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제도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묵인 되어 온 책임의 공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다. 2026년 시행되는 구하라법은 혈연만으로 보장되던 상속권에 ‘부양과 책임’이라는 실질적 요건을 도입하며 상속의 기준을 근본적으로 전환한다.
[상속 이슈]
그러한 점에서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이른바 ‘구하라법’(민법상 상속권 상실 제도)은, ‘자식을 버린 부모에게도 상속 자격이 있는가’란 물음에 관한 한국 사회의 응답이다. 구하라법의 핵심은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자녀 및 그 가족에게 중대한 범죄, 부당대우를 한 직계존속’의 상속권을 법원이 박탈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상속법 패러다임의 변곡점
구하라 씨의 안타까운 비극 이후 6년이 지나서야 겨우 신설된 이 법은 상속의 정의(正義)를 기존 ‘혈연 중심’으로부터 ‘실질적 의무와 기여’로 이동하는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즉, 이번 제도 도입으로 ‘상속은 권리이자, 일정한 관계와 책임의 결과’라는 관점이 제도권으로 진입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입법 배경과 의의, 올해부터 시행되는 구체적 내용과 절차, 예상되는 분쟁 포인트와 판례 형성 방향, 향후 전망과 시사점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해본다.
과거 우리 민법 상속 편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명제에 과도하게 충실했다. 자녀를 양육하지 않고 수십 년간 연락을 끊었던 부모라 할지라도, 자녀가 사망하면 천륜이라는 이름하에 1순위 상속권자가 된 것이다. 기존에도 민법 제1004조로 상속결격 사유가 규정돼 있긴 했으나, 고의로 직계존속을 살해하거나 상해치사를 하는 등의 제한된 유형만을 그 사유로 규정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현대 가족에서 빈번한 ‘양육비 미지급, 장기간 연락 두절, 학대·방임, 생활비 전면 중단’은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더라도 상속결격으로 연결될 수 없었다. 즉, 도덕적 평가를 정면으로 반영할 도구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러한 법적 공백은 구하라 씨 사건, 전북 소방관 사건 등에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자녀의 성장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부모가 사망 보험금과 유산을 챙겨 가는 모습은 ‘법적 안정성’이라는 미명하에 용인되는 ‘부당한 이득’으로 지탄을 받았다. 특히 피상속인이 유언을 통해 비양육·비부양 부모를 상속인에서 배제하더라도, 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정 상속인에게 최소 상속분을 보장하는 현실이 발생했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은 상속법 체계가 전제해 온 ‘가족’의 의미가 흔들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혈연 중심의 자동 배분은 전통적 가족관계를 상정하지만, 실무에서는 실질적 양육자와 법률상 친권자·부모가 분리되는 사례가 늘었다. 구하라법 논쟁은 단순한 도덕 판단을 넘어, 상속법이 현실의 가족 기능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라는 구조적 질문으로 확장됐다.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구하라법(민법 제1004조의2 신설)은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를 통해 위와 같은 모순을 바로잡았다. 대상은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 한정되고, 사유는 크게 두 갈래다.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미성년자에 대한 부양의무로 한정)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와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에 대해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다. 즉, 단순 불화나 일시적 단절이 아니라 ‘미성년기 부양의무’와 ‘중대한 범죄, 부당대우’라는 고강도의 요건을 전제로 설계됐다.
또한 이 제도는 자동 결격이 아니라, 법원의 선고를 통한 ‘자격 심사’ 모델이다. 피상속인은 공정증서유언으로 상속권 상실 의사를 표시할 수 있고, 유언집행자는 가정법원에 상실 청구를 해야 한다. 유언이 없는 경우 공동상속인이 일정 기간 내 청구할 수 있으며, 청구할 공동상속인이 없거나 청구가 곤란한 경우에는 차순위 상속인이 될 사람이 청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두었다.
상속권 상실 선고가 확정되면 상속 개시 시점으로 소급해 상속권을 상실한다. 즉, 상속인의 지위를 전제로 하는 유류분반환청구나 상속재산분할청구의 전제가 무너질 수 있다. 다만 선고 확정 전 제3자의 권리는 보호하고, 소송 진행 중 상속재산의 관리·보존을 위해 법원이 상속재산 관리인 선임이나 보전 처분을 명할 수 있도록 해 거래 안전과 피해 예방을 함께 도모했다.
