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와 작가,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위스키 전문가가 권하는, 이 가을 꼭 마셔봐야 할 위스키.

가을에 건네는 위스키
1 Woodford Reserve
“우드포드 리저브는 미국 켄터키 위스키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끊임없는 실험과 숙성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위스키 메이커다.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매년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는 우드포드 리저브의 정신은 곧 혁신의 상징이다. 켄터키 특유의 정갈하고 부드러운 향과 은은한 달콤함은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으며, 특히 라이 위스키는 완벽한 밸런스 위에 개성 있는 스파이시함을 더해 사제락, 맨해튼, 브루클린 같은 라이 베이스 칵테일에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 된다.” - 김용주(앨리스 청담 오너 바텐더)

2 Glenglassaugh 12 YO
“기분 좋은 위스키를 만났다. 오랜 시간 문을 닫았던 글렌글라사 증류소가 레이첼 배리에 의해 재건되어 선보인 ‘글렌글라사 12년’이다. 코를 갖다 대면 제철 맞은 잘 익은 무화과와 함께 짭짤한 바다 향이 올라온다. 스코틀랜드 북부 해안가에 자리 잡은 증류소 출신답게 은은한 피트 향이 일품이며, 버번과 셰리 캐스크의 완벽한 조화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한참 동안 머금고 있다가 목뒤로 넘기면 오크와 더불어 약간의 스파이시한 맛도 느껴진다. 다른 위스키에 비해 알코올 볼륨(45%)이 있어서일 것이다. 봉골레 파스타나 해산물 요리와 곁들이면 좋은 마리아주가 될 듯싶다.” - 엄도환(르챔버 오너 바텐더)

3 Nikka Whisky From the Barrel
“불혹의 나이에도 똑같이 흔들린다던 선배들의 말이 와닿는 밤이면 위스키 한잔이 절실하다.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가을이면 더더욱. 이럴 때면 ‘닛카 위스키 프롬 더 배럴’에 손이 간다. 각진 사각 병과 심플한 라벨이 이유 없이 친근하다. 높은 알코올 도수(51.4%)에서 오는 깊고 진한 풍미와 블렌딩 후 추가 숙성해 만든 마법 같은 부드러움이 하나 되어 소용돌이 같던 마음을 잔잔하게 만든다. 1985년생, 불혹의 닛카 위스키 프롬 더 배럴. 스트레이트, 온더록스, 하이볼, 미즈와리…. 어떤 모습이든 흔들림 없이 위로를 전하는 진한 위스키 한 토막!” - 김대영(<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 저자)

4 Dewar’s 12 YO
“하루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꼭 가을만 되면 위스키를 마신다. 소설 속 주인공처럼 멋들어지게 한잔 즐기고 싶다면 ‘듀어스 12년’을 권한다. 블렌디드 명가 듀어스의 대표작인 12년은 일단 달콤하면서 화사하다. 은은한 바닐라와 과일 향이 입안에서 춤추다 따뜻하고 부드럽게 식도를 타고 넘어간다. 니트는 물론 온더록스나 하이볼로 즐기기에도 더할 나위 없어 나는 이 녀석을 ‘전천후 지구 방위대’라 부른다. 퍼스트 필 배럴(버번위스키를 담았던 오크통에 첫 번째로 위스키 원액을 담아 숙성)을 쓰고 더블 에이징(이중 숙성)했는데도 겸손하다고 할 만큼 착한 가격표를 달고 있다. 안주가 필요하다면 반건조 곶감을 추천한다. 듀어스 한 모금에 곶감 한 입이면 요즘 말로 ‘극락 체험’이 가능하다. - 조승원(MBC 기자·유튜브 채널 ‘주락이월드’ 진행자)

5 Bushmills 21 YO
“1608년 탄생한 부쉬밀은 오랜 역사만큼 아이리시 위스키의 깊이를 제대로 보여주는 ‘명가’다. 그중 ‘부쉬밀 21년’은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와 버번 캐스크에서 19년 이상 숙성한 후, 마데이라 캐스크에서 2년 동안 추가 숙성해 다른 아이리시 위스키가 흉내 낼 수 없는 유니크한 풍미를 자랑한다. 21년 숙성에서 오는 풍부한 오크 향의 깊이와 드라이한 과일 향이 조화를 이뤄 중후하지만 부드럽다. 특별한 날이나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고객에게 권하는 위스키로 자리의 품격을 더한다.” - 김지현(르챔버 헤드 바텐더)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사진 박원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