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피로로 기술주 집중 랠리가 약해지며, 전통 산업과 비미국 증시로 상승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월마트 사례처럼 가치주 재평가가 진행 중이다.
[마켓 인사이트]
최근 시장 분위기가 변화한 가장 큰 이유로 인공지능(AI) 기업들의 과잉 투자 및 수익화 우려가 지목된다. 빅테크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30%대로 여전히 높은 편이나, 이익보다 투자가 더욱 빠르게 늘어나면서 잉여현금흐름 감소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물 경제로 스며드는 ‘생산성 혁명’
아마존, 구글, 메타 등 주요 기업들이 AI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 비용을 쏟아붓고 있지만, 투자 효과를 단기간에 확인하기 어렵고 투자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로 인해 AI의 피해주로 분류되는 일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는 한편, 수혜주로 분류되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급등하는 등 업종 내 주가 차별화 흐름이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AI 혁신이 가치주로 전이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세계 최대의 소매 업체 월마트를 들 수 있다. 월마트는 최근 AI 기술을 업무 전반에 도입하며 단순한 유통업을 넘어 테크 기반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AI를 활용해 물류 및 재고 관리 효율을 극대화하고, 에이전트 AI를 도입해 품절률을 30% 이하로 끌어내리는 등의 활동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재평가되며 월마트의 주가는 2025년 한 해 동안 25% 상승해, 나스닥 지수 연간 상승률인 19%보다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M7 종목에만 집중 투자했다면 이 같은 투자 기회를 포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시아·신흥국 증시가 뜨거워진다
또한 재정 측면에서도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지난해보다 올해 더욱 확장적인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공급망 재편을 위한 국가 주도의 정책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재와 소재 업종 등 전통 제조업 섹터에 긍정적인 요인이며, 이러한 업종이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 가치주에서 실적 성장이 뒷받침되는 좋은 주식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고금리 환경 속 상승 랠리에서 소외됐던 자본집약적인 산업들도 유동성 확대와 정책 수혜에 힘입어 반등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대표적이다.
달러 약세 역시 신흥국 증시와 가치주 섹터에 우호적인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다. 달러로 표시된 자산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저하되면서, 그동안 랠리에서 소외됐던 한국, 일본, 아시아 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밸류에이션이 저렴한 종목들이 포진해 있어, 달러 약세 국면에서 주가 상승과 환율 강세의 이점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시장은 기술주 성장의 주도력이 교체됐다기보다는, 성장의 범위가 확대되는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기술주의 혁신 동력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매크로(거시경제) 여건 개선과 달러 약세, 그리고 월마트 사례와 같이 전통 산업이 AI를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화는 모습 등이 어우러져 가치주가 시장의 또 다른 투자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치주가 구조적으로 성과가 개선되는 장기 주도주가 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AI 파급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경기가 완만하게 개선되는 환경에서는 저평가된 업종의 가치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최보경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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