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소중한 사람과 함께 이런 전시·공연 어때요.

[가볼 만한 전시]

세계의 복잡성이 살아 있는 숲
<산과 친구되기>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산과 친구되기> 설치전경, 2025, 사진 김상태 ⓒ 에르메스 재단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산과 친구되기> 설치전경, 2025, 사진 김상태 ⓒ 에르메스 재단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바르셀로나 출신의 작가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Daniel Steegmann Mangrané)의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 <산과 친구되기(Befriending the Mountains)>를 개최한다. 드로잉, 사진, 비디오,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지극히 섬세하고 시적인 감성으로 가다듬어온 작가는 생물학과 새로운 인류학적 담론에 근거해 자연과 문화 사이의 복합적 관계를 제시해왔다. 숲을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환경적·정치적·문화적으로 세계의 복잡성을 구현하는 살아 있는 존재로 이해하며 특히 브라질의 대서양 우림인 마타 아틀란티카와 아마존의 우림에 깊이 매료되어 오랜 기간 숲을 탐구해 왔다.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번개치는 정원> 설치전경, 2025, 사진 김상태 ⓒ 에르메스 재단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번개치는 정원> 설치전경, 2025, 사진 김상태 ⓒ 에르메스 재단
파티션을 통해 숲속의 오솔길을 만든 이번 전시에서 영상, 홀로그램, 설치 등 총 10여 점을 선보이며, 특히 작가가 경주의 유서 깊은 ‘월지(달의 호수)’에서 보름달을 촬영한 신작 ‘문라이트’를 소개한다. 실내 공간을 불규칙한 숲속처럼 느끼면서 다양한 자연의 존재들과 조우하며 미로를 헤쳐나왔다면 마침내 도달한 열린 공간에서는 전례 없는 소나무 정원을 만나게 된다.
기간 | 2025년 11월 28일~2026년 3월 8일
장소 | 아뜰리에 에르메스(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7)


수만 번의 칼끝에서 피어난 꽃
<상처의 자리, 꽃이 피다>
이준호, <Flower10>, 2025년, © 갤러리 508
이준호, , 2025년, © 갤러리 508
갤러리 508은 이준호 작가의 개인전 <상처의 자리, 꽃이 피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산수화를 중심으로 조형적 언어를 발전시켜 온 이준호 작가가 처음으로 ‘꽃’을 주제로 선보이는 새로운 시기의 전환점이자, 칼로 긁어내는 행위를 통해 생명과 상처, 치유의 감각을 시각화한 신작 시리즈를 공개한다. 작가는 지난 20여 년간 자연의 리듬과 시간의 흔적을 탐색해 왔다. 화면 위를 긁어내는 행위를 통해 만들어지는 그의 회화는 덧입힘이 아닌 ‘비워내기’의 미학으로 완성된다. 초기에는 강렬한 붉은빛 산을 중심으로 한 색채 실험을 통해 주목받았고, 이후에는 회색, 청색, 특색 등으로 확장된 다층적 색면을 통해 자연의 리듬과 내면의 질서를 탐구했다. 전시에서 칼은 파괴의 도구가, 회화는 형태를 새기고 생명을 피워내는 ‘붓’이 된다. 작가가 수양적 시간 속에서 반복해 온 굵어내기의 행위는 결국 한겨울의 차가운 칼바람을 이겨내고 봉날의 꽃봉오리를 피워낸 존재의 기록이다. 이번 ‘꽃 시리즈’는 색채의 절제를 통해 오직 조형 행위의 본질만을 남긴다. 단색의 화면 위에 새겨진 칼날의 흔적은 고요하지만 강렬하며, 침묵 속에서 피어오르는 생명의 숨결을 드러낸다. 이준호의 ‘칼로 그린 꽃’은 상처와 생명, 절제와 폭발이 공존하는 조형의 시(詩)이자,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간 | 2025년 11월 25일~2026년 1월 21일
장소 | 갤러리 508(서울 강남구 도산대로67길 14)


연말 선물을 위한 소형 작품전
<Art and Warmth>
티나 이코넨, <Home 2>, 2017 ⓒ 공근혜갤러리
티나 이코넨, , 2017 ⓒ 공근혜갤러리
공근혜갤러리는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세계적 작가들의 사진과 회화 소품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 기획전 〈Art and Warmth〉를 개최한다. 공근혜갤러리는 ‘예술이 가장 따뜻한 선물이 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예술을 통해 온기와 감동을 전하고자 본 전시를 마련했다. 전시에는 공근혜갤러리 전속 작가이자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작가 6인의 작품이 소개된다. 따뜻한 아날로그 은염 인화로 인간적 온기를 담아내는 핀란드의 거장 펜티 사말라티(Pentti Sammallahti), 서정적 풍경사진의 대가 마이클 케나(Michael Kenna), 그린란드의 설원을 담은 색채미가 돋보이는 티나 이코넨(Tiina Itkonen), 그리고 현재 암스테르담 시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진행 중인 어윈 올라프(Erwin Olaf)의 정물 사진이 함께 전시된다. 또한 미니멀 추상화가 리하르트 슈어(Richard Schur)와 재미교포 작가 젠 박(Jen Pak)의 감각적인 회화 소품들도 전시되어 사진과 회화가 어우러진 다채로운 연말 아트 컬렉션을 선보인다. 작품 가격은 150만 원에서 2000만 원대로, 관람객들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예술을 선물하며 함께 나눌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기간 | 2025년 12월 2일~12월 13일
장소 | 공근혜갤러리(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8)


한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시선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
TO SEE, TO FEE
국내 최초 사진 매체 특화 공립 미술관인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세 번째 개관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사진이 기록의 수단을 넘어 회화, 설치,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는 과정을 조망하며, 한국 현대미술 속에서 사진 매체가 구축해온 실험과 사유의 지평을 탐구한다. 전시에는 이승택, 김구림, 민정기, 성능경, 신학철, 안규철, 이건용, 이강소 등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36인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의 사진, 포토 몽타주, 포토 픽처, 포토 에세이, 포토 미디어, 사진 조각, 슬라이드 영상 등 200여 점의 작품과 100여 점의 자료를 선보인다.
기간 | 2025년 11월 26일~2026년 3월 1일
장소 |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서울 도봉구 마들로13길 68)

양정원 기자 ne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