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한 학원 간판에 늦게까지 환한 스터디 카페, 수많은 청춘이 떠오른다. 회 한 접시가 생각나는 수산시장도 있다. 구수한 생선 냄새와 젊음이 즐비한 이곳, 바로 ‘노량진’이다.
[상권 분석]
노량진 상권의 2019~2025년(7개년) 누적 매출액은 총 2조6711억 원으로 추산된다. 거래 건수는 누적 약 1억5253만 건으로 추정되며, 평균 객단가는 약 1만7512원 수준이다. 이 세 가지 숫자를 병기하면 노량진의 정체성이 선명해진다. 노량진은 고가 소비로 매출이 창출되기보다, 빈번한 일상 거래로 매출이 발생하는 곳이다. 즉, 노량진의 매출은 대형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되는 생활 소비로 꾸려진다.
연도별 흐름은 더 흥미롭다. 연매출은 2019년 4128억 원에서 2020년 3494억 원, 이듬해 3360억 원을 기록했다. 이어 2022~2023년 각각 3749억 원, 4088억 원으로 반등했으며 2024~2025년 모두 4000억 원 내외를 나타내며 다시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노량진이 침체 후 회복 기류를 타면서 지난해까지 안정적인 복원력을 드러낸다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2022년부터 음식업 비중이 50% 안팎으로 뛰어올랐다는 점이다. 2019년 음식 비중은 44.95%였으나, 2022년 49.16%, 2023년 51.85%, 2024년 51.97%, 2025년 51.06%로 상향 고정된다. 이 변화는 노량진이 팬데믹 이후 소비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음식 중심으로 상권이 조성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노량진의 매출 회복은 업종 다변화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먹거리 소비가 집중되면서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외로 교육업은 근 7년간 하락세다. 2019년 531억 원에서 지난해 331억 원으로 40% 가까이 감소했고, 비중도 2019년 12.2%에서 2025년 7.86%로 축소됐다. 노량진의 ‘학원가 이미지’가 강한 만큼 이 변화는 시사점이 크다. 교육업이 사라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상권 전체 매출을 좌우하는 주도권은 교육이 아니라 음식과 소매로 이동해 있다.
점포 수를 보면 노량진의 경쟁 구조가 보인다. 음식점은 1579개(45.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소매 812개(23.4%), 교육 340개(9.8%)가 그 뒤를 잇는다. 음식점이 많다는 건 곧 상권이 먹거리 중심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경쟁 강도가 매우 높은 시장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점포당 생산성을 보면 2019~2025년 평균 기준 점포당 연매출(2019~2025년 평균 매출을 점포 수로 나눈 값)은 소매 1억6000만 원으로 가장 높다. 음식은 1억2100만 원, 교육은 1억1100만 원이다. 오락, 서비스, 숙박 등은 1억 원을 밑돈다. 즉, 노량진은 점포 수는 많지만 단가가 낮은 업종과 점포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생산성이 높은 업종이 공존하는 형태다.
성별로 보면 전반적으로 남성 매출이 더 큰 경향이 있으며, 30대 남성 매출이 특히 두드러진다. 이는 노량진의 대표 소비 장면이 여전히 그룹형 여가 소비나 가족형 외식 소비뿐 아니라, 남성 직장인과 학원 수요, 활동인구의 일상 소비가 결합해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 구조는 업종 전략을 세울 때 ‘학원가 vs 주거 상권’이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하나의 상권 안에 서로 다른 소비 시나리오가 공존한다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노량진은 밤 혹은 낮 중 어떤 시간대 대세인 상권일까. 누적 기준 점심(11~15시)이 28.34%로 최대, 오후(15~18시)가 20.99%, 저녁(18~20시)이 17.21%다. 이 셋을 합치면 66.54%, 즉 매출의 약 3분의 2가 11~20시에 발생한다. 아침(5~11시)은 11.79%, 밤(20~22시)은 12.56%, 심야(22~1시) 7%, 새벽(1~5시) 2.1%다.
