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과 산업 재구조화에 따른 지방 소멸의 대안으로 '콤팩트 시티'가 주목받는다. 이는 GTX 등 고속 교통망과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하여 주거·일자리·문화가 압축된 거점을 조성하고 연계함으로써, 국토의 효율성과 에너지 소모를 최적화하는 기후위기 대응형 미래 도시 모델을 지향한다.

[커버스토리]
지방 소멸과 함께 수도권 역시 주택과 교통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방 소멸과 함께 수도권 역시 주택과 교통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5180만 명으로 6년째 감소 중이다. 출생아 수는 23만 명 수준이고, 0.7명대의 초저출산율로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총인구의 증감과 함께 인구의 구조와 분포, 이동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총인구 중에서도 생산인구가 어디로 이동하는가, 얼마나 집중하는가에 따라 지역의 활력, 소득, 소멸위기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2025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의하면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보다도 140만 명이 더 많다. 지난 10년간 약 50만 명의 20대 청년 인구가 수도권으로 순이동했으며, 지난 한 해 동안만 6만 명이 넘는 청년 인구가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수도권은 총인구의 52%를 차지하나, 청년은 60%, 혁신인력은 85%가 수도권에서 일하고 거주한다.
빈집 153만 시대…도시 압축과 연결에서 미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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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청년들을 수도권으로 끌어들이는 힘은 일자리다. 특히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스타트업, 연구개발(R&D) 기업 등 성장세가 빠르고 처우가 좋은 기업 일자리다. 현재 진행 중인 AI 전환은 이러한 산업 구조의 전환과 청년 인구의 이동을 촉진할 것이다.

기술혁신을 통해 국가 경제는 발전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산업 및 인구구조의 변화, 특히 국토 공간상의 입지 변화는 두 가지 문제를 노정한다. 첫째, 청년이 떠난 지방의 쇠퇴 문제와 둘째, 수도권 메가시티의 도시 문제다. 인구가 감소하는 도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또 한편으로는 수도권 메가시티의 주택,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서 ‘철도역 중심의 콤팩트시티’가 주목받는다.

청년이 떠난 지역은 고령화와 지역경제의 쇠퇴 문제에 봉착한다. 청년 이동은 전국에서 일어나지만 특히 울산, 창원, 포항, 여수, 거제 등 전통산업 집적지에서 심각하다. 지난 10년간 이들 도시를 떠난 청년 인구만 20만 명에 육박한다. 전통 제조업의 생산성이 정체되고, 근무 환경이 향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 국가산업단지의 연구소들이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을 먹여살려 온 철강·조선·석유화학·자동차 산업의 입지는 항만, 발전소, 고속도로 등 중후장대한 기반시설에 의존했으나, 반도체 등 신산업은 혁신인력과 이들이 선호하는 쾌적하고 편리하며 매력적인 직주락(職住樂) 환경에 끌리기 때문이다.

구글, 애플 등 실리콘밸리에 모여 있는 매그니피센트 7(M7) 기업들의 본사 빌딩은 모두 미려하고 쾌적하며 편리하고 안전한 형태와 구조를 띠고 있다. 이들 기업의 경쟁력은 우수 인력에 달려 있고 이들을 확보하자면 근무 환경이 매력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떠나가는 청년을 지역에 정착시키고,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을 안착시키자면 제조업 중심의 산업단지로는 충분하지 않다. 청년, 혁신인력이 결혼하고 가족과 함께 정주할 수 있는 주거·교육·의료·문화 환경을 함께 갖춘 대도시 환경이 필수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도시에 이런 환경을 갖춘 장소를 조성하는 일이 쉽지 않다.

콤팩트시티에서 해답 찾은 일본
혁신인력과 혁신기업 유치를 위해 도심융합특구로 지정된 부산 센텀시티 일대. 사진=부산시 제공
혁신인력과 혁신기업 유치를 위해 도심융합특구로 지정된 부산 센텀시티 일대. 사진=부산시 제공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의 도심부는 ‘도심융합특구’ 사업이 추진 중이다. 부산 센텀시티, 대구 삼성창조캠퍼스, 대전의 대전역 일원 등 광역시의 교통 허브이면서 산업 생태계의 중심지에 융합특구를 조성해 혁신인력과 혁신기업을 유치하는 사업이다. 형태적으로도 콤팩트하지만 기능적으로도 압축적인(compact) 혁신 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외곽의 산업단지에도 기업들이 있지만 청년들이 반기지 않는다.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매력적인 가로와 정주 환경을 갖춘 도시 환경의 콤팩트한 혁신 거점이 청년들로부터 환영받는 시대다.

대도시에서 먼 곳에 있는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의 생산인구 감소도 심각하다. 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생산인구가 떠나면 학교·판매·교통시설의 이용자가 줄어서 공공서비스 공급이 위축된다. 이는 다시 남은 생산인구의 유출을 야기한다. 빈집은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 중심의 도(道) 단위 지역에서 더 가파르게 증가한다.

