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를 위해 설정한 주택 가액이 시장에서 오히려 가격 상승의 기준점이 되는 '기준점 효과'가 반복되고 있다.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 통제가 시장 왜곡을 초래하여 고가 주택으로의 가격 수렴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정석]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성동·광진 등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성동·광진 등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는 대출금액뿐 아니라 주택가액 기준으로도 대출을 규제했다. 15억 원 이하 주택에는 담보대출 6억 원 한도가 유지되지만,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는 4억 원, 25억 원 초과는 2억 원으로 축소됐다. 이렇게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차등 적용하는 이유는 고가 주택으로 가는 자금을 줄여 소위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집중되는 것을 막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주택 가격 안정을 목표로 하는 정부는 고가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으면 주택시장 전체가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에는 가격이 높은 아파트가 많이 오르기 때문에 고가 주택 시장 안정이 전체 시장 안정과 동일한 의미를 갖게 됐다. 주거 선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서울 외곽의 아파트도 가격이 오르지 않아 안정적인 주택 시장이 유지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과연 정부의 기대가 실현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주택 시장의 사례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5억·25억 묶으면 잡힐까

주택가액을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규제한 대표적인 사례는 2019년 12월16일에 발표된 부동산 대책이다. 당시 시가 15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대출을 해주지 않는 강수를 뒀다. 전세보증금 반환대출도 중단했다. 이 조치는 발표 다음 날인 12월17일부터 적용했다. 강력한 규제에 서울의 주택 시장은 5~6개월 동안 하락했지만 이후 큰 폭의 반등을 이뤄낸다. 문제는 반등할 때 정부에서 주택 가격 상한 기준으로 설정한 15억 원을 훌쩍 뛰어넘어 버렸다는 사실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사진=한국경제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사진=한국경제
마포의 대표 아파트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를 예로 들어보겠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12월 16일 대책 발표 이후 14억 원대까지 하락했지만, 2020년 5월 16억 원으로 복귀했고 그해 하반기에는 18억2000만 원까지 뛰었다. 즉, 15억이라는 초고가 주택의 기준으로 인해 이 가격을 밑돌던 아파트도 15억 이상으로 거래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마래푸 전용 84㎡는 지난 2025년 10월 15일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발표된 이후 26억 원에 계약이 체결되면서 25억 원 이상이라는 초고가 주택 기준을 넘어 버렸다. 이전 거래 가격이 24억8000만 원이었음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설정한 초고가 주택 기준에 맞춰 거래 가격이 형성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같은 사례는 동작구 흑석동에서도 나타난다. '흑석한강센트레빌1차'의 경우 2020년 7월 15억3000만 원에 거래되면서 13억 원대 수준이던 기존 실거래가를 뛰어넘었고 연말에는 16억3000만 원까지 거래된다. 2025년에도 10월 18일 24억5000만 원에 거래되면서 초고가 주택 기준에 근접한 가격을 보여준다. 25억 원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고가 주택 가격을 떨어뜨리려는 정부의 규제 목표가 달성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규제로 인해 ‘기준가격 효과(standard price effect)’ 또는 ‘기준점 효과(anchoring effect)’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준점 효과는 어떤 기준점(숫자나 시점)에 따라 판단이나 평가가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심리학으로 본 규제 실패 원인

정부가 대출 규제를 실행하기 위해 제시한 15억 원, 25억 원이라는 가격이 기준점이 돼 주택 수요자들이 현재의 아파트 가격이 낮다고 평가해 정부 기준에 맞게 가격을 올리게 된다. 이런 효과는 주거 선호 지역의 아파트에서 두드러지며 주택공급이 줄어들었을 때는 더욱 심화한다.

기준점 효과는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기준점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많이 하는데 지적 수준을 자랑하는 전문가들조차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자신이 그 기준점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더욱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 보이는 것에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정부가 주택가액을 기준으로 하는 규제를 도입할 때는 기준점 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영향을 꼼꼼히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고가 주택의 하한 기준이다. 고가 주택의 상한이 25억 원이라면 하한은 15억 원이 될 것이다. 이 하한 기준금액 또한 주택 수요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15억 원에 미치지 못한 가격대의 아파트라도 15억 원을 향해 계속 가격을 높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파트 가격이 15억 원을 넘으면 대출이 줄어든다는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과거 15억 원 이상 아파트에 대출이 금지됐을 때도 가격이 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고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막고 싶을 것이다. 가격의 상한을 설정하면 자연스럽게 시장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주택의 가격을 설정하는 직접 규제는 시장의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직접 규제가 정반대의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했으면 한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 IAU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