한 기름기와 촉촉한 속살이 어우러져 깊은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점심 딤섬 뷔페가 특히 추천된다. 다양한 딤섬을 마음껏 맛볼 수 있어 어른과 아이 모두 만족시킨다. 레드 랜턴은 단순히 ‘잘하는 중식당’이 아니라, 필리핀에서 정통 중국 요리를 경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고급 무대다. 마닐라의 미식 수준을 세계적 기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야쿠미, 신선함으로 승부하는 일식
‘어른들의 완벽한 놀이터’…마닐라 솔레어 리조트
야쿠미(Yakumi)는 교토식 가이세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일식 레스토랑이다. 이곳의 가장 큰 강점은 신선도다. 매일 새벽 일본 도쿄의 도요스 수산시장에서 직송되는 최고급 해산물이 그대로 주방으로 옮겨진다. 참치, 성게알, 캐비아, 송로버섯 등은 필리핀의 따뜻한 날씨와 대비되는 차갑고 선명한 풍미를 선사한다.

메뉴는 계절마다 달라지며, 요리 하나하나가 정교한 미학을 담고 있다. 사케 소믈리에가 제안하는 페어링은 음식의 맛을 배가시킨다. 예컨대 진한 참치 사시미와 깔끔한 준마이 다이긴조 사케, 혹은 성게알과 부드러운 소츄의 조합은 미식가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다. 오픈 키친에서는 셰프들이 정교하게 요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어, 식사 그 자체가 공연이 된다.

무엇보다 야쿠미는 ‘필리핀에서도 가장 신선한 회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솔레어 리조트 관계자는 “미식을 향한 솔레어 리조트의 신념은 까다로운 재료 선별부터 시작된다. 실제로 재료 대부분을 현지에서 공수해 올 정도로 미식에 진심”이라고 전했다.
피네스트라, 레드 랜턴, 야쿠미 외에도 솔레어 리조트에는 기와, 오아시스 가든 카페, 프레시, 드래곤 바, 럭키 누들, 깐부치킨, 워터사이드, 카페 소사이어티, 푸드코트, 솔레어 부티크 라운지 등 다양한 다이닝 옵션이 있다. 고급 파인다이닝부터 캐주얼 푸드, 카페와 바까지 총 17곳이 마련돼 있어, 어떤 취향의 여행자라도 만족스러운 미식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살아 있는 미술관으로 탈바꿈

미식과 휴식 사이에서 솔레어 리조트는 다양한 부대시설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얻을 수 있는 ‘어른들의 놀이터’로도 불린다. 먼저 눈길을 끄는 곳은 스포츠클럽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시설을 갖춘 스카이 레인지 슈팅 클럽은 마닐라에서 보기 드문 최첨단 사격장을 보유하고 있다. 25m와 50m 레인, 특허받은 스마트 패드 시스템, 그리고 레벨 5 방탄 투시창은 안전과 스릴을 동시에 제공한다.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모두 즐길 수 있어, 짧은 여행 중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솔레어 리조트의 또 다른 자랑은 아트 컬렉션이다. 리조트 곳곳에는 필리핀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단순히 벽을 채우는 장식품이 아니라, 로비와 복도, 라운지와 객실에 놓인 작품들은 공간 전체를 하나의 갤러리로 바꿔 놓는다. 여행자가 걷고 머무는 순간마다 작품이 시선을 붙잡으며, 일상의 장면을 특별한 경험으로 변모시킨다.
‘어른들의 완벽한 놀이터’…마닐라 솔레어 리조트
이 방대한 컬렉션의 배경에는 솔레어 리조트를 이끄는 엔리케 라존 주니어 회장이 있다. 글로벌 항만 운영사 ICTSI와 블룸베리 리조트를 동시에 이끄는 그는 예술 애호가로도 유명하다. 라존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작품만 3000점 이상에 이른다. 회장은 이를 리조트 곳곳에 배치해, 단순한 호텔 공간을 ‘살아 있는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다.

그의 취향은 화려한 명화가 아니라, 필리핀 현대미술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에 집중돼 있다. 이는 곧 솔레어 리조트의 철학과도 닮아 있다. 단순히 세계적 브랜드의 흔적을 빌려오기보다, 자국의 문화와 예술을 글로벌 무대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다. 덕분에 투숙객은 객실에 머무는 동안, 혹은 복도를 지나는 길목에서 필리핀 현대미술의 숨결을 느낀다.
‘어른들의 완벽한 놀이터’…마닐라 솔레어 리조트
더 시어터(The Theatre)는 이 ‘놀이터’의 심장과도 같다. 총 1740석 규모의 대극장은 뮤지컬, 오페라, 발레,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소화한다. 최신 음향 시스템은 작은 숨소리부터 웅장한 합창까지 생생히 전달하며, 객석의 기울기와 구조는 어디서든 무대를 또렷이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마닐라 베이의 석양을 정면으로 마주한 75m 야외 수영장도 솔레어 리조트의 자랑거리다. 물 위에 누운 채 붉게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하다. 개인 카바나에 앉아 와인을 곁들이거나, 아이들과 함께 수영을 즐기는 풍경도 리조트의 또 다른 얼굴이다.
‘어른들의 완벽한 놀이터’…마닐라 솔레어 리조트
아울러 솔레어 리조트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공간은 카지노다. 리조트 전체 면적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규모 카지노는, 단순한 게임장이 아니라 마닐라의 밤을 대표하는 무대다. 슬롯머신 2300대, 게임 테이블 400개가 끝없이 늘어서 있고, 포커와 바카라, 블랙잭, 룰렛 등 세계적인 게임이 펼쳐진다. 초보자부터 하이롤러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테이블 구성이 특징이며, 전용 VIP룸은 세계 각국에서 날아온 ‘큰손’ 고객들로 늘 활기를 띤다.

이 모든 경험은 결국 ‘어른들의 놀이’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단순한 소모가 아니라 새로운 영감과 재충전을 주는 시간. 솔레어 리조트는 미식과 휴식, 예술과 액티비티를 정교하게 엮어, 머무는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놀 수 있는 무대를 완성한다. 바로 여기서 여행은 다시 특별해진다.

김수정 기자 | 사진·취재 협조 솔레어 리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