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성 작가는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 설계 연구원으로 근무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와 AI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날카롭게 분석하는 IT·반도체 전문가다. 그는 AI 기술의 실체는 명확하나 하드웨어 수요가 시장의 기대만큼 폭발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페셜] AI 버블 경고하는 전문가 3인 - 정인성 작가
정인성 작가는 AI 산업이 무르익는다고 해도 메모리나 반도체 파운드리,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의 대폭발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AI 기술이 만들어 갈 미래가 우리의 상상과는 꽤 다른 모습일 수 있다는 게 정 작가의 생각이다.
그는 “AI 모델들은 더 큰 학습을 지속하다가 어느 순간 가성비가 안 나오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며 “이 시점이 오면 AI 기업들은 새로운 투자를 하기보다 기존에 존재하던 인프라를 효율화해서 AI 모델 추론에 쓰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투자가 줄면 그 여파가 반도체 등 다른 산업으로 퍼지게 된다”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 연구원을 거쳐 반도체와 AI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 작가를 만나, 현존하는 AI 기술의 한계와 최근 제기되는 AI 거품론에 대한 시각을 들어봤다.
“AI 버블과 관련해서 상당히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가 섞여 있잖아요. 핵심은 어디까지가 AI 기술의 진짜 모습이고, AI에 들어가고 있는 수많은 자본이 효율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느냐겠죠. 저는 기술 차원에서는 AI를 조금 더 지켜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AI가 잘된다고 해서 지금 우리가 기대하는 반도체 수요가 유지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지금 당장 미래를 결론 내릴 수 없다고 봅니다.”
최근 반도체 시장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지난 2년 동안 챗GPT와 같은 거대 인공지능이 반도체 수요를 끌고 왔죠. 그리고 지금은 피지컬 AI까지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피지컬 AI가 반도체를 실제로 얼마나 필요로 하는 걸까요. 현재 챗GPT에는 엄청난 메모리가 필요한 상황인데, 피지컬 AI도 그 정도의 메모리가 필요할까요. 그걸 한 번 고민해봐야 합니다.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메모리가 32기가바이트(GB)라고 가정해봅시다. 1년에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자동차가 7000만~8000만 대인데, 그중 자율주행차가 10% 정도라고 하면 700만 대라고 계산할 수 있겠죠. 과연 전체 메모리 수요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자율주행차에 적용하는 협소한 범위에서 피지컬 AI를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는 메모리의 수요는 과도하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물론 다른 쪽에서는 ‘피지컬 AI가 자동차만 있는 건 아니다, 휴머노이드도 있지 않냐’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죠.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AI에게 ‘말하는 기능’이 없다면 메모리가 그렇게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얼핏 생각하면 자율주행에 더 많은 메모리와 GPU가 쓰일 것 같잖아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테슬라가 사용하는 자율주행용 칩은 어떻게 보면 4년 전쯤 사용된 추론용 칩 수준이에요. 4년 전에 AI 학습할 때 수백 개씩 사용해야 했던 추론용 칩 중 하나 정도만 있으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AI가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수요가 생각보다 폭발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는 뜻인가요.
