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만에 상승 전환한 지방 아파트 가격이 한 달 이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3중 규제로 묶은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거래가 위축되면서 지방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이슈]
그러나 지역별로 ‘온도 차’는 심한 편이다. 부산과 울산이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보일 때, 대구와 제주는 여전히 하락세를 걷고 있다. 부산 내에서도 해운대, 수영, 동래 등은 가격이 크게 뛰고 있지만, 그 외 지역은 오름 폭이 크지 않다. 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을 고려할 때 비수도권이 부동산 대세 상승장에 접어들긴 쉽지 않다. 입지와 개발 호재, 수급 여건 등에 따라 가격 방향이 크게 갈리는 만큼, 지방 부동산 투자를 고려할 때 잘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각종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는 건 ‘공급 절벽’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투자 수요가 적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갈아타기 실수요 등 신축 아파트에 대한 니즈는 꾸준히 있을 수밖에 없다. 향후 공급 물량이 적은 지역은 아파트 매매가가 강세를 띨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북 전주가 대표적이다. 전주 아파트값은 2025년 9월 첫째 주부터 매주 0.1% 이상씩 (2025년 12월 12일까지 집계 기준) 급등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과 유사한 수준의 상승률이다.
부동산 플랫폼 업체 아실에 따르면 2024년과 2025년 연속 전주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0여 가구에 그쳤다. 2026년(1493가구)과 2027년(775가구)에도 공급 규모가 많지 않다. 전주에서 2018년과 2019년엔 매년 7000가구 넘게 집들이가 이뤄진 걸 감안하면, 수년째 ‘입주 절벽’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커지자 최근 청약 시장에 나온 단지의 분양권 위주로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완산구 중노송동 ‘더샵라비온드’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올해 630건이 넘는 분양권·입주권 손바뀜이 발생했다. 2025년 11월엔 전용면적 101㎡이 6억7780만 원에 거래됐다. 2025년 1월 청약 당시 이 평형대의 분양가가 최고 6억3000만 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약 5000만 원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었다. 이 단지는 총 2226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지역에서 희소성이 높은 신축 브랜드 대단지라는 점에서 수요자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신축 아파트인 완산구 ‘서신 더샵비발디’(1914가구) 등도 관심을 끌고 있다.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에선 울산의 최근 가격 상승세가 돋보인다. 역시 한 달 넘게 0.1% 넘는 주간 매매 가격 상승률을 보이고 있어서다. 울산도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연간 입주 물량이 3000~4000가구 선에 그쳐 공급 부족 우려가 심화하고 있는 지역이다. 2023년엔 8800가구 넘게 집들이를 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조선과 전기차 등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울산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학군 등 인프라가 좋아 ‘울산의 강남’이라 불리는 남구 신정동과 옥동 등 일대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 옥동 ‘옥동디아채’ 전용 123㎡은 2025년 11월 12억5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신정동 ‘문수로대공원에일린의뜰’ 전용 84㎡도 최근 역대 최고가인 11억3000만 원에 거래됐다. 북구도 남구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트램과 외곽순환고속도로 등 다양한 교통 호재를 품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산 해수동·대구 수성 주목
부산에선 ‘해수동’(해운대·수영·동래) 지역이 주목받고 있다. 지역 내 전통적인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이다. 해운대구에선 ‘오션뷰’가 가능한 고층 주상복합의 대형 평형 위주로 신고가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트럼프월드마린’(전용 217㎡·34억5000만 원), ‘현대베네시티’(전용 217㎡·28억5000만 원) 등이 대표 사례다. 2021년께 찍었던 전고점 수준을 점점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영구에선 재건축 추진 단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남천동 ‘삼익비치타운’의 경우 2025년 10월부터 12월12일까지 66건이나 거래가 이뤄졌다.
‘미분양의 무덤’이란 오명을 갖고 있는 대구도 아직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진 못한 모양새다. 2025년 10월 기준 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3394가구로 전국 광역 지자체 중 가장 많다. 계약자를 구하지 못해 1억 원가량 할인 분양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홍준표 전 시장이 신규 주택 승인을 보류하는 등 수년간 공급 조절을 한 영향으로, 대구 시장도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2000가구가 넘는 남구 ‘대명자이그랜드시티’는 최근 완판(100% 계약)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에서 주거 선호도가 가장 높은 수성구에선 신고가 거래도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범어동 ‘수성범어W’ 전용 84㎡는 2025년 11월 55층 물건이 16억3000만 원에 손바뀜했다. 같은 해 1월 같은 면적 48층 물건이 13억9000만 원에 거래된 걸 감안하면, 10개월 새 가격이 2억4000만 원 뛰었다. 경북과 경남에선 각각 안동과 진주 등 지역 내 대표 도시 위주로 온기가 확산하고 있다.
충청·광주전남은 관망세
충청권은 아직 관망세가 짙은 분위기다.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적정 수요 대비 입주 물량이 부족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상승 반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충남의 미분양 주택 규모는 2024년 10월 3716가구에서 2025년 10월 5405가구로 4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전의 미분양 물량도 1654가구에서 2075가구로 늘어나며 두 자릿수(25.5%) 증가율을 보였다. 다만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와 행정수도 완성 등 개발 호재가 풍부해 지역에 따라 상승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시각도 있다.
광주도 입주 대기 물량이 적은 편이 아니다. 따라서 아파트값 상승세가 두드러지 않고, 보합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남구 등 위주로 가격 자체는 소폭 오르고 있지만, 거래량은 받쳐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광주의 아파트 매매 매물은 최근 6개월 새 2만3000여 건에서 2만5000여 건으로 늘어나는 모양새다. 같은 기간 서울의 매물이 25% 가까이 급감한 것과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다. 전남은 여수와 순천 등 위주로 집값이 오르고 있다.
제주는 여전히 ‘하락의 터널’
강원 부동산 시장도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춘천과 원주의 경우 한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벨트’ 기대감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윤석열 정부는 GTX-B를 춘천까지 연장하고, 원주엔 GTX-D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건설경기 위축 등을 이유로 이 구상의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만약 GTX 호재가 확실시돼 불확실성을 걷어낸다면, 춘천·원주 집값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때 ‘세컨드 하우스’ 열풍이 불었던 속초는 경기 부진 속에 아직 하락세를 걷고 있다.
제주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아직 기나긴 하락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25년 10월 기준 총 미분양 2542가구 중 1965가구(77.3%)가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제주에선 부동산 활황세가 꺾이면서 경매 물건도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수요가 적어 매각률과 매각가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제주는 공급 과잉과 관광 수요 부진, 높은 분양가 등 구조적 문제 때문에 당분간 부동산 불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직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지역도 있지만, 지방에서도 가격 상승세에 올라탄 지역이 하나둘 나오는 건 10·15 대책 등에 따른 풍선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란 설명이 나온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선 대출과 청약 등 규제가 강화되고 실거주 의무 등이 부과됐다. 지방의 핵심 주거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기대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경기 침체, 인구 감소 등 요인 때문에 비수도권 전체가 ‘대세 상승기’에 올라타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입주 물량 등 수급 여건을 잘 살펴본 뒤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전세 시장 지표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전셋값이 오르면 매매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지방 핵심지 중에서도 전셋값이 전고점 수준으로 오르는 곳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인혁 한국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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