이 분포는 노량진에서 매출을 만드는 핵심이 늦은 밤 술자리보다 점심·오후·초저녁의 회전율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음식 비중이 50%를 넘는 구조와 결합하면, 노량진의 핵심 경쟁은 누가 더 늦게까지 여는지가 아니라 ‘누가 점심과 오후를 장악하는가’로 귀결된다.
7개년간 지역별 소비를 보면 노량진의 시장 반경이 드러난다. 시도 기준 소비의 64.06%가 서울, 15.71%가 경기, 3.51%가 인천에서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노량진은 ‘전국구’라기보다 수도권, 생활권 중심 상권이다.
서울 내부로 들어가면 더 뚜렷하다. 서울 내 구 단위에서 동작구 소비가 7197억 원으로 압도적 1위다. 다음으로 영등포구, 관악구, 강서구 등이 뒤따른다. 동작구가 1위라는 점에서 외부 관광객과 맞물려, 로컬형 상권 특성이 강한 곳이라는 분석도 제기할 수 있겠다.
배후 인구(주거 인구)는 2018년 하반기부터 2024년 하반기까지 약 2만5700~2만6400명 범위에서 움직이며 큰 폭의 증감은 없다. 2024년 상반기 2만6271명에서 2024년 하반기 2만5689명으로 -2.22% 감소가 관측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정체적 안정권이다.
점유율 전쟁의 핵심은 '일상과 여가'
이번 분석을 통한 내용을 토대로, 노량진 변화를 짚어보려면 인구가 아닌 소비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2022년 이후 음식 비중이 50%대로 올라가고, 시간대는 점심·오후에 집중되며, 공휴일이 평일을 이기는 패턴이 굳어진다. 노량진은 사람이 늘어 매출이 오른 상권이 아닌 같은 생활권 인구가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느냐가 바뀌며 재편되는 상권이다.
노량진은 이미 음식과 소매가 상권을 지배하는 구조로 굳어졌다. 매출은 11~20시에 집중되며, 토요일과 공휴일이 확실히 강세다. 또 소비의 절대다수는 개인이며 유자녀 비중이 과반을 차지한다. 유입권역은 서울 중심이고, 동작구 로컬 파워가 특히 강하다.
따라서 노량진 상권은 앞으로 새로운 업종에 따른 파이 증대보다는 기존에 강한 축(음식·소매) 안에서 누가 점심~오후~초저녁을 더 오래, 더 자주 공략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강한 성장세는 점유율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며, 점유율은 곧 시간대와 요일, 가족 소비, 로컬 생활권이라는 네 개의 키워드로 결정될 공산이 크다.
황창희 핀다 오픈업 사업개발 총괄
이번 분석을 통한 내용을 토대로, 노량진 변화를 짚어보려면 인구가 아닌 소비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2022년 이후 음식 비중이 50%대로 올라가고, 시간대는 점심·오후에 집중되며, 공휴일이 평일을 이기는 패턴이 굳어진다. 노량진은 사람이 늘어 매출이 오른 상권이 아닌 같은 생활권 인구가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느냐가 바뀌며 재편되는 상권이다.
노량진은 이미 음식과 소매가 상권을 지배하는 구조로 굳어졌다. 매출은 11~20시에 집중되며, 토요일과 공휴일이 확실히 강세다. 또 소비의 절대다수는 개인이며 유자녀 비중이 과반을 차지한다. 유입권역은 서울 중심이고, 동작구 로컬 파워가 특히 강하다.
따라서 노량진 상권은 앞으로 새로운 업종에 따른 파이 증대보다는 기존에 강한 축(음식·소매) 안에서 누가 점심~오후~초저녁을 더 오래, 더 자주 공략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강한 성장세는 점유율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며, 점유율은 곧 시간대와 요일, 가족 소비, 로컬 생활권이라는 네 개의 키워드로 결정될 공산이 크다.
황창희 핀다 오픈업 사업개발 총괄
©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