“새로운 수요가 생겼다는 측면에서 2021~2022년보다 수요가 확 늘긴 할 겁니다. 그런데 AI가 메모리나 반도체 파운드리, GPU 수요의 대폭발을 일으킬 것이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자는 겁니다. 생각보다 작은 규모로도 AI가 할 수 있는 일은 많거든요. 반대로 ‘여러분은 자율주행차에 얼마까지 더 쓸 의향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해볼게요. 엔비디아의 AI용 GPU 칩 ‘H100’의 가격이 개당 3만 달러씩 하잖아요. 그럼 자동차 가격에 GPU 가격, FSD(Full Self-Driving) 비용까지 더한 가격을 지불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요. 어떤 사람들은 그럴 바엔 직접 운전하겠다는 쪽을 선택할 수 있는 거예요. 휴머노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가정에서도 휴머노이드를 쓰고 싶지만 휴머노이드에게 언어로 지시가 가능하도록 만들려면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집니다. 로봇이 지나치게 비싸다면 그냥 안 쓰고 말겠다고 판단하는 소비자도 많을 겁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 비용이 너무 높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거죠. 따라서 지금 기업들이 구매하고 있는 반도체 물량이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고민해볼 만합니다. 지금은 반도체 장기 계약까지 완료했다고 해도, 생각보다 (AI 사업이) 잘 안 되면 그다음부터는 기업들이 반도체를 안 사겠죠. 장기적 성장 관점에서 나중에는 ‘버블이었네’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AI라는 기술만큼은 진짜이기에, 자율주행차도 돌아다니고 공장 일부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존재할 겁니다. 다만 우리가 기대한 만큼 많은 곳에 이 기술이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결국 AI를 통해 유의미한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문제인데요. 현재 오픈AI를 비롯한 AI 기업들이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오픈AI 내부인의 인터뷰를 토대로 챗GPT 원가 등을 산정해 놓은 리포트 내용을 보면, 실제로 오픈AI의 구독형 모델 매출로는 투자액을 메꾸기 힘들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럴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GPU 하나로 서비스할 수 있는 사용자의 숫자가 많지 않다 보니 여전히 장치 투자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죠. 하지만 서비스의 원가는 기술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점차 낮출 수 있다고 봅니다. 엔비디아 GPU는 학습과 추론을 모두 만족시키려고 만든 거잖아요. 일반인이 쓰는 용도로는 원가가 높고, 학습용으로 쓰기에 적절한 거죠. 그런데 예를 들어 GPT-5 단계에서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면 더 이상의 학습은 그만하고 원가를 누를 수 있겠죠. 연구개발(R&D)은 다 해 놓은 상태에서 반도체 성능이 1년에 20% 이상씩 개선된다면, 원가가 20%씩 떨어지는 셈이거든요. AI의 크기 경쟁이 조금 잦아들기 시작하면 결과적으로 원가는 개선이 될 거예요. 따라서 수익성을 완전히 못 찾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분야는 어디일까요.
“사실은 AI의 응용처를 만드는 것이 AI 산업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봅니다. AI를 각자의 사업모델에 어떻게 접목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말이죠. 특히 데이터 장벽이 두꺼운 회사들은 AI를 활용해 수익을 낼 확률이 높습니다. 법조 AI를 예로 들면, 자신들이 보유한 판례 데이터를 AI에 넣어 상황에 맞는 판례만 골라 달라고 지시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AI에게 입력할 데이터는 꼭 자체적으로 보유한 ‘나의 데이터’여야 합니다. 인터넷에 나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면 돈을 벌 수 없어요. 내가 찾을 수 있는 건 다른 사람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이런 강력한 데이터 장벽이 있다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인공일반지능(AGI)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AIG가 실현될 미래는 대략적인 연도조차 예측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지성의 가장 큰 특징은 장기 기억과 단기 기억이 자유롭게 오간다는 점입니다. 경험을 하면 곧 학습이 되기에, 삶 자체가 학습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AI의 구조는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이미 학습이 돼서 굳어 버린 뇌가 있어요. 그 뇌가 프롬프트에 따라 출력을 만들 뿐이죠. 10페이지 분량의 책을 보여주고 요약과 영작을 시킨다고 해도, 1년 뒤에 그 책 내용에 대해 물어보면 AI는 기억을 못합니다. 입력과 출력 과정에서 배우는 게 없고, 단기 기억밖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인간의 지능에 가까운 AGI가 되겠어요. 결국 지금의 언어 모델에서 AI가 발전하는 방향은 더 긴 글을 보고 요약하는 범주에 그칠 겁니다.”
AGI가 실현되려면 또 다른 기술이 필요한 건가요.
“거대언어모델(LLM)을 학습시키는 방법을 개선하거나, GPU를 많이 쓴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닐 거예요. 사실 현존하는 AI는 인간처럼 한번에 기억하는 AI를 연구개발하다가 모두 실패했기 때문에 나온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컨대 어린아이에게는 고양이 사진을 한 번만 보여주면 그다음부터 고양이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어요. 그런데 AI는 고양이 사진을 1000개, 1만 개씩은 봐야 고양이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사진 하나만 보고 학습하는 방법은 전부 실패했기 때문에 데이터를 아주 많이 써서 고양이스러운 특징만을 골라내고 노이즈는 다 걷어내도록 만든 거죠. 이런 기술을 기반으로 AGI까지 간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실상 AGI를 만드는 법을 모른다고 해야겠네요. 그래서 저는 AI에 대해 이야기할 때 ‘AGI의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의견을 드리곤 해요. 마치 케이크 만드는 법을 익혀서 케이크를 열심히 만들다 보면 그 기술로 빌딩도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들릴 정도예요.”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과업을 수행하는 모습은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건가요.
