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의 질주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ETF 시장은 단순한 지수 추종 상품을 넘어, 금융시장의 흐름과 트렌드를 가장 민첩하게 반영하는 핵심 투자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6년 ETF 시장을 관통할 주요 투자 트렌드를 짚어본다.
[커버스토리] ETF 시장 트렌드
국내 ETF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12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315조6833억 원을 기록하며, ‘순자산 3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국내 ETF 순자산총액 성장률은 글로벌 ETF 시장 성장률을 2배 이상 앞지르고 있다.
시장 규모뿐 아니라 신규 상품 건수, 거래량 등 모든 지표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운용사 간의 치열한 상품 개발 경쟁 속에 지난해 말 기준 상장 종목 수는 1058개에 도달했다. 국내 상장주식 종목 수(2700여 개)의 절반에 육박하며, 투자자의 선택지를 대폭 넓혔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57.5% 증가했다.
이처럼 ETF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ETF 투자를 어려워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ETF 상품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상품 수가 많아 선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믿을 만한 평가 정보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한경머니가 새해를 맞아 증권사 ETF 담당 애널리트를 대상으로 올해 투자 키워드, 유망 테마, 추천 ETF 등을 물었다. 이번 설문에는 18개 증권사 18명의 ETF 애널리스트가 참여했다. ETF 담당을 두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를 제외하면 국내 ETF 애널리스트를 모두 망라한 셈이다.
ETF가 시장의 패권을 거머쥔 비결은 ‘투명한 포트폴리오 공개’와 ‘뛰어난 거래 편의성’, 그리고 ‘낮은 수수료’에 있다. 매도 신청과 실제 체결 시점의 시차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고 현금화에 수일이 소요되는 일반 펀드와 달리, ETF는 주식처럼 실시간 가격 확인과 매매가 가능하다. 또 개별 종목과 비교하면, 변동성이 상대적으 낮고 분산투자에 용이하다. 이러한 강점은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더욱 효율적인 자산 배분을 가능하게 하는 무기가 되고 있다.
2026년 ETF 시장의 투자 스펙트럼은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양적 팽창을 넘어 상품 전략의 다변화·세분화가 본격화되는 국면이다. 투자자들의 세밀한 니즈를 반영해 주식형 중심에서 채권, 원자재, 통화, 커버드콜, 혼합형 등 자산군은 한층 다양해지고, 같은 테마 안에서도 더 깊고 좁은 영역으로 쪼개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변화 속도가 빠른 첨단 산업 테마 중 올해 두드러지는 키워드는 단연 AI다. 이번 ETF 애널리스트 설문에서도 ‘2026년 글로벌·국내 증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AI와 반도체가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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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ETF의 약진도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상품을 넘어 운용사의 전략이 가미된 액티브 ETF가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패시브 ETF가 시장 지수나 특정 산업의 평균 수익률을 따라가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액티브 ETF는 펀드매니저의 주관과 운용 역량이 핵심이다. 매너지가 시장 상황에 맞춰 종목 비중을 조절하거나 유망 종목을 선별적으로 편입해 ‘알파’ 수익을 노린다.
1월 2일 기준 국내에 상장된 액티브 ETF 순자산은 91조142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6.9% 증가했다. 지난해 신규 상장된 ETF 중 액티브 ETF는 40.1% 비중을 차지했으며, 올해도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경머니 설문조사에서도 2026년 ‘액티브ETF가 패시브ETF보다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2026년 ‘액티브 ETF’ VS ‘패시브ETF’, 승자는?
특히 단일 종목을 100% 편입하는 ‘단일 종목(single stock) ETF’가 관심사다. 개별 종목에 기초한 2배·3배 레버리지 상품은 미국 나스닥 등 해외 시장에선 거래가 활발하지만, 국내에선 규제에 가로막혀 있었다. ETF는 단일 종목 비중을 30% 이내로 제한하고, 최소 10종목 이상을 포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서학개미’들의 자금을 국내로 회귀시키는 촉매제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국내 도입을 검토하면서 기류가 바뀌고 있다. 이와 함께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 논의가 본격화되면, ETF 기초자산이 한층 넓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 배분의 중심축 퇴직연금…인컴형 ETF 봇물
ETF 시장의 또 다른 확장축은 퇴직연금이다. 연금 계좌 내 ETF 편입이 빠르게 늘면서, ETF는 단기 매매 수단을 넘어 장기 자산 배분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 저비용 구조와 투명한 포트폴리오, 분산투자 효과라는 ETF의 특성은 퇴직연금의 운용 원칙과 맞닿아 있다.
실제 지난해 코스피 수급 동향에서, 주식을 가장 많이 사들은 주체는 증권사(금융투자)로 연간 순매수 규모가 30조 원에 육박했다. 과거 증권사의 순매수가 이처럼 큰 비중을 차지한 적은 없었다. 시장에선 이 중 상당 부분이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ETF 매수세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500조 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원금보장형에 치우쳤던 데서 실적배당형 비중이 지난해 9월 기준 처음으로 20%를 돌파하는 등 ‘저축에서 투자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이러한 흐름은 개인연금(연금저축)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까지 빠르게 확산 중이다. 실제로 ISA 내 ETF 투자 비중은 2022년 6.7%에서 2025년 11월 말 31.7%로 3년 사이 5배 가까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타깃데이트펀드(TDF), 인컴형 등 연금 친화형 ETF를 선점하기 위한 상품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선호하는 연금 투자자들을 위해 커버드콜, 채권, 배당주를 중심으로 한 ‘월분배금 지급형(월배당)’ ETF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분배 주기를 단축(주간 배당 등)하는 등 전략 수정도 활발하다. 아울러 변동성을 낮추면서도 장기 수익을 노리는 주식·채권 혼합형 및 자산배분형(EMP) ETF 라인업이 강화되면서, ETF는 연금 자산 관리에서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레버리지 ETF, ‘장기 투자’ 오해 버려야
투자 열기가 높아지는 만큼, 변동성이 큰 상품에 대한 투자 유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한경머니 설문조사 결과,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로 ‘레버리지 ETF의 장기 보유’를 꼽았다.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본래 단기 투기적 거래나 헤지 목적으로 설계된 상품임에도, 많은 투자자가 이를 일반 주식처럼 장기 보유하거나 무리하게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 일일변동의 2배를 추종하도록 설계되는데, 이때 일일 재조정으로 인해 장기간 보유 시 기초지수 상승분의 2배를 누적하지 못하고 수익률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2026년 투자 조언’으로는 ‘장기·분산투자’가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제시됐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ETF가 쉽고 빠르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보니 유행하는 업종·테마에 단기간에 쏠림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용해야 하는 연금 계좌 내에서의 잦은 매매는 단점이 될 수 있다”며 “대부분 자산 가격이 많이 올라 있는 상황이라, 나중에 기회가 올 때를 대비해서 현금 비중(CD금리 ETF·머니마켓 ETF 등)도 어느 정도 보유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승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도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판단하지만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는 경제, 정치, 산업 요인들은 역시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하나하나의 변수에 흔들리기보다 큰 흐름을 고민하고 추세 중심의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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