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점 두 자리까지 철저하게 계산해서 만드는 더프타운의 야수, 몰트락.
[위스키 이야기]
더프타운(Dufftown)은 위스키의 천국으로 불리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에서도 ‘세계 위스키 수도’라 일컬어지는 곳. 전체 인구가 25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싱글톤과 글렌피딕, 발베니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싱글 몰트위스키의 증류소가 모두 이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몰트락(Mortlach)’은 더프타운 지역에 처음으로 세워진 위스키 증류소다. 밀주가 성행하던 1823년 영국 정부로부터 처음 ‘증류 면허 제도’를 받은, 스코틀랜드 최초의 공식 합법 증류소로 기록된다. 글렌피딕과 발베니의 창립자인 윌리엄 그랜트가 몰트락 증류소에서 20년간 근무하며 쌓아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1887년 글렌피딕 증류소를 설립한 사실은 유명한 일화. 20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몰트락만의 독창성을 유지하며 운영되고 있다.
역사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이유는 프라이빗 클라이언트와 지정 고객 등 극소수에게만 판매하는 전략을 깨나 오랫동안 고수해 왔기 때문. 그뿐 아니라 1923년부터 100여 년간 조니워커 위스키의 핵심적인 키몰트 역할을 담당하다가 지난 2018년에서야 처음 싱글 몰트위스키 단일 제품으로 출시됐다.
위스키 애호가들은 몰트락을 일컬어 ‘더프타운의 야수’라 부른다. 이는 스페이사이드 지역 위스키 특유의 화사함과는 거리가 먼, 강건하고 육중하며 복합적인 풍미를 상징한다.
이 독특한 캐릭터의 핵심에는 1897년부터 증류소를 이끈 알렉산더 코위(Alexander Cowie)의 과학적 접근법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저명한 증류소 엔지니어 찰스 도익(Charles Doig)과 협력해 ‘도익 환기장치(Doig Ventilator·일명 파고다 지붕)’를 도입했는가 하면, 1898년에는 더프타운 지역 증류소 중 최초로 전기를 사용하고, ‘스트라스페이 라인(Strathspey Line)’이라는 철도 선로를 추가해 물류를 개선하는 등 증류소 현대화에 앞장섰다.
무엇보다 약학을 전공했던 알렉산더는 그의 특기였던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증류 방식을 고안해냈다. 이것이 바로 몰트락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2.81회 증류 공정이다.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일반적인 2회 증류 과정에 거의 3회 증류에 준하는 공정을 진행한 뒤 궁극의 비율로 조합했을 때 비로소 2.81회 증류가 완성된다. 증류 공정을 소수점 두 자리까지 표시하는 위스키 브랜드는 전 세계에서 몰트락이 유일하다.
그간 위스키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일부 채널에서 알음알음 판매되던 몰트락이 지난 9월 국내 공식 출시를 알렸다. 대표 제품은 ‘몰트락 16년’과 ‘몰트락 20년’이다. 몰트락 16년은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풀셰리 위스키로, 오직 셰리 캐스크에서만 숙성해 몰트락만의 묵직한 맛에 셰리 숙성 위스키 특유의 달콤한 향이 더해졌다. 반면 몰트락 20년은 알렉산더 코위가 가장 귀하게 아끼는 원액에 남겼던 ‘블루 실(Blue Seal)’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잘 익은 과일의 우아하고 달콤한 향과 감칠맛, 초콜릿 풍미에 스파이스가 더해져 성숙한 개성을 드러낸다. 두 제품 모두 셰리 캐스크의 풍부함과 몰트락 특유의 대담함을 담아냈다는 설명. 11월에는 ‘몰트락 네버바운드’라는 한정판 위스키도 출시하는데, 4년간 자연 건조된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돼 감칠맛, 향신료, 레드베리, 바닐라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독창적 풍미를 제공한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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