첫째 쟁점은 입증이다. 법이 ‘중대하게 위반’이라는 추상 개념을 사용하므로, 초기에는 사실 인정의 밀도가 사건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양육비를 몇 차례 지급하지 않았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장기간 연락 두절 및 정서적 유대 부재, 경제적 지원의 장기간 전면 중단, 지속적 학대·방임 등 ‘관계 단절’이 객관적으로 드러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쟁점은 증거의 수집 경로다. 양육비 이행관리원 자료 및 지급 내역, 학교·아동복지기관·상담센터 기록, 가정폭력·아동학대 신고 및 수사기록, 의료기록, 주민등록 변동, 생활비 송금 내역, 통신 내역 등이 핵심 자료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족 예외’ 사라지는 흐름
셋째 쟁점은 기간과 절차 관리다. 제1004조의2 제3항의 유언이 없었던 경우의 상실청구 제도는 청구 기간을 두고 있고, 시행 전 개시된 상속에 대한 특례도 마련돼 있다. 따라서 사건 발생 시점, 상속 개시일, 공동상속인의 인지 시점을 정확히 특정하고, 상속재산의 처분·인출 등 재산 유출을 차단하는 보전 조치를 병행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중요하다.
첫째, 판례가 ‘중대성’ 기준을 단계적으로 구체화될 것이다. 가정법원은 부양의무 위반의 기간·정도, 학대·방임의 반복성, 회복 시도 여부, 가족관계 회복 가능성 등을 종합해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장기간 단절+전면 미이행+회복 노력 부재’ 등 사실유형별 판단틀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유류분 제도와의 연동이다. 유류분 관련 헌법재판소 판단 이후 아직 입법이 불이행된 만큼, 상속권 상실 선고가 확정되면 상속인의 지위를 전제로 하는 유류분 청구 자체가 봉쇄될 수 있어 향후 유류분 개편 논의에서도 ‘상실 사유’의 제도화가 핵심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실무적으로는 유언, 사전증여, 보험, 신탁 등 다양한 도구를 결합한 설계가 더 중요해진다.
셋째, ‘가족 예외’의 축소라는 큰 흐름이다. 구하라법과 더불어 친족상도례의 정비·축소 논의가 병행되면서, 가족이라는 이유로 권리·면책이 자동 부여되는 영역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보인다. 이는 가족을 해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족 내부에서도 권리와 의무의 균형을 법제도로 재정렬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상속 분쟁 예방의 중심이 ‘유언’으로 이동한다. 상속권 상실은 피상속인의 의사를 공정증서유언으로 명확히 남기고, 유언집행자를 지정해 법원의 판단 절차로 연결할 때 가장 설계가 깔끔하다. 가족관계가 단절된 경우일수록 사후 분쟁은 확대되므로, 문서화·절차화가 사실상 유일한 예방책이 된다.
또한 실효성의 열쇠는 ‘기록’이다. 부양의무 위반과 학대·방임은 사적 영역에서 발생해 시간이 지나면 증거가 사라지기 쉽다. 따라서 객관적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공적 기관 자료를 적시에 확보해야 한다. 상속 개시 이후에는 상속재산의 보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예금 인출, 부동산 처분 등 재산 유출을 차단하는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산가·기업승계 영역에서는 지분 승계, 경영권 분쟁 가능성, 채권자 대응 등과 직결된다. 직계존속의 상속권이 배제될 경우 지분 구조가 달라지고, 상속인 구성 변화가 지배구조와 소송 전략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가족관계 리스크를 ‘인적 리스크’로만 보지 말고 지배구조, 조세, 가사소송을 통합 관리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2026년의 구하라법 시행은 상속법의 기술적 개정에 그치지 않는다. 방치됐던 부양의무 위반과 학대·유기의 문제를 상속 질서에 직접 연결함으로써, 상속은 혈연만 있으면 되는 자동 배분이 아니라 가족 책임이라는 자격 심사로 대전환을 가져온다. 상속의 정의는 단순한 혈연이 아니라, 가족으로서의 실질적 의무와 기여가 제공될 것을 요구한다.
곽준영 법무법인 웨이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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