“겉모습은 그렇게 만들어 놓을 수도 있죠. AI가 수행해야 할 내용을 프롬프트로 미리 입력해 놓고, 해당 지시가 모두 소진될 때까지 업무하도록 만들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구조를 ‘스스로 판단해서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류 업체의 상하차 업무를 대체하는 상황을 상상해봅시다. 이 경우에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로 자율적인 판단 아래 움직인다고 볼 수는 없어요. 사람이 구체적으로 입력해 놓은 지시에 따라 결과물을 출력하는 것일 뿐이죠.”
AI 혁신의 궁극적인 모습은 우리가 지금 상상하는 것과 매우 다를 수 있겠네요.
“영화 <아이, 로봇>과 같은 형태는 아닐 거예요. 앞으로 사람들은 AI에게 뭔가를 구체적으로 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겁니다. 단순히 AI에 보고서를 입력한 뒤 ‘요약해줘’라는 네 글자만 건넨다면 원하는 결과물이 안 나올 가능성이 훨씬 높아요. AI 시대에는 결국 사람도 많은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해요. ‘손이 빠른 사람’과 ‘(AI에게 정확하게 지시할 수 있는) 논리성이 있는 사람’ 중에서 손 빠른 사람의 가치가 좀 더 낮아지는 형태가 되겠죠. 자신이 하는 일을 구조화하고, 지금 필요한 질문이 뭔지 구체적으로 아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될 겁니다.”
만약 AI의 거품이 실제로 터진다면, 그 형태는 어떻게 예상해볼 수 있을까요.
“닷컴 버블처럼 한 번에 터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풍선에 테이프를 붙이고 바늘로 뚫은 것처럼, 바람이 조금씩 빠질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GPT-5의 경우 응용처의 문제는 존재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 활용하고 있잖아요. 요약을 잘해주는 제미나이도 있죠. 현재 잘 활용되고 있는 AI들은 더 큰 학습을 지속하다가 어느 순간 가성비가 안 나오는 상황을 맞이할 겁니다. 이 시점이 오면 새로운 투자가 이어지기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던 인프라를 효율화해서 추론에 쓰는 방향이 되겠죠. AI 회사들이 투자를 줄이면 그 여파가 반도체 등 다른 산업으로 퍼져 나가는 형국이 될 겁니다. 이런 전반적인 현상을 AI의 버블이 터져서 사라졌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투자를 줄인 거라고 하는 쪽이 더 맞겠죠.”
그 시기를 예상해본다면.
“그건 정말 모릅니다. 왜냐하면 AI를 연구하는 엔지니어들한테 달린 거잖아요. 그들이 실패하면 거품이 터지는 거예요. 정확하게는 터진다기보다 더 이상 큰 규모의 AI가 못 나온다는 말이 맞겠죠. 다만 범위를 좀 줄여서 반도체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상하면, 2년까지는 괜찮다고 말할 수 있어요. 한국 반도체 회사 2곳의 새 공장이 가동되는 시점이 2년 뒤입니다. 우리는 그 시점의 수급 상황은 몰라요. 다만 올해 생산 물량이 완판되는 등 당분간은 반도체가 잘 팔리는 흐름을 탔다는 것은 맞으니까요.”
AI 전쟁도 승자독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죠.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요.
“AI를 학습시키는 회사, 특히 LLM을 다루는 회사는 몇 개 안 남을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두 개밖에 안 떠오릅니다. 우선 검색 엔진의 최강자인 구글은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사무 툴을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챗GPT를 일반인이 많이 쓰고 있긴 하지만, 기업 간 거래(B2B)에 특화된 AI를 제공하기엔 구글이 더 유리한 포지션입니다. 더불어 이들이 만든 언어 모델 기술을 자신들의 분야에 잘 활용한 회사들이 살아남을 거라고 봅니다. 최종적인 AI 기술의 종착점은 이런 모습일 것 같아요.”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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