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충만한 3월, 이런 전시 어때요.
[가볼 만한 전시]비고정적 형태의 확장
<엘 아나추이 개인전>
El Anatsui, Hyundai Commission El Anatsui, , 2023년, © the artist. Courtesy El Anatsui Studio
Installation view of Hyundai Commission, , Tate Modern, London, 2024년, © Tate Modern화이트 큐브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설치작가 엘 아나추이의 개인전을 홍콩과 서울에서 동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화이트 큐브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엘 아나추이 개인전으로, 서울을 시작으로 홍콩과 아트 바젤 홍콩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특히, 2024년 상하이 푸동 미술관에서 열린 <After the Red Moon>과 2023~2024년 런던 테이트 모던 현대자동차 커미션으로 선보인 <Behind the Red Moon>의 연장선상에서 재해석된 신작을 아시아 최초로 공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작가는 금속 병뚜껑을 비롯한 일상적 재료를 수천 개 단위로 가공·봉합해 대형 설치로 확장해 왔다. 본 전시 역시 가나 아크라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병뚜껑 연작으로, 전시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형태가 변주되는 ‘비고정적 형태’를 중심 개념으로 삼는다. 작품은 전시 공간에 따라 유연하게 형태가 변주되며, 정면과 이면을 분리해 구성함으로써 다층적 시각 경험을 제안한다. 전시는 3월 18일부터 서울, 3월 25일부터 홍콩, 3월 27일부터 아트 바젤 홍콩에서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기간 | 3월 18일~4월 18일(서울), 3월 25일~4월 25일(홍콩)
장소 | 화이트 큐브 서울(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6), 화이트 큐브 홍콩(50 Connaught Road, Central, Hong Kong)
이끼로 말하는 관계
양종용의 <이끼: 공존의 시대>
양종용, <그릇 이끼>, 2024년 © the artist. 더샵갤러리이끼를 그리는 서양화 화가 양종용의 개인전 <이끼: 공존의 시대>가 더샵갤러리에서 펼쳐진다. 양종용은 10여 년간 ‘이끼’를 통해 ‘자연스러운 삶’과 관계의 회복을 탐구해 온 서양화 작가다. 높게 자라지 않고 넓게 퍼지며 주변을 감싸 안는 이끼의 생태적 특성에서 인간과 세계를 잇는 관계의 은유를 발견했다. 특히 변기와 그릇이라는 상징적 인공물 위에 이끼를 그려 넣으며 자기 성찰과 ‘받아들임’의 태도를 시각화해 왔다. 변기가 내면의 배설과 반성을 상징한다면, 그릇은 수용과 순환의 개념을 담는다. 두 시리즈 모두 자연과 인공, 나와 타자 사이의 ‘자연스러운 관계’를 회복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드러낸다. 최근에는 회화를 넘어 실제 이끼를 연구·재배하며 작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작업실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이끼를 기르고, 이를 설치 작품과 조형 작업에 활용한다. 또한 시멘트 평판의 균열 위에 레진과 붓질을 겹겹이 쌓아 이끼를 표현함으로써 문명의 재료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자연의 이미지를 구현한다. 이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가능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시도다. 이번 전시에는 대표 회화 18점을 비롯해 변기 이끼·항아리 이끼 설치 작품, 그릇 이끼 시리즈, 레진을 활용한 시멘트 작업 등이 소개된다. 더불어 이끼 재배 전문가 김희선 대표와 협업한 이끼 분재 작품, 숲의 사운드 연출, 대형 이끼나무 포토존 등 공간 연출을 통해 관람객에게 자연 속에 머무는 듯한 힐링 경험을 제공한다.
기간 | 2026년 3월 29일까지
장소 | 더샵갤러리(서울 강남구 자곡로 210)
지구의 골든타임을 말하다
<사라지는 풍경들: 우리가 마주한 지구의 시간>
마이클 케나, , 강원도 삼척, 2007년, © Michael Kenna. 공근혜갤러리공근혜갤러리는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를 예술의 언어로 성찰하는 <사라지는 풍경들: 우리가 마주한 지구의 시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세계적인 사진 거장 마이클 케나(영국), 진희 박(한국), 티나 이코넨(핀란드) 3인이 참여한다. 세 작가는 각기 다른 시선과 작업 방식을 통해 급격히 변화하는 지구 환경의 현재를 기록하며, 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는 ‘지구의 시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영국의 풍경 사진가 마이클 케나는 2007년 강원도 삼척의 ‘솔섬’을 촬영한 흑백 사진 연작을 통해 LNG 가스기지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작은 소나무 군락지를 국제 사회에 알렸다. 그의 사진은 전 세계적 주목을 받으며 개발 계획을 재고하게 하는 계기가 됐고, 예술이 환경보호의 실질적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로 남았다. 진희 박은 멕시코에서 난류를 타고 제주도까지 이동해 정착한 선인장의 여정을 회화로 풀어내며, 티나 이코넨은 지난 30여 년간 그린란드의 빙하와 이누이트 공동체의 삶을 기록해 오고 있다. 본 전시는 2026년 4월, 유엔기후변화협약 개최지로 전남 여수가 공식 확정된 시점과 맞물려 국제 사회가 기후위기에 다시 한번 집중하는 흐름 속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책과 외교의 언어가 중심이 되는 국제 논의의 장과는 달리, 예술이 기후위기를 어떻게 기록하고, 감각적으로 경고하며, 기억의 형태로 남길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기간 | 2026년 3월 6~28일
장소 | 공근혜갤러리(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8)
양정원 기자 ne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