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세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RWA를 매개로 초통합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토큰화 주식은 그 변화의 전초전에 서있는 상징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가상자산 따라잡기]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왼쪽), 차남 에릭 트럼프(가운데)가 자신들이 공동 설립자로 참여한 블록체인 금융사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의 유상증자를 기념하는 나스닥 오프닝 벨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AFP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왼쪽), 차남 에릭 트럼프(가운데)가 자신들이 공동 설립자로 참여한 블록체인 금융사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의 유상증자를 기념하는 나스닥 오프닝 벨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AFP
최근 나스닥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주식과 상장지수상품(ETP)을 전통적인 형태뿐 아니라 ‘토큰화된(tokenized)’ 형태로도 동일한 시장 시스템 안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규칙 변경을 제안했다. 나스닥은 신고서에서 증권의 소유권과 권리를 디지털로 단순히 표현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을 활용해 주식을 토큰화 형태로 거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토큰화 증권·RWA…초통합으로 가는 자본시장
생각해보면 이런 변화는 완전히 낯설지만도 않다. 예전에는 전화 주문과 플로어에서 호가를 외치는 장내 공개호가방식(open cryout)이 일반적이었지만, 1970년대 예탁결제의 전산화와 1980~2000년대 전자 오더북, 화면 거래의 확산, 디시멀라이제이션(decimalization: 가격 단위를 분수에서 소수 체제로 전환하는 것) 같은 규제 정비를 거치며 완전히 ‘스크린의 시장’으로 바뀌었다.

토큰화 증권 거래 제안한 나스닥

다만 이번에 거론되는 토큰화 증권은 그 연장선의 단순한 형태 변화가 아니라, 최종 소유권 기록과 결제·정산의 기반을 중앙 장부에서 블록체인으로 옮기려는 인프라 전환에 가깝다. 기존 주식 거래가 정규 시간 내에서만 가능하고 결제 시간이 길다는 점에 비해, 토큰화 방식은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결제가 즉시 이뤄진다는 장점을 지닌다. 무엇보다 거래 과정의 효율성을 넘어, 글로벌 유동성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토큰화 주식은 말 그대로 주식의 경제적 가치를 블록체인 토큰으로 표현한 것이다. 구현 방식은 발행사가 실물 주식을 1대1로 보관하고 토큰을 내는 담보형과, 파생 계약으로 가격만 추종하는 합성형으로 나뉜다.
토큰화 증권·RWA…초통합으로 가는 자본시장
주식을 토큰화하려는 시도는 수년 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올해 들어 백드 파이낸스(Backed Finance)가 발행하는 xStocks가 바이비트, 크라켄 등 주요 거래소에 연동되며 토큰화 주식이 재등장했다. 해당 거래소에서는 법정화폐가 아닌 USDT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과거 2021년 바이낸스의 스톡 토큰(stock token)이 규제 경고 이후 중단된 것과 달리, 이번엔 제도권 문서 체계를 비교적 정교하게 갖춘 모습이다.
토큰화 증권·RWA…초통합으로 가는 자본시장
그렇다면 굳이 왜 토큰화 주식이어야 할까. 접근성과 결제 효율이 첫째 이유다. 특히, 가상자산을 보유한 투자자에게 ‘현금화→해외 증권계좌 개설→환전·결제’로 이어지는 전통 경로는 종종 비싸고 느리며, 국가별 외환·자본 통제와 고객확인(KYC) 요건은 마찰을 키운다. 반면 토큰화 주식은 이런 절차를 단순화하고, 최소한 ‘가격 노출’이라는 핵심 투자 기능을 전지구적 차원에서 365일 24시간 제공한다.

전지구적 차원에서 24시간 거래 가능

둘째는 유동성의 지리적 확장이다. 특히, 은행계좌 개설이 어려운 제3국 이용자들에게 의미가 크다. 이들도 스테이블코인만 있으면 인터넷 접속만으로 미국 주식의 경제적 가치에 닿을 수 있다. 나스닥의 제안이 상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통 규율을 유지하면서 온체인 정산을 허용하면, 접근성과 효율은 높이고 투자자 보호의 최소 기준은 지키는 절충이 가능해진다.

또한 토큰화 주식은 경우에 따라 투자 관련 세금을 우회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미국 주식을 예로 들면, 거래 차익이 발생 시 국내에서는 22%의 자본이득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현재 바이비트 같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제공하는 토큰화 주식은 실물 주식을 담보하지 않고 가격만 추종하는 파생상품이자 가상자산이다. 법적으로 주식이 아닌 가상자산으로, 현재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거래 차익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이미 미국 국채는 토큰화 형태로 활발히 거래되고 있고, 부동산과 예술품, 원자재 등 다양한 실물자산이 블록체인 위로 옮겨 가고 있다. 이를 통칭해 RWA(Real World Asset)라고 부른다. 반대로 실물자산이 아니라 가상자산에 접근하도록 돕는 수단으로는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 비트코인 ETF와 같은 상품은 각종 규제 및 인프라 미비로 가상자산을 직접 매수하기 어려운 법인이나 금융기관에 편리한 수단이다.

즉, 토큰화 주식은 주로 리테일 투자자가 가상자산을 활용해 실물 시장에 접근하도록 돕는 반면, 가상자산 ETF는 기관투자가가 실물 금융 시장에서 가상자산에 접근하도록 돕는 구조라 할 수 있다. 둘 다 결국 가상자산과 실물 금융 시장 사이의 장벽에서 비롯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파급력을 따지면 ETF보다 토큰화 주식과 RWA가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기존 금융 인프라의 장벽을 넘어 제3국 투자자 자금이 선진국 증시로 흘러 들어올 수 있고, 앞서 말한 것처럼 국가별 세금 규정의 복잡한 차이점를 활용해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 무역 흐름과 정반대로 가는 자본시장

물론 그림자도 분명하다. 자금세탁 방지 통제가 허술한 상황에서 출처 불명의 자금이 합법적 포트폴리오로 위장할 위험이 있고, 조세 회피나 불법 자금 도피 경로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각국 규제당국은 여전히 경계심을 갖고 있다.
폴 앳킨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사진=연합AFP
폴 앳킨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사진=연합AFP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SEC 신임 위원장 폴 앳킨스는 “온체인 자본 조달을 법적 불확실성 없이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히며 시장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자본시장의 영원한 숙제인 ‘더욱 풍부한 유동성’에 대한 니즈가 여러 부작용보다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지니어스법(GENIUS Act)' 등을 통해 힘을 더하고 있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이를 위한 고속도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세계는 지금 탈세계화 흐름 속에 있다.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 외환 통제를 강화하면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은 갈수록 제한된다. 그런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자본시장은 그 반대다. 스테이블코인과 RWA를 매개로 초(超)통합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역설적인 풍경이 더 풍부한 유동성을 갈구하는 자본시장과 금융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일부에서는 머지않아 세상 모든 금융자산이 온체인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다소 과장된 듯 보이지만, 이미 세상은 RWA라는 배를 타고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금은 작은 파도일지 몰라도, 머지않아 거대한 조류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토큰화 주식은 그 변화의 전초전에 서 있는 상징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박태우 스페이스바 벤처스 대표 tw@spaceba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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