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아파트가 주목받고 있다. 강남에서 '쪽방'으로 불리던 초소형 아파트가 최근에는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며 '황금알'로 재조명된다. 주거 선호 지역인 강남권에서는 3.3㎡당 1억 원이 넘는 가격으로 매매되는 초소형아파트가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부동산의 정석]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의 아파트 단지. 사진=한국경제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의 아파트 단지. 사진=한국경제
초소형 아파트란 전용면적 30~50㎡로 방 1~2개인 대단지 신축 아파트를 이야기한다. 옛날 주공아파트는 대부분 이 면적으로 지어졌지만 2010년 이후 이런 아파트는 거의 지어지지 않고 있다. 소형주택의무비율 등 규제의 영향으로 강남 지역 특히 송파구에서 많이 지어지면서 '강남 쪽방'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불렸으나 지금은 '강남 금방'으로 불러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본에서는 이런 아파트를 콤팩트 맨션(compact mansion)이라고 부른다. 전용 30~50㎡로 우리의 20평대 아파트보다 작고, 원룸보다는 크다. 일본에서는 이보다 적은 맨션은 싱글형이라고 부르며, 큰 경우를 패밀리형이라고 한다. 방이 1개 내지는 2개 정도 있는 내부 구조를 가지며 가장 인기 있는 주택의 면적이다.

일본·미국·유럽도 초소형 아파트 인기

일본의 콤팩트 맨션은 대도시 특히 임대 수요가 매우 강한 도쿄 23개 구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주거용 부동산가격지수는 2025년 기준 전년 대비 약 3.7% 상승했지만 1인 가구용 소형 임대의 경우 16% 이상 상승하는 등 임대료 상승 폭도 상당하다. 외국 대사관들이 즐비한 일본 도쿄 미나토구의 한 초소형 주택 전문 운용사는 원룸 1500실을 관리하는데 공실률이 사실상 0에 가까울 정도로 수요가 과잉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초소형(대략 20~40㎡) 유닛(아파트)이 대도시 중심으로 분명한 틈새 수요와 공급이 형성되는 중이다. 2024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새로 지어진 아파트 가운데 약 2.4%가 초소형 유닛으로 집계되는데 이는 2000년 1.1% 수준에서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도시에서는 초소형 유닛의 비중이 만만치 않다. 시애틀은 약 66%, 보스턴은 56.2%, 뉴욕은 49.8%가 초소형으로 지어지는 중이다. 동부, 서부를 가리지 않고 고가, 고밀도 도시에 집중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초소형 유닛은 월세는 낮지만, 면적당 임대료는 일반 아파트보다 높은 편이라 수익성 면에서는 매력적으로 평가된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초소형 아파트 인기는 급격한 도시화와 임대료 상승에 기인한다. 많은 유럽 도시들이 역사적 건물을 보존하면서도 늘어나는 주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기존 건물을 초소형으로 개조한다. 특히 런던, 파리, 베를린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주택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공간보다는 입지'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일본 도쿄 도심의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일본 도쿄 도심의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과거에는 초소형 아파트가 인기 있는 이유를 수요 측면에서 찾았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어서고 부동산 시장이 양에서 질로 변화하면서 작지만 도심에 위치해서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다. 크면 좋다는 양의 시대에서 작지만 좋은 제품이 존재할 수 있다는 질적 시대로의 전환이다. 특히 초소형 아파트는 자본수익(시세차익)과 전월세 수익인 운영수익을 함께 노릴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된다.

도심 거주 해법은 '면적 다이어트'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9일 발표한 '2025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년과 비교하면 21만6000가구나 증가했다. 1인 가구 비중은 35.5%에서 36.1%로 높아졌다. 이미 1인 가구는 주된 가구의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1인 가구의 대부분이 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라 생각하지만, 중장년층의 1인 가구 증가세도 만만찮다. 늦어진 결혼과 이혼, 전근 등이 여기에 한몫했다.
귀한 몸 된 초소형 아파트…1인 가구 시대 ‘블루오션’
이렇게 연령층이 높거나 자산가들은 편의시설이 좋고 안전한 일반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이들의 주거 욕구를 만족시킬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 연령별로 1인 가구의 거처를 분석하면 29세 이하, 50대 이상은 단독주택 비중이 가장 높고, 30대, 40대는 역시 아파트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공급 측면에서 초소형 아파트가 부상하는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 먼저 가격이다. 현재와 같이 분양가와 매매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는 주거 선호 지역인 도심에서는 초소형 아파트의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3.3㎡당 평균 매매 가격은 5100만 원을 넘었다. 강남구는 1억 원에 육박한다. 주택 수요자는 도심을 선호한다.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데 도심에 살기 위해서는 면적을 줄여야 한다.

좋은 지역에서 다소 부족한 상품을 고르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초소형 아파트가 매력적인 지역이 있을 수 있지만 지방과 같이 아파트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은 초소형 아파트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지역, 단지, 규제(토지거래허가제 등) 등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소득 수준은 올랐지만, 생활 인프라가 우수한 서울의 도심은 여전히 공급에 어려움이 많다. 수급이 무너진 서울의 도심이 가장 매력적이다.

치솟는 청약 경쟁률…공급 확대 필요

지난 3년 동안 수도권에서 청약 접수를 진행한 전용 50㎡ 미만 초소형 아파트의 일반 분양 물량은 같은 기간 전체 물량의 약 2.4%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청약시장에서의 초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높다. 2025년 수도권 초소형 아파트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46.16대1이다. 같은 기간 수도권 1순위 평균 경쟁률(9.31대1)의 4배를 웃돌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 한 재건축 단지의 분양 모델 하우스. 사진=한국경제
서울 강남 지역 한 재건축 단지의 분양 모델 하우스. 사진=한국경제
귀한 몸 된 초소형 아파트…1인 가구 시대 ‘블루오션’
부동산 시장 상승기에 신규 아파트가 대거 공급됐지만 초소형 아파트는 공급이 거의 없었다. 사실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30평형대(전용면적 84㎡)의 거래 비중은 30% 내외이지만 분양에서는 50% 이상을 차지한다. 나머지 규모들의 공급은 희소하다는 말이다. 이제는 20평형대(전용면적 59㎡)가 국민 평형으로 바뀌어 간다. 평균 가구원 수는 2명 가까이 줄었다.

20평형대의 구조가 과거 방 2개, 화장실 1개에서 방 3개, 화장실 2개로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2명의 가구원에게는 20평형대도 작지 않은 면적이다. 가구원 수가 더 줄어들고 1인 가구가 더 증가하게 되면 초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사례에 따르면 초소형 아파트는 폭발적 성장이 기대된다. 특히 주거 선호 지역에서의 경쟁력은 엄청날 것으로 생각된다. 수요 측면과 공급 측면을 분석해보면 콤팩트 맨션의 장래가 밝을 수밖에 없다.

주택사업자들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소형 아파트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오피스텔이나 원룸이 아니다. 아파트다. 지금부터라도 기존 아파트 단지에 초소형 아파트가 많이 공급됐으면 한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 IAU 교수