미거주 빈집 기준으로, 2000년 약 51만 호로 집계되던 빈집이, 2023년에는 153만 가구로 늘어났다. 빈집이 증가하면 도시 활력이 저하되고, 안전 및 위생 문제가 심화되며, 자산 가치가 하락한다. 이는 다시 이동 여력이 있는 생산인구의 유출을 야기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고착화된다.

일본 도야마시는 생산인구 감소로 활력을 잃은 도시경제를 콤팩트시티 전환으로 회생시킨 성공 사례다. 외곽 지역에 드문 드문 거주하는 고령자 가구를 교통 접근성이 좋은 연선지역(沿線地域)으로 이주하도록 지원한다. 주택기금으로 이주하는 가구를 지원하고 연선지역 내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기업을 지원한다.

공공시설, 편의시설, 병원 등의 생활기반시설도 이 지역으로 이전하고, 외곽 지역의 신축 인허가를 제한하는 콤팩트시티 정책을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연선지역 내 인구가 증가하고, 세수가 늘어났으며 거주자들의 만족도가 향상됐다. 지역의 고령화, 소멸위기를 콤팩트시티 정책으로 극복한 성공 사례다.

분산 대신 압축…속도 혁명의 역설

5극3특 균형발전정책, 시도행정구역 통합이 추진 중이다. 행정구역의 통합이 목표가 아니라, 혁신 거점 조성과 콤팩트 정주 거점 조성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노력이 모아져야 한다. 거점에서 떨어진 산재한 취락들의 불편함은 수요부응형 교통(DRT) 지원을 통해 풀어 가야 한다.
현대로템에서 개발 중인 차세대 고속철도 HSEMU-370. 사진=현대로템 홈페이지
현대로템에서 개발 중인 차세대 고속철도 HSEMU-370. 사진=현대로템 홈페이지
EMU370은 시속 370km의 속도를 가진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된 고속열차다. 2년 전에 도입된 한국고속철도(KTX) 청룡보다도 속도가 시속 50km나 빨라졌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타본 사람들은 시속 180km의 속도를 절감한다. 일론 머스크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하이퍼루프(Hyper Loop)는 시속 1200km라는 항공기의 속도로 땅속을 달릴 것이라고 한다. 이동의 속도가 자꾸 빨라진다. 인류의 욕망은 보행에서 말, 자동차, 철도, 비행기 등으로 더 빠른 속도, 새로운 교통 혁신을 만들어낸다.

통신의 속도도 빨라진다. 50년 전 1세대 이동통신이 처음 등장한 이후로 5년 전 5세대(5G) 이동통신이 도입되기까지 통신 기술은 쉼없이 발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쇼핑, 미팅, 뱅킹, 러닝 등 많은 경제 활동이 온라인 플랫폼 위에서 이루어진다. AI 기술 발전과 함께 플랫폼 경제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도시의 지리적 공간에도 콤팩트한 ‘플랫폼’이 등장한다. 고속의 교통수단이 연결되는 환승역은 물리적 거리를 무력화한다. 교통의 속도가 빨라지고, 이동시간이 짧아질수록 사람들은 더 먼 거리를 움직이지만, 생활과 소비, 업무 등의 활동은 갈수록 한 장소에 집중된다. 교통 발달이 도시를 분산시키기보다, 역설적으로 도시를 압축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복합환승센터를 혁신 공간으로

단일 환승역보다 더블·트리플·쿼드러플 역세권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모이는 환승역의 무게중심이 커진다. 고속(KTX·SRT), 광역(GTX), 도시철도 등 다양한 철도가 연결되고, 이에 더해 버스터미널까지 연결될수록 인구와 산업을 끌어당기는 인력(引力)이 세진다. 환승, 즉 버스에서 지하철로, 지하철에서 GTX로 갈아타는 일이 편리하고 안전하고 쾌적하도록 환승 역사의 보행 동선이 설계돼야 한다.

환승통로의 커피숍, 식당, 편의점, 마트는 이용객의 발길을 쉽게 끌어들인다. 일본의 시부야역, 오사카역, 신주쿠역 위로는 고층의 호텔과 백화점이 입체·복합화돼 도시 경제 활동의 코어로 기능한다. 도쿄역의 미드타운 야에수, 모리부동산의 역작인 아자부 다이힐즈, 도라노몬 힐즈 등 복합개발사업의 공통점은 철도역으로부터의 접근성 확보를 위해 지하보행통로를 연결하고 다양한 도시 기능을 고층고밀로 콤팩트하게 건설한다는 점이다.

