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며, 희토류가 첨단 산업과 국방·친환경 분야의 핵심 전략 자원으로 부상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를 둘러싸고 미국은 자립과 동맹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관련 기업·ETF를 통한 장기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ETF 심층해부]
제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미국은 패권국으로 부상했다. 이후 구구소련과 일본의 도전을 누르고 패권국 지위를 유지했다. 구구소련은 대규모 핵무기 개발과 공산권 블록을 형성하면서 미국에 도전했고, 일본은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며 미국의 산업·무역 패권을 위협했다. 구소련에는 첨단 기술 수출을 금지하고, 일본에는 플라자 합의와 미·일 반도체 협정을 통해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미국은 주요국(G1)의 자리를 지켜냈다.
도전장 내민 중국, 다시 지키려는 미국
이번에는 중국이 G1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과거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국제사회에 커튼을 열었고,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함으로써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값싼 중국 노동력으로 생산된 미국 제품이 전 세계로 공급됐고 애플, 월마트 등 미국 기업들은 글로벌 생산기지를 중국에 구축함으로써 시장 확대 효과를 거두었다. 미국은 기술 혁신에 집중할 수 있었고, 중국은 대량 생산으로 경제가 급성장하는 이른바 ‘글로벌 분업 체계(win-win) 및 세계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양국 간의 대립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분업 체계의 약화와 탈세계화 및 공급망 재편을 야기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각 단계별로 강점과 약점을 점검하며, 기존에 의존했던 고리를 끊고 새로운 중심축을 만드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전략·인프라, 조선, 바이오, 농산물, 반도체 등의 산업에 구조적인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주식 시장에서 표출되고 있다. 좀 더 와 닿게 이야기하자면, 양국은 헤어질 결심을 했고, 약했던 고리에 대안을 덧대고 있는 중인 것이다.
미국의 강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최첨단 반도체다. 이는 미국이 여전히 글로벌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 근거다. 그러나 미국의 약점도 분명하다. 최첨단 반도체를 ‘혼자’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동맹을 구축해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 안정화(미국은 설계, 한국·대만은 각각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 생산, 일본은 소재·부품 ·장비를 담당)를 꾀했다. 최근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급속히 확장하고 있지만, 미국이 구축한 반도체 생태계는 아직 견고하다.
희토류 공급망 재편 노린다
다만 문제는 미국이 미래 성장성이 높은 산업재에 필수 소재인 핵심광물 희토류를 중국에 의존해 왔다는 것이다.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분쟁 사건이며 중국은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며 단기간에 협상을 유리하게 진행) 사건으로 희토류 공급망의 중요도가 부각됐음에도 사실상 준비가 늦었다. ‘핵심광물 수급 충격의 역사(2008~2005년)’는 핵심광물이 국가 간 협상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로, 희토류의 중용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2024년 ‘핵심광물일관성법’에 기초해 50개의 핵심광물을 관리하고 있는데, 중요도가 높은 광물은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희토류 등이다. 이 중 희토류는 총 17종 중 14종(약82%)이 포함돼 관리되고 있으며, 미국 지질자원국(USGS)에 따르면 14종의 중국 의존도는 무려 95% 수준이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중장기(2025~2035년) 공급망 리스크 측면에서 핵심광물 중 희토류를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어, 향후 미국의 정책적 관심과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다.
둘째 이유는 희토류가 ‘미래첨단전략산업에 필요한 소재’로서 반도체 고순도 회로 형성, 화학적 식각, 박막 증착, 광학(레이저·센서 등) 특성 부여 등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고기능 물질로 쓰이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친환경 산업인 전기차 모터와 풍력 터빈, 그리고 방위, 로봇, 의료 산업 등 분야에서 높은 수요가 예상되는데, 희토류가 지닌 강한 자력(자성)의 성질 때문이다.
표적으로 네오디뮴(희토류·철·붕소 등을 합금 및 첨가) 영구자석이 언급되는데 기존 전통 자석인 페라이트보다 자성이 약 5~12배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적은 부피로 고효율을 내기 때문에 첨단 산업 패권을 차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키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희토류에 투자하는 국내외 ETF
희토류를 반도체 산업의 혈액 또는 비타민으로 부른다. 향후 반도체 수요가 커질수록 그 전략적 가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희토류 공급망을 미국 주도로 재편하는 노력을 추진 중이다. 중국 외에 미국 자국 및 동맹국의 관련된 회사는 표 ‘희토류 관련 주요 기업’와 같다. 다만, 상용화 이전인 연구 및 파일럿 단계의 기업과 시가총액이 적거나 비상장사들도 일부 존재하며, 부가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중(重)희토류 정제 등의 분야는 아직은 상대적 열위인 점 등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편입종목을 비교해보면 유사성이 매우 높았는데 아직 정부 주도 및 협력에 가까운 산업 성장인 점과 공급망 재편 초기인 시점 등으로 투자 시장 규모가 전통 산업과 비교해 협소 한 부분은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리튬, 텅스텐 등 희토류 외 핵심광물 산업에 대한 투자도 병행된다는 점 또한 염두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이 재편되는 국면에서 반도체 산업과 더불어 핵심광물 희토류에 대한 관심이 중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간접투자 상품인 ETF를 통해서 관련 산업의 흐름을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 소속 회사의 공식적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유승민 KB증권 WM투자전략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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