삼성역, 서울역, 청량리역 등 GTX 2개 노선이 연결되는 환승역의 복합환승센터에는 백화점, 오피스, 문화, 컨벤션 등이 복합화되면서 강력한 집객력을 가지는 코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강남 삼성역 위의 영동대로에는 2만㎡ 규모의 녹지광장이 조성된다. 지하로는 복합환승센터가 생기면서 교통기반시설이 확장되고 지상부에는 대규모 공원이 조성돼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혁신 공간’이 그려진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본사 빌딩(GBC), 코엑스몰과 지하로 연결되는 영동대로 역세권은 콤팩트한 국제업무도시로 재탄생한다. 지하의 교통시설, 지상부의 녹지 공간, 세계적인 기업 활동이 한 장소에서 콤팩트하게 연결될 때, 공간 혁신이 창발된다.
편리한 환승센터는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한다.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 정책, 교통 정책이 미래 도시의 지향점이다. 대중교통은 승용차 이용을 줄이는 효과가 커, 탄소 배출을 줄이고 도시교통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는 시너지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GTX 30분 통근…
청년 라이프가 바뀐다


수도권 인구는 증가하고 집값은 상승한다. 특히 서울에서 외곽으로 밀려나는 청년계층에게 가성비 좋은 주택을 공급하는 일에 정부의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 서울 시내 정비사업, 도심유휴부지 등에도 주택 공급이 추진 중에 있으나, 긴 시간이 소요되고 공급 물량이 많지 않다.

GTX, 신안산선, 서해선, 대장홍대선 등 많은 광역철도가 서울과 경기도를 연결한다.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규모를 획기적으로 확대해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 비싸고 좁은 서울 시내에 청년들이 꼭 집을 소유하고, 살아야 할까. 콤팩트하고 쾌적하며, 가성비 좋은 3기 신도시에 살면서 GTX로 30분에 통근하는 삶이 미래 청년의 라이프스타일이 될 것이다.

이렇게 좋은 역세권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방법이 없을까. 땅을 돈처럼 찍어낼 수는 없으니, 용적률을 높이면 된다. 주거에서 상업으로, 2종에서 3종으로, 용적률을 높여주되 고용, 문화, 공공행정, 공공주택 등의 공공기여를 받을 수 있는 역세권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 역세권에 환승센터를 조성하는 일은 교통 처리 용량을 높여주는 효과를 가진다.

장래 GTX가 정차할 곳임에도 방치되는 역세권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 아마 고층의 아파트로 채워지지 않을까. 현금흐름이 제일 좋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필지 단위의 민간주택 사업은 도로 등 기반시설 확보가 제한적이며, 지하철 역사와의 연결도 어려워 역세권의 잠재력을 살리기 쉽지 않다. 국토계획법(2024년)에 도입된 ‘공간혁신구역’은 이와 같은 교통 거점 지역의 콤팩트한 조성과 관리를 위해 도입됐다. 적극적인 활용이 기대된다.

2026년 새해 벽두부터 AI가 세상을 흔든다. 새로운 기술 중에서 도시의 공간 구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모빌리티다. 예사롭게 보아 왔던 자율주행차가 쑥 다가온다. 거주지에서 거점까지(퍼스트 마일), 거점에서 목적지까지(라스트 마일)는 자율차가 담당하고 대중교통은 주로 거점 간을 담당하는 거점(compact)과 연계(network)형 공간 구조, 뾰족한 미래 도시를 그려본다.

도시를 콤팩트하게 만들어 가면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고 직주근접 토지 이용을 통해 이동거리를 감축하는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기후위기 대응형 미래 도시다. 환승역세권은 AI 역량을 갖춘 스타트업, 연구개발 기업, 벤처기업에도 인기 있는 ‘직주락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

거점은 압축하고 네트워크는 넓힌다
지난 2023년 서울 중국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네옴시티 미디어 컨퍼런스에 전시된 콤팩트시티 '더 라인' 모형.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3년 서울 중국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네옴시티 미디어 컨퍼런스에 전시된 콤팩트시티 '더 라인' 모형.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그중에서도 170km의 콤팩트시티 ‘더 라인(The Line)’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사막 속의 신기루라는 비판도 있다. 더 라인은 콤팩트시티의 연속적 형태다.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며, 석유 기반 산업에서 탈피해 첨단 산업을 구축하기 위한 혁신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고뇌가 떠오른다.

미래에는 GTX-A·B·C·D 노선에 더해 신안산선, 대장홍대선 등 고속열차가 달리고 서울역, 용산역, 삼성역, 청량리역에는 복합환승센터 중심의 콤팩트시티가 뾰족하게 올라갈 것이다. 자율셔틀은 부지런히 사람들을 환승역으로 실어나르고, 사람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더는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1500~2000%에 육박하는 콤팩트시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은 25구를 넘어서 확장된다. 외곽의 신도시에서 GTX로 30분 통근하는 모습이 청년들의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게 된다.

수도권은 남쪽으로 이어져 대전과 세종을 연결하는 메가시티로 확장될 것이다. 5대 광역시의 도심융합특구, 지역의 투자선도지구, 지역활력타운 등 혁신 거점을 중심으로, 거점과 연계 중심의 콤팩트시티가 등장한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고 이동의 필요성이 적은 도시, 탄소 배출 없는 콤팩트한 도시를 ‘살기 좋은 도시’라 여길 것이다. 산업의 고도화, 모빌리티 기술의 발달, 청년들의 이동이 가져오는 콤팩트한 미래 국토를 그려본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